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요즘 MZ세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이들 세대의 특징은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자유자재로 다뤄왔기 때문에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기존 30~40대와는 전혀 다른 세대 특성을 지니고 있어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필자는 이번 주 전 직원에 참여하는 ‘세대공감소통법’에 대한 교육에 참여한 바 있다. 이 나이에 무슨 교육이 필요할까 반신반의하면서 교육에 참여했는데 요즘 젊은 직장인들의 의식과 직장을 대하는 태도 등을 엿볼 수 있어서 나름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도 모르게 기성세대의 논리에 사로잡혀 젊은 친구들을 대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는 점에서 2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MZ세대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은 고루한 ‘꼰대’ 이미지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교육 시간 내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필자는 1989년부터 직장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지금의 직장 문화가 익숙하지 않다. 비교적 근무 여건이 양호한 연구기관에서 첫 직장을 시작했지만, 잦은 야근과 회식은 피할 수 없었다. 그래도 그 당시에는 가정보다는 직장이 우선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서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그러나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불어닥친 구조조정의 여파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암묵적으로 지켜왔던 평생직장의 개념이 무너지고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우리 기업문화도 젊은 직장인들이 사고와 의지대로 변해야 한다. 완고한 기업문화로 유명한 일본에서조차 사축(社畜)을 졸업하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는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회사에서 사육되는 직장인이라는 의미의 사축은 출세를 위해 심야 잔업과 휴일 근무를 마다하지 않고 가정을 희생하면서 회사를 위해 멸사봉공하는 전형적인 일본 직장인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일본기업은 위계질서와 연공서열, 여기에 사축이 결합되면서 나름대로 장점을 보였지만, 버블경제 붕괴와 여러 차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고용 관행이 변하게 된 것이다. 한때는 일본기업의 장점으로 작용한 직무범위의 무한정, 장시간 근로, 연공서열형 승급제도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문화는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말았다.

어렵사리 직장을 구한 사회 초년생들이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도 알고 보면 회사에 오래 잡아두는 기업문화에 기인하고 있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인 사람인이 기업 약 5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MZ세대 거의 절반에 가까운 직장인들이 취업한 지 1년 이내 조기 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입사한 지 5개월 안에 퇴사 결정을 내렸으며, 전체 평균 신입사원 10명 가운데 3명이 퇴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조기 퇴사에 대해 인사담당자들은 ‘직무적성이 안 맞아서’가 가장 많았고, ‘조직문화 불만족’ ‘급여와 복리후생 불만’ 등을 주요 퇴직 사유로 꼽았다.

직장생활을 해온 사람과 직장생활을 할 사람이 기업 내에서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MZ세대들의 회사 선택 기준에서도 복리후생 및 조직문화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과거 권위주의적 혹은 집단주의적 기업문화를 청산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요즘 젊은 직장인들은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직업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다. 

기성세대와 MZ세대의 경험과 잠재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업문화가 형성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매사에 당당하고 자기 소신이 분명한 MZ세대를 보면서 과거 우리 직장 문화에 여전히 똬리를 뜨고 있는 위계질서와 연공서열, 상명하복의 폐해와 절연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 모든 일에 거침이 없는 이른바 MZ세대들을 이해하고 그들이 잠재력을 발산할 수 있도록 새로운 직장 문화, 기업문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기성세대가 MZ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소통 및 공감 노력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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