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파란 하늘에 때이르게 잠자리떼가 나타났다. 어린시절 잠자리 잡던 추억이 떠오른다. 잠자리는 커다란 겹눈을 가지고 있어서 전후좌우 거의 360도를 살필 수가 있다. 잠자리를 손으로 잡으려면 앞이나 옆으로 접근해서는 잡을 수가 없고 뒷쪽에 약간 남은 사각지대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이 역시 성공가능성은 매우 낮다. 잠자리 겹눈은 약 30,000개의 홑눈으로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 눈이 머리통의 대부분을 덮고 있어서 일종의 고성능 레이돔 기능을 한다. 잠자리는 이 겹눈 덕분에 먹이를 잡아먹고 재빨리 위험을 피하며 살아간다. 눈이 보배인 것이다.

아프리카 깡총거미는 8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동그랗고 새까만 눈 여덟개가 머리통에 일정간격으로 달려있다. 눈이 뒤통수에까지 달려있으니 당연히 360도를 모두 살필 수 있다. 먹이가 나타나거나 위험한 생명체가 나타나면 눈깜짝할 사이에 깡총뛰어서 대처한다. 역시 이 특이한 눈 덕분에 생존해 가능한 것이다.

토끼 고라니 사슴같은 순한 동물은 두개의 눈이 머리통 옆에 달려있다. 고개를 좌우로 조금씩만 돌려도 사주경계가 가능하다. 호랑이나 사자같은 맹수들은 눈이 머리통 앞에 몰려있다. 맹수들은 공격당할 일이 별로 없으니 사주경계의 필요성도 적은 것이다. 말은 맹수가 아니기 때문에 눈이 머리통 옆에 달려있다. 고개만 조금 돌리면 사주경계가 가능하다. 그런데 경주마는 눈가리개를 하고 있다. 옆은 볼 수 없고 앞만 볼 수 있도록 고안된 눈가리개다. 눈가리개를 씌워놓으면 세상 대부분은 사각지대로 바뀌고 만다. 오직 앞만보고 달려야 한다.

요즘 경주마처럼 눈가리개를 쓰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쪽만 쳐다보다 생긴 증상이다. 세상은 복잡하고 변화는 빠른데 시야가 좁아서 좌우가 안보이니 상황판단이 제대로 되질 않는다. 개인도 조직도 눈을 제대로 뜨고 360도를 빈틈없이 잘 살펴야 기회를 잡고 위험을 피해갈 수 있다. 그런데 시야가 가려있으니 온갖 사고가 그칠 날이 없다. 예를들어 군관련 사고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불량급식 사고가 나서 시끄럽더니 성추행사고를 덮으려다가 일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말았다. 해외에 파견나가 있던 청해부대는 코로나확진자 발생으로 부대원 전원이 철수하는 새로운 흑역사를 남겼다. 심지어는 철수한 부대원들이 격리된 장소에 불량급식품을 공급하면서 말썽이 나자 업체를 바꾸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야당은 국방부장관을 사퇴시키라고 아우성이지만 과연 국방부장관이 모든 책임을 질만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크고작은 일에 청와대가 직접 간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 장병들이 지휘관이나 국방부장관을 보고 움직여야 하는데 청와대를 먼저 바라보고 있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는데 정부대책이 나올 때마다 더 큰 혼란이 생기고 있다. 근본이 되는 문제를 찾아서 해결할 생각을 하지않고 대증요법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장관을 바꾸어봐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장관에게 별다른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방역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보다는 청와대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특히 조금이라도 성과가 나면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홍보를 해왔다. 그러니 코로나관련한 일이 불거지면 모두 청와대를 쳐다보게 된다. 요즘 백신부족이 문제가 되자 그 책임을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질병관리청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경제문제도 간단치가 않다. 코로나방역에 매달리는 사이에 소상공인들은 무너지고 있고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종소벤처기업부장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청와대가 소주성 최저임금제 탈원전정책의 고삐를 쥐고 있는데 경제부처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다.

도대체 원인이 무엇일까? 청와대에 권력이 집중되어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5년단임제를 채택한 이후 역대정권이 모두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금 대한민국은 일반국민도 기업인도 공무원도 청와대만 바라보는 경주마 신세가 되었다. 각자 자신의 업무를 자율적으로 하고 만약 문제가 생기면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책을 찾아야 하는데 모두 청와대만 바라보고 있다. 정부에 여러 부처가 있고 전문기관들이 있지만 지금은 존재감이 별로 없다. 국민은 누가 어느 부처 장관인지도 잘 모른다. 국정수행의 주역은 공무원들인데 요즘은 모든걸 청와대가 간여한다.

모두 제왕적 대통령제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민주공화정 제도는 삼권분립이 기본이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지금 삼권분립이 균형을 잡고있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법원장과 국회의장도 대통령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대통령 5년 단임제가 계속되는한 대한민국의 모든 일은 청와대가 관장할 수 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청와대 수석들의 위세가 지금처럼 강한 적은 없었다. 수석은 고사하고 비서관들의 위세도 만만치않다. 대한민국이 살려면 청와대가 가진 무소불위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

요즘 여야 대권후보들의 윤곽이 어느정도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청와대 권력을 분산시키겠다는 발언이 없다. 대통령이 되면 강력하게 폐단을 바로잡겠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제는 강력한 대통령이 나올까 겁부터 난다. 지금도 제왕적 대통령소리가 나오는데 더 강력한 대통령이 나오면 국민은 매일같이 청와대만 쳐다보며 살게될 것이다. 국민은 경주마가 아니다. 정치걱정하지말고 각자 자기 일을 할수 있게 자율성을 주어야 한다. 국민이 정치에 과도한 관심을 갖지않아도 나라가 잘 돌아가는게 좋은 정치다. 국민과 기업에게 씌워진 경주마용 눈가리개를 벗겨줄 후보가 있다면 그 사람에게 시원하게 한표 던지고 싶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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