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까지 24조 순매도…이달에도 9거래일째 '팔자'
델타변이·테이퍼링 우려에 달러 등 안전자산 선호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외국인의 '팔자' 행진이 멈출 기미가 없다. 최근 8거래일 연속 매도 '폭탄'을 던진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도 2000억원대의 매도 우위를 보이며 코스피 주식을 팔아치웠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과 미국의 조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우려에 따른 달러 강세가 외국인의 한국 증시 이탈을 부추기며 주가를 끌어내리는 모습이다. 

2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37.32포인트(1.20%) 내린 3060.51에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13.27포인트(0.43%) 오른 3111.10에서 시작해 3118.76까지 올랐지만, 이후 내림세로 돌아서 하락 폭을 키웠다.

외국인은 전날(3267억원)에 이어 이날에도 2600억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이로써 외국인은 9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보였다. 

올해 들어 외국인들은 연일 한국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1~7월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닥에서 순매도한 금액은 23조9932억원에 달한다. 이는 작년 연간 외국인 순매도 금액(24조8147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을 떠나는 배경으로는 델타변이에 의한 코로나19 재확산 여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테이퍼링 우려와 이에 따른 달러 강세 등이 꼽힌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경제 회복세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큰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수는 14만893명으로 2주 전보다 47% 증가했다. 일일 평균 사망자수는 809명으로 2주 전보다 97% 증가했다.

델타 변이 확산 기조에다 연준이 올해 안에 테이퍼링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외국인들의 달러 등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부채질했다. 

연준이 공개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대부분의 회의 참석자가 "올해 자산 매입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시장 참가자들은 미 연준이 오는 26일부터 열리는 잭슨홀 심포지엄 또는 9월 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에 대한 추가 시그널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연준 일정과 운영상의 고려사항으로 11월에 테이퍼링을 시작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조기 테이퍼링 우려에 원달러 환율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연초 달러당 1082원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현재 1170원대로 치솟은 상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 11분 현재 전날 종가보다 1.7원 내린 달러당 1174.5원에 거래되고 있다. 환율은 전날보다 0.3원 오른 1176.5원에 출발해 곧 하락세로 전환했다. 전날 8.2원 급등 여파에 이날은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여기에 최근 중국 정부의 자국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에 대한 초강력 규제·제재로 중국 증시가 휘청거린 것도 위안화 등 신흥국 전반의 통화 약세와 달러 강세로 이어지면서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에서 자금 유출을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는 앞으로 외국인이 국내 증시로 돌아오려면 '원화 약세·달러 강세' 현상이 진정되고 중국 정부의 규제 관련 불확실성도 해소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국내 증시 복귀 여부의 관건은 한마디로 통화 가치 안정"이라며 "원화도 중요하지만 전반적인 달러 강세가 꺾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규제 이슈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외국인 자금의 신흥국 증시 이탈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경제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를 고려한다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중국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가 곧바로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