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법학박사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법학박사

한국의 정치시계는 천운을 타고 난듯하다. 극심한 불평등과 반자연적 재앙의 과거를 역사적 쇠망치로 종결짓고, 새로운 세기적 대전환의 시대를 인류 모두에게 눈으로 보여주는 코로나19의 시간에 한국 대통령선거가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싫어하지만 결코 정치를 멀리하지 않는 모든 한국인들이 중차대한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이 시기는 정말 타이밍이 좋다. 중요한 시기에 대한민국의 최고지도자로서 필요한 대통령이 선출되었으면 좋겠다.

대전환의 시대정신을 정확히 읽고 이를 해결할 능력과 정통성을 갖추는 자가 대통령이 된다면, 상당 부분 위축되고 주춤하였던 대한민국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본다. 지금 우리가 처한 위기의 본질은 불평등과 갈등, 그리고 불안전이다.

첫째, 언제부턴가 정치·사회적 문제해결에 있어서 국가와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높아지고 동시에 개인·시민들의 자유와 권리 확대를 주장하는 이율배반적 사고의 모순을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정치철학이 필요하다. 둘째, 현실성있는 시대인식 즉 코로나19 이전 이후로 구분되는 사회변동과 MZ세대의 비전제시를 포함하는 새로운 질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새로운 정치철학과 사회적 합의는 우리 사회의 대전환 즉 패러다임의 변화이다. 정치지도자는 패러다임의 변화 즉 사회변동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기본적으로 일치하고 있어야 한다. 지금의 한국에 필요한 통치 및 국정철학과 정치철학에 대한 이해가 없는 지도자는 대통령선거의 경선과정에서 1차적으로 걸러져야 할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가치충돌의 시기로 세대·성별·계급·계층·지역·산업 등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상호간 ‘양보할 수 없는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많은 정치인들이 국민통합을 공약하고 시도했지만 현재 한국사회의 분열 구조로는 사실상 국민통합을 달성할 수 없으며 장기적 과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현재의 구조속에서는 통합을 말하기 보다 소통과 설득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설득 없는 소통은 일방적 전달 또는 강요로 받아드려 질 수 있다.

새로운 정치 철학과 사회적 합의를 공유하고 소통과 설득을 통해서 통합을 견인할 수 있는 개인적 능력이 대한민국 최고 정치 지도자로서 대통령이 갖추어야할 첫 번째 조건이다. 실력·정책·아젠다·커뮤니케이션의 개인적 능력은 정치적 정통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진보와 보수 각각의 진영에서 새로운 계승자로서 경선 승리를 할 때 정치적 정통성을 갖게 되고, 최종적으로 절대다수의 국민의 선택을 받는 본선은 제20대 대통령으로서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한다.

최근의 한국 민주주의는 촛불혁명에서 재점화되었다. 정권 재창출이든 정권교체이든 차기 대통령에게 최소한의 정치공약으로 통합정부의 구성을 권한다. 촛불혁명은 진보만의 승리라기 보다 전국적 범위의 국민주도형 정치결단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공약으로 통합정부론은 매우 시기적절하고 탁월하였다. 야합형 공동정부가 아닌 협치형 통합정부론은 지나간 시간과 무관하게 아직 유효한 공약이다.

이제 한국정치에서 경제와 북한 문제 만큼은 정쟁의 영역에서 벗어난 곳으로 자리이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통합정부에 대한 대통령의 정치력 발휘는 양극단의 대결구도를 끊으며 대한민국 정치사회의 새로운 주류를 등장시키고, 한반도 평화·개헌과제까지 추가적으로 완수·완성하는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통합정부는 국정운영의 수단이라기 보다 한국 민주주의의 완성도를 높이는 좌표라 하겠다.

요컨대, 한국 민주주의는 성문화 되지 않은 관용과 절제라는 두가지 규범이 작동되어야 한다. 정당이 상대 정당을 정당한 경쟁자로 인정하는 상호관용과 이해가 있어야 하며, 여당이든 야당이든 제도적 권리를 행사할 때 신중함을 잃지 않는 자제가 필요하다. 관용과 절제는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연성가드레일로 기능한다. 정치철학과 리더십이 여기까지 미치는 대통령이 선출되길 다시 한번 고대한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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