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여인' 오은선 산악인, 인간개발연구원 조찬 세미나 강연

등산이든 경영이든 ‘자기 속도’를 지켜야 성공할  수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 극한의 처절함과 고통을 겪으며 깨달은 것은 ‘가장 큰 성공은 살아있다.’는 사실이다. ‘속도’, ‘열정’, ‘자신감’을 가지면 꿈을 이룰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다. ‘꿈은 도전하는 자의 것’이라는 것을 의미·가치 있는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HDI인간개발연구원 주최로 17일 서울 강남구 소재 소노펠리체 컨벤션 사파이어홀에서 열린 경영전략 조찬 세미나에서 오은선 산악인(사진)은 ‘등산이 나에게 준 것’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이 같이 호소했다.

‘철의 여인’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 오은선 산악인은 지난 1993년 고(故) 지현옥 등반대장이 이끈 등반팀 소속으로 한국 최초 여성 에베레스트 원정대원으로 참가해 고산 등반에 첫 발을 내딛었다.

그는 2004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를 여성 최초로 단독 등정한 데 이어 2010년 4월 27일 안나푸르나(8091m)에 오르며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마침표를 찍은 진정한 '산악 영웅'이다.

산악계 내부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등반이야기를 풀어낸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오 산악인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도봉산으로 소풍을 가면서 인수봉을 오르는 사람들을 멀리서 바라보며 '어른이 되면 꼭 한 번 오르겠다.'는 강렬한 소망을 품은 것이 ‘산’과의 인연을 쌓았고 대학 산악부에 들어갔다고 회상했다.

오 산악인이 목표로 삼은 곳은 에베레스트. 목표를 정하면서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고 돈을 마련하기 위해 눈높이 교사와 스파게티 가게도 했으나 잘 되지 않아 돈이 덜 들어가는 알래스카산맥의 주봉우리인 매킨리봉(6194m)으로 시동을 걸었다. 온갖 고통을 참아내며 매킨리봉 등반에 성공하면서 도전의식을 더욱 싹틔웠다고 했다.

“비용 문제로 에베레스트 단독 등반이 어려워 계명대와 행정적으로 조인해서 결국은 정상도전에는 성공했으나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고 계명대 등반대원도 돌아오지 못하는 ‘삶과 죽음’의 현장을 직접 봤지요. 저도 ‘죽음의 선’을 살짝 넘으면서 두려웠습니다. 등산을 하면서 6명 정도가 죽어가는 것을 경험하고 동상 등으로 고통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영광’ 뒤의 ‘삶의 처절함’도 동시에 느꼈습니다.”

오 산악인은 “에베레스트를 오르면서 당시 팀 또는 다른 산악인을 쫓아가지 않고 ‘내 속도’로 가다보니 먼저 간 사람을 앞지르기도 하고 끔찍한 일도 당하지 않았다”며 “당시는 몰랐으나 지금 생각해보면 남을 곁눈질하면서 추월하면 안 된다는 이치를 깨달았고 이는 경영인들도 마찬가지로 느낄 것”이라며 무모한 경쟁을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세계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오 산악인은 “성공하기까지는 수없이 많은 실패도 경험했다”며 “에베레스트 등정 성공 후 셀파(리마)가 ‘아마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도망’가 분노가 치밀었으나 나중에야 배신도 꼭 나쁘지만은 않고 삶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도 교훈으로 깨달았다”고 당시를 술회했다.

오 산악인은 에베레스트 등정 성공에 자신감을 얻고 오르고 싶은 꿈인 ‘K2(8611M)’를 오르기 위해 1단계로 시샤팡마주봉(8027M)과 초오유(8201M) 연속등반에 이어 2단계로 아마다블람(6865M) 등반, 3단계로 고소적응을 위해 초오유(8201M) 등반을 ‘얼음덩어리’와 ‘사투’를 벌이며 마쳤다. 목표를 향한 철저한 준비과정도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다.

꿈에 그리던 K2를 오르기 위해 ‘여성중심 원정대’를 꾸려 도전했다는 오 산악인은 “‘산악인을 위한 산’ K2를 오르면 14좌 완등 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남녀를 통틀어 세계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봉우리 8개를 1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파죽지세'로 오른 것은 열정과 자신감이 있었고 ‘나의 속도’를 지켰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히말라야 8000M 고봉 14좌 완등)가 인정한 ‘산악 영웅’ 오은선은 “메스너가 나에게 찾아와 짧은 기간에 8000M급 8개를 등정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라며 “인간의 한계 관점에서 나를 바라보고 자존감을 세워준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꿈은 도전하는 자의 것’이라는 사실을 경영인 모두가 늘 기억했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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