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법학박사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법학박사

“수신제가 못한 사람이 치국평천하?”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페이스북에 여야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동시에 저격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이어서 “미국 대선의 예를 보면 외간 여성과 같이 요트를 탄 사진 한 장만으로도 도중하차 할 정도로 대통령의 도덕성은 엄격하다”라며 “대통령의 자격요건 중 그 첫째가 수신제가다. 수신제가도 못한 사람이 치국평천하를 하겠다는 것은 지나간 소도 웃을 일”이라고 꼬집었다.

공직자의 도덕성을 중요시하는 한국 정치문화에서 후보자의 투명성과 결벽을 강조하는 홍의원의 말이 맞긴 하지만, 그가 말한 수신제가는 우리들의 상식과는 달리 엉뚱하게 인용된 잘못된 관행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의 참뜻을 제대로 알게 될 때, 네거티브 선거캠페인에 여념이 없거나, 갓 입당한 초년생처럼 좌충우돌하는 지금의 대권주자들에게 깨달음과 옳은 방향을 제시하게 된다.

모든 포털서비스에서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의 본뜻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상식이라 전제하면서 유교 경전인 사서(四書)중 대학(大學)에 나온 말이라며 한결 같이 소개들 하고 있다. “자신의 몸을 잘 수양하고 집안을 안정시킨 후에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한다”는 뜻이라고들 한다. 과연 자신의 집안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 바로 치국평천하를 한다는 말이 상식과 사리에 맞는 말인가.

수신제가 중 가(家)에 대한 엄청난 오해를 지적한다. 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면서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의 가(家)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의 가(home, house)가 아니고 school, 학파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정당 또는 정파라고 운을 떼면 처음엔 놀란다. 가(家)를 가정의 평화를 이야기하는 가(家)로만 생각하다가 학파·스쿨·정파 등으로 해석되어 지자 새로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회과학 박사들에게 “여러분의 논문이 각 분야에서 문제의식과 분석 및 관찰 그리고 대안 제시를 하는 수준에 이르면, 그 해법이 같거나 비슷한 경우 일종의 학파(school)가 형성된다. 고대 중국식 표현으로 유가·법가·묵가 등 일가를 이루는 것과 다름 없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들이 쓴 사회과학 논문들이 우리 사회의 각각의 분야에서 그 기량을 발휘하고 주도해 나가는 학파 내지 일가를 이루라는 덕담이기도 하다.

춘추전국시절 백가쟁명의 가(家), 즉 학파들이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하는 다양한 해석과 해법을 내놓았다. 예를 들어 덕을 최대의 덕목으로 삼고 있는 공자의 유가(儒家)와 법으로 나라를 다스려야지 평천하한다는 법가(法家), 그리고 애(愛)가 중심이었던 묵가(墨家) 등이 있었던 것이다. 수신제가의 가는 유가·법가·묵가 등의 가(家)를 칭하는 것이다.

이야기를 원점으로 돌아가서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를 설명한 대학을 보면 수신(修身)에 이르는 과정이 도덕적 인격 함양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학문과 지식을 닦는 것에서 출발하고 있다. 즉 격물치지(格物致知)에서 비롯되는데 이는 만물의 이치를 철저히 연구한 이후에 지식이 지극히 됨을 이르는 말이다. 도덕적·인격적 차원과는 다른 요즘의 말로 인문학적 지식과 사회과학인 것이다. 수신제가를 정치에 도입해서 해석하면 자신과 집안을 잘 다스리라는 뜻이 아니라, 정책과 이념을 갈고 닦아 정치를 생산하라는 말이다. 수신제가는 자신과 가정의 안정이 아니라 정책의 완성과 정치의 주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가화만사성과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의 가(家)를 각각 house와 school로 명확히 구분할 때, 집안을 안정시키면 치국평천하를 할 수 있다는 어리석은 해석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수신제가의 가를 세상의 이치와 치국평천하를 하는 연구와 그 일가를 이루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에 대해서 많은 유학자들이 파격적인 동의를 해주었다.

요컨대 정치권에서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는 정책과 애국애민이 정치의 첫 도입부이자 본질적인 것임을 명백히 하는 말이다. 인사청문회에서 자주 등장하는 홍준표식의 수신제가의 인용은 도덕검증이라는 다른차원의 용어로 대체하여야 한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는 정책대결로 대통령선거에 임하라는 방향 제시를 주는 매우 훌륭한 동양 철학의 명구절이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법학박사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