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법학박사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법학박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선 경선을 보면서 느끼는 분명한 한가지는, 어떠한 형태이든 국민참여경선이 정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후보가 되었던 2002년, 민주당에게 미국과 같은 국민참여형의 대통령 후보 공천방식을 도입하라는 주문을 하면서 겪었던 답답함을 돌이켜볼 때, 이 분야의 전공학자로서 감회가 새롭다. 아직도 개방성·지역별 가중치 부여 등 미진한 것이 많지만, 현재 진행 중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국민경선을 경선의 주체인 국민의 입장에서 관람·관찰하며 중간평가를 할 시점이 되었다.

◆ 강해진 프라이머리, 약해진 정당

국민의힘 선관위가 역선택을 놓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는 한국 민주주의 성숙도의 민낯이 되기에 보고 있기 민망했다. 역선택이란 최근의 정당민주주의 트렌드, 특히 대통령 후보경선에서 사라진지 오래된 개념이자 용어이다. ‘강해진 프라이머리, 약해진 정당’이 대통령 후보 선택의 추세다. 오픈프라이머리와 개방형공천시스템이 강화될수록 ‘약해지는 정당리더십’이 정상적임을 인식해야 한다.

대의정치의 주체이자 중심이었던 정당을 국민 참여의 광장으로 탈바꿈 시켜 가는 것이 현대정당정치의 좌표이다. 미국 켈리포니아에서는 탑투(Top two)프라이머리 공천을 실시하고 있는데, 당원 또는 정당지지의사와는 무관하게 지역주민들이 민주당과 공화당 소속정당과도 상관없이 두명의 후보를 공천하여 11월에 치러지는 본선거에서 최종선택을 받게하고 있다. 세계 민주주의의 보편적 상식과 수준이 여기까지 와 있음에도 국민의힘 선관위가 역선택이라는 올드 개념을 놓고 갑논을박을 하고 있어서 많이 답답했다.

비유컨대 축구·배구·농구 등 각종 스포츠의 룰이 세계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비슷하듯이, 민주국가의 정당 대선 룰도 서로 비슷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경선방식을 반면교사로 삼는 것에 결코 주저할 필요가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본선경선 6명의 예비경선조사때는 당헌·당규에 따라 민주당 지지자와 무당층만으로 조사했다. 그러나 최종후보로 뽑는 선거인단 모집때는 지지정당을 묻지 않는다. 본선에 나갈 대통령 후보는 당심보다는 민심의 지지를 받는 후보여야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경우 선관위와 후보자간에 타협으로서 일반국민을 제한하고 있다. 앞으로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후보군이 형성되기 이전에 미래의 경선룰을 미리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

◆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의 역할 평가와 과제

양당 선거관리위원장 역량의 중간평가는 냉정·솔직하게 더불어민주당의 이상민 위원장에게는 축하박수를, 정홍원 위원장에게는 낙제점을 드린다. 정치판에서 5선의 이상민과 최상위의 관료출신 정홍원 간에 경륜과 경험 차이일 수도 있으나, 최종평가에서는 180도 뒤집힐 수도 있다고 본다.

국민의힘 역선택 논쟁의 실체는 경선룰의 공방이라기 보다는 정치공세적 성격이 짙었다. 역선택 방지조항을 적극 주장하는 윤석열후보 측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홍준표의 지지률을 역선택의 결과로 폄하하고 있는 정치공세일 수도 있다. 또 역선택방지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던 최재형후보의 경우 갑자기 경선준비위원회에서 마련한 원안을 유지하자고 급선회하면서 정홍원 위원장이 졸지에 사면초가의 신세가 되었다. 향후, 혼란과 곤혹 속에서 위원장직 사태의 카드를 만지는 것보다는 제1야당의 대통령 경선을 지켜내겠다는 사명감을 갖기를 독려한다. 동시에 정당에서 경선 룰은 참여하는 후보자가 고객이자 주체라는 것을 감안하고, 만약에 불가피한 사정이 생기더라도 후보자들의 동의를 구하고 조정하는 것이 선관위 위원장의 임무임을 강조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시차를 달리하면서 진행되고 있는 국민의힘은 씨름판으로 치자면 치열한 샅바싸움을 하고 있는 단계이다. 샅바를 어떻게 잡느냐가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국민의힘의 당지도부와 선거관리위원회는 자상하고 예리한 관찰과 분위기 조성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젊은 당대표가 “학생이 입시제도에 신경쓰다보면 공부를 못한다”고 비유하면서 차기 대통령 후보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것은 정치의 치열함과 엄숙함을 모르거나 외면하는 태도이다. 경선의 주인공은 주최측과 심판이 아니라 후보자가 그 당사자이자 이해관계인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 더불어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의 역량과 과제

