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안부를 물었더니 술 담배 당구 골프 모두 끊었다고 한다. 그럼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물었더니 귓속말로 '거짓말하는 재미' 로 산다는 것이다. 거짓말로 남을 속여보니 이게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고 깔깔댄다. 어쩌면 이 말도 거짓일지 모른다. 인간은 본래 거짓말을 하는 존재다. 나는 평생동안 거짓말을 한번도 안하고 살았다고 말하는 순간 거짓말한게 하나 더 추가된다는 말까지 있다.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인간이 생존해가기 위한 방어기제라고 주장하는 심리학자도 있다.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데 매번 자기의 속마음을 모두 털어놓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이다.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거나 인간관계를 위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않는 거짓말까지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선의의 거짓말도 있다. 의사가 암환자에게 충격을 주지않기 위해 일정기간 정확한 정보를 주지않는 경우다. 가난했던 시절 자식들에게 더 먹이려고 엄마는 배가 안고프다고 거짓말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거짓말은 '하얀 거짓말'이라고 한다. 여기에 비해 '새빨간 거짓말'은 자기 이익을 챙기기 위해 남을 속이는 것이다. 사기꾼이 하는 거짓말이 바로 새빨간 거짓말이다. 없는 일을 그럴듯하게 꾸며서 감쪽같이 속인다. 사기꾼보다 더 뻔뻔한 거짓말이 난무하는 곳이 정치판이다. 여당과 야당끼리 서로 속이는게 아니라 국민을 속인다. 선수들끼리는 잘 안속으니까 선량한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가짜정보 생산을 잘하는 사람을 선거전략가 또는 선거책사라고 우대한다. 

선거때 거짓뉴스가 판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확산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정보는 취재와 검증에 시간이 걸리지만 거짓뉴스는 한 두사람의 머리 속에서 나오기 때문에 생성시간이 짧다. MIT경영대학 시난 아랄교수가 지난해 트윗 450만건을 분석해 보았더니 가짜정보의 확산속도가 진짜정보보다 약 6배정도 빠르다고 밝혔다. 빠른것이 느린것을 이기는 초가속시대에 거짓뉴스가 위력적인 가장 큰 이유다. 

둘째, 거짓뉴스가 더 쇼킹하다. 있는 사실 그대로가 아니라 각본을 쓰고 그럴듯하게 각색을 한 것이니 더 흥미진진하게 꾸밀 수가 있는 것이다. 거짓뉴스는 흥미진진하기 때문에 이를 처음 접한 사람은 반드시 남에게 전파하게 된다. 가짜정보는 확산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광범위하게 확산된다.

셋째, 개인이 검증하기가 어렵다. 거짓뉴스는 풍문으로 돌아다니기 때문에 확인할 길이 없다. 물론 일정시간이 지나면 확인되지만 이때는 이미 상황이 끝난 다음이다. 사기꾼의 말이 거짓이라는 걸 알았을 때는 이미 사기를 당한 뒤인 것과 똑같은 이치다.
선거때만 되면 정치권에 거짓뉴스가 나타나는 것은 바로 이런 거짓뉴스의 오묘한 특성 때문이다. 거짓뉴스 때문에 특정후보를 찍었는데 선거이후에 그 사실이 밝혀져도 이를 되돌리기가 쉽지않다. 대개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선에서 거짓뉴스의 역사적 사건은 제16대 대통령선거에서 있었던 이회창후보에 대한 김대업의 병역비리 폭로사건이다. 직업군인 출신인데다 의무부사관으로 근무한 그가 위조서류와 테이프를 들고 나오자 많은 사람들이 속아넘어갔고 심지어 대다수 언론까지 속아넘어갔다. 이 거짓뉴스는 김대업이라는 사람이 흑심을 품고 저지른 가짜라는 것이 밝혀졌고 재판을 통해 형사처벌까지 받았지만 이미 선거는 끝난 뒤였다. 선거전략가들은 바로 이런 사건에서 못된 교훈을 얻은 것이다. 투표일까지만 속이면 된다는 교훈이다. 그후 벌어진 대통령선거 그리고 국회의원선거에서 여야 가릴 것 없이 거짓정보 활용을 자행하였다. 선거전략으로 뿌리를 내린 것이다. 흑색선전, 마타도어, 찌라시전술등 거짓정보 유포를 뜻하는 말들이 모든 선거에서 난무하였다.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 선거에서만 나타나는게 아니라 미국 영국등에서도 나타났다. 트럼프가 첫번째 대통령선거에 출마했을 때 그의 선거책사는 거짓정보를 잘 활용하면 미키마우스도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다고 속삭인 사람이었다.

디지털문명시대가 열리자 사람들은 디지털민주주의에 큰 기대를 걸었다. 모든게 빠르고 투명해지기 때문에 정치문화도 한단계 올라설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주민이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아테네방식이 정보기술 덕분에 살아났다고 좋아하는 사람까지 생겼다. 디지털참여민주주의가 새로운 희망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모든 문명은 명과 암이 있게 마련이고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역시 정치꾼들은 선거전후의 시차를 활용한 거짓뉴스 전략을 발굴해서 교묘하게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민주주의를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대선이 몇개월 밖에 남지않았다. 이번에도 여야정치꾼들은 거짓뉴스를 적극 활용할 것이다. 가짜뉴스로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는 세상이 오게해서는 안된다. 선거관리위원회도 기존 언론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무엇보다 유권자들이 가짜정보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도산 안창호선생의 말씀을 되새긴다. "우리가 나라를 잃은 것은 힘이 없었기 때문이며 힘이 없었던 것은 단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결하지 못했던 것은 서로 믿지 못했기 때문이고 서로 믿지 못했던 것은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다"  

진정 나라를 위한다면 꿈에서라도 거짓말을 하지말라던 도산선생의 이 말씀을 명심하여 다음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희망도 커진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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