이원호 중소벤처무역협회 해외시장경제연구원 부원장·경제학 박사
이원호 중소벤처무역협회 해외시장경제연구원 부원장·경제학 박사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그 의도를 두고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4일 옐런 장관은 ‘미래경제서밋’ 행사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정부의 추가적인 지출이 전체 경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우리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금리가 다소 올려야 할지 모른다.”며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현 재무장관이고 전 연준 의장이라는 무게감으로 인해 그의 발언은 즉각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금리 변화에 예민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엘런의 금리 인상 관련 발언 직후 261.61포인트(1.88%) 급락했다. 특히 애플,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페이스북, 테슬라 등 대표적인 기술주들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또한 공포지수인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도 급등하는 양상을 보였다.

파장이 커지자 옐런은 금리의 향방을 결정하는 연준의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금리 인상을 예측하거나 권고한 것은 아니라고 한발 물러섰다. 전문가들은 옐런의 발언이 금리 인상의 신호탄이거나 양적 완화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미국의 금리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원론적인 수준에서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사실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논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연초 인플레이션론자들은 올해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을 수 있다는 전망을 이미 내 놓은 적이 있었다. 더블라인캐피털 대표인 제프리 건들락은 올해 중반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3.0%까지 오를 것이라 주장했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도 “한 세대 내에서 보지 못한 인플레이션의 압력”이 올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2022년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이나 금리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 셈이다.

반면 미 통화당국의 변화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옐런 장관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발언한 시기 즈음해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한 연설을 통해 “미국 경제가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경기 침체에 따른 영향이 미국인 전체에 고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인플레이션보다는 실업률 3.5% 목표 달성 때까지는 양적 완화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파월 의장의 이전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평균물가 목표제’를 도입해 이를 근거로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더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물가상승폭은 상당히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미국의 소비재 물가가 일 년 전과 비교해 두 자리 수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돈 풀기의 영향과 함께 코로나19 백신공급으로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의 조짐으로 수요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미국의 소비자 물가는 2.6% 상승한 것으로 나왔는데 2018년 8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전문가들은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물가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추세적 상승 국면에 접어 들었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움츠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폭발해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견해가 우세한 가운데, 상승폭은 둔화되겠지만 추세적인 상승 국면은 유지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즉, 인플레이션 압력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미 연준은 과연 현재의 정책을 고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 금융가에는 ‘연준의 약속은 결코 믿을 것이 못된다’는 유머가 있다. 시장이 연준을 신뢰하지 않는다기보다는 금융 정책은 경제 환경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성장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현 상황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성장에 대한 확신이 선다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포함한 모든 정책 수단을 조기에 내놓을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옐런 장관의 금리 인상 발언은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미 연준의 움직임을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라는 일종의 메시지라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이원호 중소벤처무역협회 해외시장경제연구원 부원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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