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 중소벤처무역협회 해외시장경제연구원 부원장·경제학 박사
이원호 중소벤처무역협회 해외시장경제연구원 부원장·경제학 박사

금융위원회는 5월 20일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지난 4년간 추진한 정책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향후 과제를 점검하기 위한 워크숍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금융위는 주요 정책의 추진성과로 ‘시장 불안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 확고한 시장안정을 도모’와 ‘가계부채 증가세의 안정적인 관리’를 꼽았다.

시장 불안요인과 관련해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위기 상황을 무난하게 대처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내세울 만한 성과라 하겠다. 한편 금융위가 평가하는 가계부채의 안정적인 관리는 부동산 대책과 연계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통한 성과가 대부분이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금융위는 지난 2017년 ‘8·2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통해 규제지역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강화했으며, 이듬해 9월에는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어 2019년 12월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으로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고, 규제지역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도입했다. 그리고 지난 4월에는 차주별 DSR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놓음으로써 가계부채 증가세를 성공적으로 억제해 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는 2017년부터 앞서 언급한 정책들이 효과를 내면서부터 가계부채 증가율은 서서히 둔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의 대출이 급증하고, 부동산 급등에 따른 주식과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소위 ‘영끌 투자’의 여파로 가계부채는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1분기 가계신용’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가계빚은 37조 6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4분기 45조5000억원보다는 증가폭이 줄었지만, 전년 동기 11조1000억 원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가계 부채가 1년 동안 153조원 폭증한 셈이다. 소강상태를 보이던 가계부채 증가율이 지난해 연말부터 다시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가계부채 총액도 1765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4년 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적한 가계부채의 문제점과 대응방안을 한번 되새겨보자. 첫째,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으며, 이대로 방치할 경우 대재앙 수준의 경제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 둘째, 가계부채의 총량이 국민이 감당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셋째, 그동안 가계부채와 관련한 대책은 은행 창구를 통한 대출 규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넷째, 가계부채 문제는 일관된 정책을 통해 부채 증가율을 경제 성장률 이하로 낮추면서 소득 증대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지적한 사항들은 4년여가 흐른 지금도 그대로인 상황이다. 달리 말하면 가계부채의 문제점이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금융위가 성과라고 자평한 ‘가계부채의 안정적인 관리’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물론 2017년 1분기~2020년 2분기 기간 동안 가계부채 증가율을 성공적으로 관리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부터 다시 2016년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고 말았기 때문에 절반의 성과 정도에 불과하다.

결론적으로 가계부채가 경제 정책을 펼치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인식하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로써 가계부채 문제는 대출 규제와 같은 단기 처방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진 셈이다. 이제부터라도 고통은 따르겠지만 경제의 구조조정을 통해 장기적으로 접근하는 방안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이원호 중소벤처무역협회 해외시장경제연구원 부원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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