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 대중가요 평론가·한국콜마 연수원장
유차영 대중가요 평론가·한국콜마 연수원장

유행가 1곡은 7가지 구성요소로 완성된 예술품이다. 작사·작곡·가수·시대·사연·모티브·대중들의 삶 등의 요소다. 산 너울이나 동구 밖에 덩실한 나무를 베면, 모진 비바람눈보라를 견디어 이겨내면서 살찌운 나이테가 또렷한 것과 같다. 다만 촉각적이고 말초적인 멜로디에 얽은 육감적인 사랑·이별·낭만(浪漫, 물결처럼 일정한 모양과 리듬이 불규칙하게 퍼져나가는 듯한)을 표설(漂說)하는 노래는 예외다. 우리나라 대중가요 100년사는 우리민족과 나라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음을 누가 부인하랴. 우리의 근대사는 1876년 강화도조약으로부터 1945년 해방광복까지다. 뒤이은 1946년 미군정기를 시작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시간의 연속이 현대사다. 이 과정에서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은 우리나라(대한민국, South Korea)를 세계만방에 널리 알린 계기다. 이 시기의 서정을 얽은 노래가 김연자의 목청을 통하여 허공중에 메아리친 <아침의 나라>에서 이다. 서울코리아, 세계가 하나로 뭉치는 평화의 손길과 발길~.

모두가 다정한 친구처럼/ 모두가 다정한 형제처럼/ 우리의 가슴이 열리는 곳/ 오 서울코리아/ 사랑이 넘치는 거리에서/ 바람이 시원한 강변에서/ 일류의 꿈들이 피어난다/ 오 서울코리아/ 푸른 하늘에 나부끼는 깃발은/ 세계가 하나로 뭉쳐지는 평화의 손길/ 모이자 모이자 아침의 나라에서/ 모이자 모이자 우리 함께 달리자// 나라와 나라는 이웃처럼/ 나라와 나라는 가족처럼/ 두가 하나로 이어지는 곳/ 오 서울코리아/ 찬란히 떠오른 햇빛 아래 언제나 이 땅은 아름답게/ 지구의 미래는 밝아온다/ 오 서울코리아/ 푸른 하늘에 나부끼는 깃발은/ 세계가 하나로 뭉쳐지는 평화의 손길/ 모이자 모이자 아침의 나라에서/ 모이자 모이자 우리 함께 달리자.(가사 전문)

이 노래는 1986년 제10회 아시아경기대회와 1988년 9.17~10.2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제24 서울올림픽대회의 시대서정을 품은 유행가다. 아시아경기대회 개최 4개월여 전에 발표되었었고, 1988년 서울올림픽 주제가 공모전에 출품하여 결선에서 코리아나가 부른 <손에 손 잡고>에 밀린 곡, 결국 폐회식 때 불렸다. 1986년 5월 20일 지구레코드 음반 JLS-1201952, A면 1번 트랙. 시인 출신 작곡가 박건호(1949~2007, 원주 출생)가 노랫말을 짓고, 치과의사 출신 작곡가 길옥윤(1927~1995, 영변 출생)이 멜로디를 얽어서 엔카의 여왕 김연자가 불렀다. 2020년 미스터트롯에서 13세 초등학생 임도형을 빛나게 한 노래, <아침의 나라에서>.

노래 제목, <아침의 나라>는 피렌체 출신 영국의 작가·탐험가 A. 헨리 새비지 랜도어(A. Henry Savage-Landor, 1865~1924)가 1895년에 발표한 책, <고요한 아침의 나라>(Corea or Cho-Sen : The Land of the Morning Calm)에 소개된 우리나라다. 이 책은 탐험가·고고학자이기도 한 그가 일본을 거쳐 조선·중국을 경유 한 여행 중 우리나라 방문 때에 쓴 기행문이다. 모험 광 랜도어는 27세였던 1889년에 요코하마를 시작으로 극동지역과 오스트레일리아 여행을 했다. 일본을 거쳐 조선을 방문한 그는 민영환(1861~1905. 서울 출생, 호조판서 민겸호의 아들) 등 당시 권력가들의 초상화를 그리기도 하고, 조선 사람들의 생김새와 일상의 모습들을 스케치 했다. 이 책에는 그림들과 함께 조선인들의 다양한 문화에 대해 섬세하게 묘사했다. 책은 당시 외국인의 눈에 비친 조선의 단면을 볼 수 있는 기록이다.

