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백배 천배 만배. 

인간의 욕구는 끝이 없다. 적절한 선에서 멈추지 못하면 결국 탈이 나게 된다. 몇억원을 투자하여 수천억원을 벌어가는 기가막힌 사건이 벌어졌다. 대장동 사건이다. '성남의 뜰'이라는 특수목적법인을 세워 5000만원을 내고 지분 1퍼센트를 가진 화천대유가 577억원의 배당금을 가져갔고, 지분 6퍼센트를 가진 천화동인 1~7호가 3413억원을 배당금으로 가져갔다. 앞으로 가져갈 돈이 더 많다는 소식이다. 이런 꿈같은 일을 벌인 일당의 핵심인물이 김만배라는 사람이다. 화천대유 지분 100퍼센트를 소유한 인물로 출자대비 1154배에 이르는 배당금을 챙겼다. 김만배는 이미 천배는 넘겼고 일행들은 너도나도 만배로 가는 도중에 사건이 터졌다.

김만배 대표는 얼마전까지 모 신문사 법조기자를 했는데 갑자기 부동산 개발의 귀재로 변신한 것이다. 이 엄청난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니 물주도 모아야 하고 바람막이도 필요했을 것이다. 

전직 검찰총장 특별검사 대법관 등 거물급 법조인 다수를 고문으로 앉혔다. '제가 좋아하는 형님들인데 정신적으로 좋은 기반이 되고 많은 조언도 해주시는 멘토같은 분들'을 고문으로 모셨다고 밝혔다. 정신적으로 좋은 기반이 되는 분들이라는 말에서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김 대표는 막강한 고문들을 울타리로 삼았을 뿐만아니라 경기도 고위간부들과 연결하고 여야 정치인들을 접촉하고 그들의 아들딸을 직원으로 채용하였다.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 아들은 6년 근무하고 퇴직하면서 50억원을 받았다. 이걸 정상이라고 여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곽상도 의원은 공인인지라 아들이 이상한 회사에 취직하겠다고 하면 말렸어야 하는데 이 회사에 아들이 입사하도록 소개하였다. 아들이 퇴직시 50억원을 받는다고 하면 그 대가성을 철저히 점검했어야 하는데 이를 옹호하고 있다. 그동안 공정 정의 법치를 유난히 강조해왔던 그의 언행과는 정반대의 행태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딸은 화천대유에 근무하는데 회사소유분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당첨되면 10억원이상 프리미엄이 예상되는 아파트를 추첨없이 분양받은 것은 누가 보아도 특혜다. 최근 퇴직절차를 밟고 있는데 역시 엄청난 퇴직금을 받을거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누구인가. 법치와 정의를 누구보다 강하게 외친 역사적 인물이다. 

권순일 전대법관은 이재명 지사 선거법위반 재판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선거법위반혐의 중 하나가 바로 대장동 개발 관련 건이다. 여기서 무죄판결 의견을 냈던 인물이 거액의 보수를 받으며 대장동 개발 사업을 하는 회사의 고문을 맡은 것은 공인의 자세가 아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중 한명이자 화천대유자산관리의 자회사인 천화동인 4호의 소유주인 남욱변호사는 1007억원의 배당금을 받은 후 강남 역삼동에 300억원짜리 부동산을 사놓고 미국으로 출국하였다. 시간이 흘러 사건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기를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경기도 산하기관에 근무하면서 대장동 사건에 깊이 간여한 고위공직자들도 여러명이다. 말만 공직자이지 마음은 돈밭에 가있던 사람들이다. 

마침 대선을 앞두고 있으니 논쟁도 뜨겁다. 대장동 사건은 '이재명 게이트'라는 야당의 공세와 이건 '국민의힘 게이트'라는 이재명 지사측 반박이 불을 뿜고 있다. 정치공방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코로나 사태로 골병든 소상공인과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벼락거지가 된 국민의 숯덩이같은 가슴을 외면하면 안된다. 대장동 사건을 은폐하거나 호도하거나 전가하면서 정권을 잡으려한다면 그건 막장 정치세력이다. 지금 수사기관이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이래저래 몸을 사리는 모습이 보인다. 제대로 수사를 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수사가 신통치 않으면 특검을 해서라도 반드시 국민적 의혹을 풀어야 한다. 불법행위자는 처벌하고 재발 방지책도 내놓아야 한다. 배울만큼 배운  사람들이, 가질만큼 가진 사람들이, 누릴만큼 누린 사람들이 저지르는 탐욕이 하늘을 찌른다. 통탄할 일이다.  

배가 터질 것 같다는 표현이 있다. 과식했을 때 하는 말이다. 과식을 넘어서면 진짜 배가 터져 죽는다. 지난 여름 태국에서 거대한 비단뱀이 황소를 통째로 삼켰다가 배가 터져서 죽는 일이 벌어졌다. 태국 북부 핏사눌로크주에서 낙농업을 하는 농부가 소 한마리가 없어지자 찾으러다니다가 풀숲에서 배가 터져죽은 비단뱀을 발견하였다. 뱀은 약 4.6미터나 되는 크기였는데 황소 한마리를 통째로 삼켰다가 소화되는 과정에서 소의 크기가 부풀어 오르면서 배가 터진 것이다. 현장사진을 보면 뱀의 뱃속에 황소의 형태가 그대로 보인다. 비단뱀이 자기 몸통보다 더큰 동물을 잡아먹기는 하지만 황소를 통째로 집어삼겼으니 무사할리가 없다. 게다가 황소는 머리에 뿔까지 달렸으니 이 뿔이 배를 갈랐을 수도 있다.

지나친 욕심을 부리면 반드시 탈이 나게 되어 있다. 이게 세상의 원리다. 지금 대장동 개발을 통해 거액을 챙긴 사람들의 배가 터지기 직전이다. 수억원을 넣고 교묘한 작업으로 수천억원을 빼가는 것을 용납하면 안된다. 사회지도층 인사라는 가면을 쓰고 탐욕을 부리는 추악한 인물들을 내버려 두면 안된다. 천배 만배로 먹었으니 곧 배가 터지고 오물이 쏟아질 것이다. 깨끗이 씻어내고 새출발을 해야 한다. 우리 모두 무한탐욕의 끝자락은 필망이라는 교훈을 얻어야 하지 않겠는가.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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