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 중소벤처무역협회 해외시장경제연구원 부원장·경제학 박사
이원호 중소벤처무역협회 해외시장경제연구원 부원장·경제학 박사

올해 1분기 전기차용 배터리의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중국 업체가 약진한 반면, 우리나라 업체들의 점유율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전기차 리서치 업체인 SNE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중국의 CATL은 전년 동기 대비 14.5% 증가한 31.5%를 차지해 1위를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에 이어 2위를 기록했으나 점유율은 20.5%로 전년 동기 대비 4.1% 하락했다. 5위 삼성SDI와 6위 SK이노베이션도 점유율이 하락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지난해 전체 순위와 비교해도 순위 변동은 크게 없었으나 점유율 면에서 ‘중국 상승-한국 하락’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 업체의 약진은 선두기업인 CATL뿐만 아니라 BYD(4위, 6,8%), CALB(7위, 2.7%) 등도 중국 전기차 시장의 확대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K-배터리 3사(LG, 삼성, SK) 입장에서 보면 선두 기업과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뒤따라오는 중국 업체들에게는 추월의 위협이 계속되는 어려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K-배터리 산업이 직면한 현재의 어려움은 고스란히 미래로 이어지고 있어 불안감이 더해지고 있다. K-배터리 산업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인는 다음과 같다.

첫째, 배터리 생산에 들어가는 소재·부품 산업이 중국에 비해 크게 밀리고 있어 향후 가격은 물론이고 품질 경쟁력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일례로 배터리 핵심부품인 양극재의 경우 중국산 비중이 90%에 달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이러한 벨류체인 구조에서는 우리 배터리 업체가 생산을 많이 하면 할수록 중국 업체의 배만 불리게 된다. 즉, 세계 최고라는 K-배터리가 알고 보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수 있다.

둘째,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서는 우위가 없다는 점이다.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 이온이 오가는 길인 전해질을 고체로 되어 있다. 액체 전해질인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화재나 폭발 위험이 적고, 높은 에너지 밀도와 충전 속도가 훨씬 빨라 기존의 배터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는 양산화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최근 도요타 자동차가 기술적인 문제점을 대부분 극복해 K-배터리 3사의 불안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세 번째 불안 요소는 앞서 지적한 전고체 배터리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생산에 직접 뛰어 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세계 1, 2위 전기차 생산업체인 테슬라와 폭스바겐이 배터리 자체 생산을 선언하면서 배터리 업체들과 협력 관계에서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되었다. 한편 전기차 생산에서 한걸음 뒤쳐져 있던 도요타는 기존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건너뛰고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이를 장착한 전기차 생산을 발표해 배터리 시장의 판도 뒤집기에 나서고 있다.

요약하자면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소는 ‘소재·부품의 지나친 중국 의존도’, ‘차세대 배터리 개발 지연’, ‘협력 관계에 있던 완성차 업체와 경쟁 관계로 전환 움직임’ 등이다. 따라서 K-배터리가 지금과 같은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위에 언급한 위협 요인들을 극복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의 정책 지원은 필수적이다.

최근 대통령이 직접 삼성전자를 방문해 반도체 산업 지원을 발표하는 등 반도체 대란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K-배터리는 반도체 산업과 더불어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차세대 먹거리 산업 중 하나다. 따라서 배터리 산업도 반도체와 같은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위해 걸림돌이 되는 규제가 있다면 과감하게 철폐하고,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소재·부품 산업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육성해 튼튼한 배터리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 초기에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면서 관련 산업을 육성·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분야는 선두주자인 미국 및 중국에 한참 뒤쳐져있다. 그나마 반도체와 차량용 배터리만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것마저 놓치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원호 중소벤처무역협회 해외시장경제연구원 부원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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