더불어민주당이 과거 광주·호남을 경선의 첫 분수령으로 삼았던 것은 호남당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탈지역주의 정치균형의 충청지역을 경선의 출발지로 삼은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전국정당 성격과 위상을 과시하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충청지역을 지역구로 한 이상민은 지역구민에게 매우 큰 선물을 안겨준 셈이다. 이번에도 그랬지만 앞으로 민주당 경선에서 만큼은 첫 격전지인 충청지역에서 기선을 잡기 위해 충청발전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을게 뻔하기 때문이다. 농담 반 진담 반의 이야기 같지만 충청지역에 민주당 경선승수효과는 만만치 않을게 분명하다.

이상민 위원장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것은 국민의힘 정홍원 위원장과 달리 경선주자들로부터 네편 내편 시비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부터 경선의 핵심사항인 흥행관리가 문제다. 과거 노무현 경선 시절 선거관리위원장 사무라이 김영배 위원장은 후보들의 득표수를 크게 외치는 것으로도 각광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 치열해질 국민의힘의 컨벤션 효과를 감안한다면 더불어민주당 경선의 흥행성 지속은 가장 큰 과제다. 무결점의 경선을 위해서는 선거관리의 공정성과 하위 후보의 요구 및 배려로서 가능하지만, 경선흥행과 정치축제로의 귀결을 위해서는 다음 단계의 과제와 임무에 대한 많은 연구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흥행 없는 경선은 팥 없는 찐빵과도 같다.

◆ 양당의 경선과제

민주당 경선 초반 결과를 놓고, 어느 월간지 기자가 두가지 질문을 해 왔다. ① 이재명후보로의 원팀이 가능하겠는가, ② 이낙연과 정세균의 단일화가 있겠는가였다.더불어민주당은 집권당이기 때문에 정권재창출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누가 후보가 되든 절대 원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권력의 생리를 맛본 집권당 모두가 그러한 행태와 통계를 보여 주었다. DJ정권 재창출의 노무현·MB정권 재창출의 박근혜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재창출 가능성은 충분하고도 넘치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어서 민주당의 원팀은 확실할 것이다. 동시에 이낙연과 정세균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일화 조건인 ‘단일화 후 역전 가능성’과 ‘후보 간의 정치적 동지애 및 동질성’이 없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대답하였는데, 이 또한 원팀 구성의 호조건에 해당한다.

국민의힘의 경선흥행은 반반이다. 치열한 양자 또는 다자대결 구도가 예상되고, 경쟁구조는 흥행효과의 최고의 조건이다. 특히 시기적으로 더불어민주당 경선 이후에 본격화되기 때문에 컨벤션 효과의 독무대 확보라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명박·박근혜 이후에 리더십을 구축하지 못한 상태다. 대통령 탄핵과 분당으로 균열된 이후 다시 재결합을 한 상태이지만 구심력이 약한 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후보들 간에 합종연횡과 단일화가 충분히 가능하다. 이에 지도부와 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이 기계적인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자칫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지만, 경선을 계기로 당의 구심력과 원팀정신이 형성되는 계기를 잡아야 한다. 국민적 정권교체의 열망을 유인·유지할 수 있는 정당정치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국민의힘 지도부와 선거관리위원회의 과제이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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