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임금인상률 25% vs 5.5%로 격차 커
노조 쟁의조정 준비중…파업땐 수출길 막막

HMM의 1만6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HMM의 1만6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최대 실적 행진을 하고 있는 국적 선사 HMM이 임금단체협상 난항으로 파업 갈림길에 섰다. 현재 노사가 임금인상률과 격려금을 두고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협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HMM이 파업에 나설 경우 해상 운임 급등세까지 더해져 국내 수출 물류대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 노사는 올해 임단협에서 각각 25%, 5.5%의 연봉 인상률을 제시하며 입장차를 보였다. 이에 HMM 육상노조는 지난달 29일 오후 대의원 회의를 열고 찬반투표를 통해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 신청을 하기로 했다. 노조는 중노위 조정에 실패할 경우 다시 찬반투표를 열어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

별도로 임단협을 진행하는 해원 노조(선원 노조)도 다음 달 3일 예정된 3차 교섭 등에서 타결이 안 될 경우 중노위 조정 신청에 나설 방침이다. 중노위 조정이 소득 없이 끝날 경우 육상노조와 함께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HMM 노조가 이 같은 파격적인 인상안을 요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10년 이후 해운업계가 극심한 불황에 빠진 이후 HMM 노조는 구조조정과 임금 동결 등으로 회사 살리기에 동참하며 고통의 시간을 함께 했다. 이후 HMM은 직원들의 노력과 코로나19 등에 따른 해운 환경 변화, 해운 재건 5개년 계획 등에 힘입어 지난해 1조원에 가까운 영업수익을 올리며 부활에 성공했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도 1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는 이러한 성과를 희생에 동참한 직원들과 공유해야 한다며 낮은 임금은 인력 이탈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1년 반 동안 총 141명이 퇴사했고, 세계 2위 선사 MSC가 HMM 직원들을 겨냥해 연봉 2.5배를 내세우며 한국인 선원 채용 공고를 낸 것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사측은 채권은행이자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채권단은 HMM에 투입된 공적자금이 출자전환과 영구채 직접 지원 등을 합쳐 3조8000억원에 달한다며 축포를 터트리기엔 이르다고 HMM을 압박하고 있다.

HMM 파업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SCFI는 지난달 30일 전주 대비 96.24포인트 오르며 사상 최고치인 4196.24를 기록했다.

이에 국내 수출기업들은 HMM 임단협 상황을 지켜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국내 유일의 대형 컨테이너 선사인 HMM 파업 시 국내 기업들의 수출길이 완전히 막혀 물류대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앞서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2016년 초 105만TEU에 달했던 한국 선복량은 2016년 말 46만TEU로 떨어져 국내 기업들은 극심한 물류난을 겪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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