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료 가격 경쟁. 사진/연합뉴스
배달료 가격 경쟁. 사진/연합뉴스

기자가 사는 서울 봉천동의 한 식당에서 직화닭갈비를 시키려면 배달팁을 7400원을 내야 한다. 마찬가지로 같은 동 한 샌드위치 전문점에서 2만5000원 이하의 메뉴를 주문하려면 배달료가 6100원이 발생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배달시장에서 선뜻 음식을 주문하기란 어렵기만 하다. 사 오면 그만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포기하기 일쑤다. 음식보다 배달비가 더 비싸 주문을 포기하는 현상도 일어나는 것이다.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배달시장 규모는 23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8년 5조2628억원보다 4배가량 성장한 수치다. 2019년 9조7328억원에서 2020년 17조3828억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배달시장은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됐다.

그러나 늘어난 시장만큼 배달라이더를 찾기란 쉽지 않다. 배달앱부터 대행업체까지 이들 라이더 모시기 경쟁에 나서면서 배달비는 로켓 발사하듯 치솟고 있다. 건당 1만원까지 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런 가운데 배달대행업체들은 연초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본 배달료를 500~1000원까지 일괄 인상했다. 배달료는 통상 4000~4500원의 기본요금이 나오는데 주말·심야·우천·폭우 시 할증이 500~1000원까지 붙는다. 최근에는 배달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6000~7500원까지 올랐다. 소비자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 당산동에 거주하는 A씨(27)는 "주문한 음식보다 배달비가 더 비싸 아예 포기하기도 한다"며 하소연했고, 성수동 주민 B씨(38) 또한 "배달료를 만원이나 주고 누가 사 먹겠느냐. 말이 안 된다" 등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배달비가 계속해서 오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원인으로 지목된다. 

첫째로 비대면 외식문화가 확산되면서 배달시장이 급성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라이더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실정이다. 라이더를 아무리 채용해도 부족해 쟁탈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둘째로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단건 배달 경쟁이 격화되면서 빠른 배송을 위해 프로모션을 도입하는 것이 화근이 됐다는 점이다. 각종 프로모션으로 라이더에 추가 수익을 제공하자 라이더가 배달앱에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배달대행업체가 더 많은 돈을 지불해 라이더를 데려와야 했고, 자연히 배달료 인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셋째로 각종 보험료 인상이다. 고용노동부는 올해부터 퀵서비스·배달·대리기사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문제는 배달대행업체가 고용보험 의무가입·산재보험 의무가입 등과 같은 비용을 라이더와 점주에 전가하고 있어 이들 배달라이더의 이탈은 물론 점주마저 배달료 인상으로 내몰리는 것이다. 

배달료 책정 방식에서 배달의민족은 회사와 제휴한 배민라이더스를 통해 배달하는 '배민1'과 배달대행업체를 통한 '일반 주문'을 제공하고 있다. 배민1은 소비자가 음식점과 분담하는 배달비 최고액이 5000원으로 고정돼 있다. 하지만 일반 주문은 배달대행업체와 식당이 책정한 배달료를 고객이 함께 분담하는 구조라 고객이 부담하는 배달료도 배민1보다 약 2배 가까이 이르기도 한다.

쿠팡이츠 역시 2019년부터 고객이 분담하는 배달비 최고액을 5000원으로 고정했다. 고객과 점주가 배달료를 나눠 부담하고 추가 할증은 플랫폼이 지불하는 방식이다. 쿠팡이츠는 2019년부터 중개수수료 1000원, 배달료 5000원을 유지하는 프로모션을 8차례나 연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달 3일부터는 서울을 중심으로 프로모션을 종료하고, 수수료 체계를 개편한다. 고객 분담금이 최대 6000원으로 조정될 전망이다. 

이렇듯 배달료 인상은 물론 날씨나 거리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것도 배달앱의 '고무줄 가격' 논란을 점화시킨다. 피해는 고스란히 점주와 고객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에 정부도 칼을 빼들었다. 2월부터 배달앱 수수료 공시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배달앱 수수료 공시제도는 배달비를 한 번에 비교할 수 있도록 인터넷에 게시하고, 이를 통해 배달비 가격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소비자단체협의회 홈페이지와 소비자원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최근 열린 제3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급격히 상승한 배달 수수료는 외식 물가 상승의 주요 이유 중 하나"라며 "배달비를 아끼려고 아파트 주민들끼리 한 번에 배달시키는 '배달 공구'까지 등장했다"고 했다. 이어 "(배달비)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배달앱별 수수료, 거리별, 배달방식별(묶음·단건) 수수료 정보를 공개하고, 최소 주문액이나 지불 배달료, 할증 여부와 주문 방식 차이에 따른 금액도 표시할 예정이다.

우선 서울시 등 일부 지역에서 정보를 제한적으로 제공하고, 추진성과를 보며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는 이미 배달라이더의 몸값이 오를데로 오른 와중에 이 같은 공시제가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표한다. 배달앱과 배달대행업체 등 플랫폼 기업 간 경쟁으로 수수료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라이더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다. 배달라이더를 일반 노동자로 대우하고, 최저임금처럼 배달료도 전국적인 기준이 적용되면 현재와 같은 배달료 고공행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료 공시제로 현재의 높아진 배달료를 잡기에는 너무 늦었다"며 "그보다 점주와 배달라이더, 플랫폼 기업 모두가 만나서 협의할 수 있는 정부 기구가 마련돼 배달료 가격경쟁을 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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