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나비꿈을 꾸었다. 흰 눈과 얼음이 깔린 황량한 겨울 벌판에 오색찬란한 호랑나비가 춤추며 날고 있다. 손에 잡힐듯 말듯한 나비를 따라 이리뛰고 저리뛰며 따라갔더니 기암괴석으로 둘러쌓인 동굴을 지나 푸른 바다가 펼쳐진 해안에 도달하였다. 날씨는 화창한 봄날로 바뀌었고 넓은 벌판에 노란꽃들이 만발하였다. 아름다운 경치에 취했다가 지금까지 따라온 나비를 찾으려했더니 꽃대궐 위에 나비 수백 수천마리가 함께 춤을 추고 있다. 길몽일까 개꿈일까. 어제 최진석교수의 책을 읽다가 잠들었더니 이런 꿈을 꾸었다. 

철학자 최진석교수가 안철수후보의 상임선대본부장을 맡는다는 뉴스를 보고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 그는 누구인가. 이 시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철학자가 아닌가? 학문적 깊이가 있고 좌우에 치우치지않고 바른 말을 하는 올곧은 학자로 알려진 분이다. 그는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라는 정치평론서를 썼다. 나도 이 책을 읽어보았는데 구구절절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낡은 진영논리를 깨고 선진국으로 가야함을 철학적 통찰로 역설하고 있다. 5.18에 대해서도 서슴없는 발언을 해서 이 분이 좌우나 지역을 넘어선 학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직접 강의를 들은 적도 있다. 십여명이 함께 공부하는 모임에 초청하여 강의를 듣고 여러가지 질문답변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교수가 전하는 내용도 좋았지만 가까이 보니 외모나 표정이 범상치않았다. 담담한 표정과 형형한 눈빛 그리고 백발모습은 현인이라는 인상을 받기에 충분하였다. 나라가 어지러울 때 이런 철학자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이런 철학자 최진석교수가 왜 현실정치에 뛰어든 것일까. 왜 하필이면 안철수후보 캠프를 택했을까. 왜 상임고문이 아니고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을까? 속마음을 알 길은 없으나 이 분의 평소 철학적 내공과 통찰력으로 보아 틀림없이 세상사람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깊은 뜻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생각하고 싶었다). 안철수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 비책이 있을까. 지금 안후보의 지지율이나 정치판세를 보면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끝내고 연립정부나 공동정부를 만들려는 것일까. 그렇다면 여야후보중 어디와 손을 잡을까. 아니면 백년대계를 세우고 멀리보며 안철수후보의 대선완주를 돕는 페이스메이커가 되려는 것일까. 

지금 여야캠프는 모두 안철수후보와 손을 잡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야 유력후보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안철수 후보와 손을잡는 쪽이 무조건 이기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부인하기도 하지만 이미 물밑접촉은 활발한 것으로 보도까지 되고 있다. 안철수후보의 태도는 완강하다. 이번에는 절대로 철수하지않고 완주하겠다는 것이다. 후보 단일화를 하고싶으면 '안일화'를 하라고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철수후보로 단일화하면 받아주겠다는 것이다. '윤일화'를 기대하는 보수진영에서는 단일화가 실패하여 정권교체가 무산되면 안철수후보는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쪽에서는 온갖 과거 인연을 들고나와 연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안철수후보와 연대하거나 최소한 윤석열후보쪽과 합치는 걸 막는게 시급하기 때문이다. 

여야 양대진영 모두 안철수 후보에게 구애하는 모양새지만 안후보의 속마음이 편치만은 않을 것이다.  현재 지지율이 10퍼센트 주변을 오르내리고 있고 양강구도가 점점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앞으로 전망도 밝지않기 때문이다. 이런 절박한 상황이 안철수 후보가 더 강경한 발언을 하는 원인으로 보인다. 지금 안후보는 완주냐 철수냐 진퇴양난에 처한 상황이다. 결단은 안철수 후보 본인이 내려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결단에 가장 강한 영향력을 미칠 사람이 최진석 상임선대위원장이다. 

우리나라는 철학이 빈곤한 사회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힘든 때에 가황 나훈아가 열창한 '테스형'에 많은 사람들이 빠져들었다. 나훈아의 노래도 절창이지만 나는 가사에 철학코드가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지금  우리가 처한 코로나 상황과 어지러운 정치 상황을 철학의 시조 소크라테스에게 묻는 가사가 절묘하다. 우리나라 대중가요 백년사에 인류최고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나타난 것은 역사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나는 '테스형'을 들으며 우리 대중가요의 선진화 기반이 생겼다고 환호하였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인간과 세상사의 근본원리와 삶의 본질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학문중의 학문이다. 그러니까 철학자는 여러 학문을 깊고 넓게 공부하여 사유의 힘이 강한 사람이다. 생각이 진리에 맞닿아있기에 그 언행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전쟁의 폐허를 딛고 재건작업과 고도성장을 하면서 물질적 성장은 했지만 생각의 힘을 키우지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선진국을 지향하는 지금은 생각의 힘을 키워야 한다. 철학이 빈곤한 기업인, 철학이 빈곤한 정치인들로는 선진 문명국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정치권은 어떠한가. 과연 제대로된 정치철학이 있었는가. 표를 모아 권력을 잡고 패거리를 만들어 집단이익을 챙기는 후진적 문화가 뿌리박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수많은 정치인중에 법학을 전공한 사람은 차고 넘치지만 철학을 공부한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도 철학부재의 또다른 모습이다. 

이런 시대에 우리나라 정치권 한복판에 당대 가장 주목받는 철학자가 나타난 것이다. 철학자 최진석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결심을 할까? 그 결과 우리나라 정치와 우리나라 역사에는 어떤 영향이 생길까? 지금 우리나라 대통령선거전 한복판에는 철학자 최진석이 있다. 철학이 난세를 정돈할 구원의 학문인가 아니면 현실을 떠나 이상향을 꿈꾸는 학문인가?

최진석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후보의 완주가능성을 99퍼센트라고 하였다. 100퍼센트라고 하지않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머지 1퍼센트에 따라 대선판도가 요동을 칠 것이고 이 파장에 따라 대통령 선거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최진석 교수는 장자를 깊이 연구한 철학자다. 장자와 얽힌 유명한 일화가 바로 호접몽이다. 장자가 꿈 속에서 나비가 되어 세상을 날아다니다가 깨어나서 생각해보니 꿈 속의 그 나비가 나인가 아니면 꿈 밖의 세상에서 사는 내가 나인가 알 수가 없다고 한 이야기다. 지금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꿈을 꾸고 있다. 꿈 속의 그 사람이 진짜인지 세상에 나와 있는 그 사람이 진짜인지 궁금하다. 철학자 최진석이 꿈꾸는 새로운 세상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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