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대한민국 공군수송기 C-130J 두대와 다목적 공중급유기 KC330 한대가 지난 8월25일 카블공항 활주로를 힘차게 날아 올랐다. 순간 긴장감이 가득찬 기내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이들은 손에 태극기를 쥐고 있었다. 기내에는 그동안 대한민국과 관련된 기관과 기업등에서 일하던 아프가니스탄인 391명이 타고 있었다. 역사상 처음 이루어진 해외 협력자 구출작전이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 주재 한국대사관과 파견부대 근무자, KOICA 협력자, 직업훈련원, 병원, 건설현장 근무자등이었고 탈레반치하에서는 목숨이 위험한 사람들이다. 

미국을 포함한 여러나라가 그동안 자국에 협력해온 아프가니스탄인들을 구조하기 위한 작전을 벌였다. 모두 목숨을 건 위험한 작전이다. 카블공항 주변에는 무장한 탈레반이 지키고 있고 이착륙하는 비행기는 언제라도 피격당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탈레반의 미사일을 피하기위해 조종사는 고고도에서 급강하 착륙하는가 하면 미사일을 따돌리기 위해 플레어탄을 쏘면서 비행을 할 정도였다. 이번 구출작전명 미라클(miracle)이 말해 주듯이 기적같은 일을 만들어내야 하는 위기상황이었다. 아프가니스탄 함락직전 우리대사관 직원들과 현지 교민은 인접국가인 카타르로 긴급 철수하였다. 이때 구조를 요청한 현지 협력자들에게는 다시 돌아와 구출하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그후 대사관은 외교부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구출할 대상자들을 그룹별로 묶어서 비상연락망을 만들고 탈출할 방법을 협의하였다. 

카타르로 대피해있던 김일응공사참사관은 외교관 4명과 함께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다시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카블을 탈출한지 일주일이 된 시점이다. 이들은 구조대상자들과 함께 주거지역에서 은밀히 빠져나와 카블공항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상황을 진두지휘하였다. 곳곳에 탈레반 검문소가 있고 실제로 검문에 걸려 공항진입이 좌절될뻔하기도 하였다. 일행이 탄 버스가 탈레반의 검문에 걸리자 현지 사정에 정통하고 미국측과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김공사참사관의 기지와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넘겼다. 현지 외교관의 목숨을 건 이런 헌신덕분에 공항진입의 기적이 가능하였다. 

이번 작전에 투입된 수송기는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소속이다. 우리 공군이 보유한 수송기중에는 가장 크고 가장 뛰어난 성능을 지녔다. 공군은 이 수송기 내부 의자를 모두 걷어냈다. 사람을 한명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서였다. 공군은 이번 작전에 특수요원인 공정통제사(CCT)를 참여시켰다. 공군 공정통제사는 전시에 적진에 미리 침투하여 아군 공수부대가 작전할 수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상황을 관리하는 최정예 특수부대다. 요즘 국내  방송에 나오는 '강철부대' 출연 요청이 왔을 때 보안을 이유로 출연을 거절한 부대다. 한마디로 강철부대중의 강철부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부대원이 투입되었다는 것은 카블공항의 상황이 그만큼 위험했다는 반증이다. 외교부 국방부 공군부대는 한치의 빈틈도 없이 공조하며 완벽하게 작전을 수행하였다. 물론 막후에는 정보기관의 활약이 있고 한미공조가 있었다. 숨막히는 작전끝에 이들은 무사히 카블공항을 이륙하였다.  

이들을 태운 공군수송기는 8월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하였다. 미라클 작전의 완벽한 성공이었다. 이번 작전에 미국도 찬사를 보냈고 다른 나라들도 부러움을 감추지않았다. 미국을 포함해서 유럽국가들과 일본도 구출작전을 펼쳤지만 가장 돋보이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라클작전이었다. 일본은 항공자위대 수송기를 급파했는데 구출목표 500명중 단 10명을 구출하는데 그쳤다. 이번 미라클작전 성공은 전세계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각인시킨 역사적 의미가 있다. 불과 70년전 대한민국은 아프가니스탄의 현재 모습을 방불케하는 혼돈의 나라였다. 3년간의 6.25전쟁은 온 국토를 폐허로 만들었다. 한국인들은 외국의 원조로 목숨을 이어나갔다. 이런 나라가 눈부신 경제발전을 하고 민주국가로 성장하여 이제 해외에서 긴급상황이 발생하자 자국민 뿐만 아니라 협력자들까지 구출하는 나라가 된 것이다. 

많은 외국인들에게는 이번 구출작전이 미라클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눈부신 발전모습이 미라클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 외교공관이 나가있고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교민들도 전세계에 뿌리내리고 있다. 수많은 현지인들이 우리와 교류하고 협력하고 있다. 이들에게 이번 미라클작전은 엄청난 의미를 주고 있다. 대한민국은 의리를 존중하고 약속을 지키는 나라라는 것을 확인시킨 것이다. 대한민국은 경제적 이익만 추구하는 나라가 아니라 국적불문, 인종불문, 종교불문 생명과 인권을 소중히 여기는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세계 각국에 있는 교민들에게는 엄청난 자긍심을 심어주었다. 우리나라는 이미 외국의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해주는 나라로 바뀌었다.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우리와 협력한 현지외국인의 생명을 구해주는 나라가 된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전세계 많은 나라들에게 벤치마킹 대상 국가다. 이번 미라클 작전으로 다시 한번 이 사실을 입증하였다. 이번 미라클작전에 참여한 군인과 외교관 그리고 국익을 위해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무명의 정보요원들은 이 시대 대한민국의 진정한 영웅들이다.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힌 이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미라클작전으로 확인된 우리나라의 위상과 국격을 잘 이어가야 한다. 이번에 구출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새삶도 잘 돌보아야 한다. 우리는 미라클 코리아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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