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법학박사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법학박사

더 늦기 전에, 이재명과 이낙연 후보는 네거티브 선거캠페인을 즉각 폐기하고 아젠다와 집권능력의 승부수를 보여주어야 한다. 미국과 달리 한국 대통령선거에서 네거티브 선거전략은 역대로 잘 먹혀들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로 제17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집권당의 정동영 후보는 BBK 주가조작 사건 한방이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침몰시킬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정교함과 시대정신이 박약했던 이명박의 747 공약과 한반도대운하 건설에 제대로된 아젠다와 비전제시 없이 참담한 패배를 당했다. 제16대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도 이회창 후보에 대한 아들 병역비리 네거티브 선거 전략보다는, 매우 논쟁적이었던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선거 아젠다를 주도했던 결과로 보아야 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네거티브 선거로서 1988년 제41대 대통령선거에서 유력후보였던 민주당 마이클 듀카키스가 공화당 조지 부시 후보에게 20% 가까이 앞서다가, ‘윌리 호튼(Willie Horton)’ 사건 등의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의외의 참패를 당하고 만다. 당시 네거티브 선거의 후유증은 50.5%라는 최악의 투표율과 공화당 부시 정부의 4년 재임기간에도 치명적인 후유증을 초래했다.

공화당과 부시 진영의 네거티브 선거캠페인의 양태는 매우 집요하고 악마적인 해석과 편집을 자행하는 것이었다. 듀카키스의 부인 키티 듀카키스의 성조기 방화사건은 ‘1960년대 반전시위에서 키티가 성조기를 태운 사진을 보았다’는 부시 진영의 증거없는 중상모략을 퍼트린 것이 결국 듀카키스 후보를 반애국자로 모는데 성공했다. M1 애브람스 탱크 광고와 범죄자 ‘윌리 호튼 사건’ 활용 광고는 듀카키스를 미온적이고 소극적인 국방정책가로 폄하시키고, 메사추세츠 주지사 시절의 주요 업적을 실패작으로 둔갑시켜버렸다.

실제로 듀카키스 후보가 주지사로 있던 메사추세츠 주는 ‘죄수 주말휴가 제도’를 시행하고 난 후 강력범죄가 13% 이상 감소했고, 마약범의 체포율은 다섯배 이상 증가했으며, 수도인 보스톤은 살인범죄 발생율이 가장 낮은 도시로 뽑혔다. 그러나 부시 후보측의 네거티브 캠페인은 이를 졸지에 강력범죄를 방치하고, 미국의 고질적인 흑인과 인종범죄와의 관계를 악마적으로 해석ㆍ편집하여 듀카키스에게 치명타를 입혔다.

네거티브 선거캠페인에 대한 듀카키스의 소극적 대응은 부시 후보에게 승리를 헌납하다시피 했으나 부시의 승리는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대통령이 좋은 업적을 남기기 위해서는 선거과정에서 자신의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설득시켜야 한다. 집요한 네거티브 선거캠페인 결과 부시는 자신의 정책이나 국가에 관한 중요한 문제에 대해 아무 언급도 하지 못했다. 선거가 끝날 무렵 유권자들이 그의 정책에 대해 기억에 남는 말은 ‘제 말을 들으세요. 세금은 증액하지 않습니다’라는 말 뿐이었다. 결국 미국 경제는 매우 힘들어졌고 국민들은 부시에게 재선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5년 단임제의 한국 대통령선거는 과거를 심판하는 회고적 투표보다는 미래비전과 능력자를 선택하는 전망투표이기 때문에 네거티브 선거캠페인이 전가의 보도가 되지 못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ㆍ이낙연 후보는 현재와 같이 네거티브 선거캠페인으로 점철될 경우 본선에서 필요한 아젠다 생성과 집권능력의 비전을 선보일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양 측은 서로 충분히 정치적 내상을 입혔고 각각 어느 정도의 정당방어도 했다. 이재명은 선거 아젠다를, 이낙연은 집권능력의 승부수를 집어들 때가 되었다.

이재명 후보에게 예비경선의 집단구타는 결코 독약이 아니었다. 세기적 아젠다로 평가할만한 ‘기본소득’을 놓을뻔했다. 기본소득이라는 쉽지않은 개념과 용어를 시장 상인들도 거론하고 있었다. 코로나19의 재난지원금이 국회에서 합의되고, 생존과 공정 그리고 성장 세가지 모두가 고루고루 살펴져야 하는 이 시국에 기본소득ㆍ기본금융ㆍ기본주택이라는 단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궁금증과 관심을 갖게 한다. 향후 경선과 본선과정에서 기본소득론을 치열하게 토론하고, 현실적으로 보다 많이 보완되도록 아젠다 설정을 하는 것이 이재명 후보의 승부수다.

한편, 연 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명박ㆍ박근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거론한데에는 분명 ‘정치의 착오’가 있었다고 본다. 집권여당의 대표가 내밀 국민통합 카드는 사면 건의보다는 야당과 협치를 하고 대통령이 중도ㆍ보수진영의 국민을 위한 정책을 구사할 수 있는 통합정부를 건의하는게 훨씬 현실적이었다. 촛불혁명은 진보만의 승리라기보다 전국적 범위의 국민주도형 정치결단이었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공약으로 통합정부론은 매우 탁월했으나 현재까지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이에 통합정부론은 친문의 절대적인 지지를 필요로 하고 문재인 정부의 정통성을 이어가고자 하는, 이낙연 후보에게 집권능력을 보여주는 캐치프레이즈로 충분하다 하겠다.

이재명과 이낙연 후보를 권투선수로 비유하자면 전형적인 인파이터와 아웃복서다. 인파이터인 이재명 후보에게는 기본소득이라는 아젠다를 아웃복서인 이낙연 후보에게는 통합정부의 비전을, 각자의 체질에 맞는 처방전으로 정치훈수를 한다. 이재명과 이낙연 후보는 한국 여자양궁ㆍ중국 탁구ㆍ한국 여자골프와 같이 더불어민주당의 경선 경쟁력이 곧 본선에서의 당선과 같다는 자신감으로 큰 정치를 하길 바란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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