서울 아시아경기대회는 1986.9.20.~10.5일까지 서울에서 열렸다. 이 경기는 1951년 인도 뉴델리에서 제1회가 개최된 뒤 1986년 제10회 대회가 우리나라 서울에서, 영원한 전진(Ever Onward) 이라는 표어 아래 27개국 4천8백여 명이 25개 종목으로 기량을 겨루었다. 이때 1만9천여 명의 각 분야 요원들이 잠실올림픽경기장을 중심으로 33개 경기장에서 활약한 결과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루었다. 이 대회에는 5만4천여 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였고, 우리나라는 금메달 93개를 획득하여 종합 2위를 했었다. 이 경기는 우리나라가 일본을 누른(종합 등위에서 이긴) 첫 대회였다. 아시아경기대회를 수행한 조직은 1982년 4월 23일 발족 된 서울 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SAGOC)가 시초이며, 이 조직위원회는 1983년 2월 서울올림픽대회조직위원회(SLOOC)와 통합된다. 사무총장1·사무차장3·본부장1·1실·13국·58과의 기구였다. 이 대회에 사용된 33개의 경기장 중 15개는 신설하였고, 54개의 연습장은 대부분은 각급 학교나 실업팀의 기존체육관으로 충당하였다.

<아침의 나라에서> 원곡 가수 김연자는 1959년 광주광역시 출생, 1974년 16세에 <말해쥐요>로 가수의 길로 들어섰다. 광주 수피아여고를 졸업하였으며, 우리나라 홍익기획·일본 YJK company 소속이다. 그녀의 대중적인 인기는 1981년 <노래의 꽃다발> 트로트 메들리 음반을 발표하면서다. 이후 <진정인가요>, <수은등>, <씨름의 노래>, <아침의 나라에서>, <10분 내로>, <아모르 파티>, <쟁이쟁이>, <천하장사>, <블링 블링> 등 히트곡을 이어간다. 김연자는 28세에 <아침의 나라에서>를 불렀다.

이 노래를 2020년 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 임도형(초등5, 12세)이 열창을 하여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도형이는 외할머니께 드릴 생일선물로 미스터트롯에 도전했다. 그는 <아침의 나라에서> 한 곡으로 단박에 유소년부 화제의 출연자에 등극했고, 이 곡은 아빠가 추천한 노래다. 그는 2017년 전국노래자랑 서산시 편에서 인기상을 받았다. 임도형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올하트를 받은 것이 정말 좋았고 기뻤다’며, 유소년부 남승민·정동원·홍잠원과 함께 팀미션 연습을 하면서 보냈던 시간을 가장 재미있었던 순간으로 꼽았다. 하지만 팀 미션을 마지막으로 탈락, 도중하차했다. 이를 속상해하며 눈물을 흘리던 임도형에게 마스터 군단이 피자 빵을 건넸고, 조영수 작곡가는 자신의 곡을 주겠다고도 제안했다. 하지만 당시 임도형의 대답이 압권이었다. ‘저는 아무래도 공부가 운명인 것 같아요.’마스터도, 시청자도 웃음이 터졌다.

유행가는 시대와 세대를 아우르고 햇볕과 그늘과 그림자를 동시에 품는다. 서양의 음악은 오선지(五線紙)에 걸쳐 있어야만 한다. 선율에 매력의 포인트가 있음이다. 하지만 우리의 노래는 가락과 음정이 오선지 밖으로 튀어 나와도 무방하다. 리듬과 가락도 중요하지만 감흥의 포인트는 노랫말(가사)이다. 이 노랫말에 대중들의 인생살이 삶을 얽고 있기 때문이다. 유행가는 민초들의 삶 그 자체로 빚은 막사발이다. 갈대와 칡넝쿨로 얽은 돛단배다. 세월이 가도 썩지 않는 보물단지다.

유차영 대중가요 평론가·한국유행가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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