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법학박사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법학박사

제20대 대통령선거 막바지에 이르러 여야 후보 모두가 국민통합정부를 공약하고 있는 점은 단언컨대 한국민주주의 역사에 기념비적인 대전환이라고 말할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전 후보가 윤석열 후보와의 합류 명분으로 내세운 국민통합정부는 유사 용어 구사 수준의 레토릭을 제외하고는 내용에 있어서 너무 왜곡되어 있어서 유감이다. 대한민국에 통합정부가 왜 필요하고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가에 대한 “통합정부론의 총론과 각론”에 대한 정리를 할 시점이다.

안철수 전 후보의 국민통합정부 주장은 통합정부 구성의 전제조건인 정치연대와 탕평인사의 원칙에 역행하고 있다. 정책과 이념이 다른 정치세력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다당제 민주주의를 전제조건으로 하는 통합정부를 주장하면서 국민의힘과 흡수합당을 선언한 점과, 탕평인사가 아닌 본인이 포함되는 정부구성을 요구하면서 국민통합정부라는 용어가 지나치게 오용되어서 올바른 통합정부에 대한 교과서적 개념규명을 하고자 한다.

통합정부를 왜 하는가

[통합정부의 필요성]

통합정부는 국정운영의 수단이라기보다 한국 민주주의의 완성도를 높이는 좌표이다. 한국 민주주의는 2016년 가을 촛불혁명에서 재점화되었다. 촛불혁명은 진보만의 승리라기보다 전국적 범위의 국민주도형 정치결단으로서, 진영 간 대결을 전제로 하는 다수결·승복민주주의에서 다당제·협의민주주의로의 전환과 진보를 해야 할 시점을 맞이했던 것이다.

통합정부에 대한 대통령의 정치력 발휘는 양극단의 대결구도를 끊으며 대한민국 정치사회의 새로운 주류로서 ‘토론할 줄 아는’ 민주시민을 국가의 주체로 등장시키게 된다. 국민들이 그토록 염원하였던 “싸우는 정치”, “편가르기 정치” 등 진영 정치를 타파하는 통합정부론은 한국 헌정사에서 가장 큰 정치개혁일 수 있다.

야합형 공동정부가 아닌 협치형 통합정부론은 진보ㆍ보수의 진영논리를 극복함으로서 경제ㆍ사회갈등 등을 정쟁의 영역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으며, 한반도평화ㆍ개헌과제까지 추가적으로 완수ㆍ완성하는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도 공약으로 내세워 촛불혁명에 참여한 모든 국민들과 함께 통합정부를 구성하려 하였으나 통합정부에 대한 구체적인 플랜과 실천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임기 내내 공약폐기 상태로 진영정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통합정부의 핵심 가치 : 연대·책임·탕평]

통합정부의 핵심 가치는 연대·책임·탕평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연대는 정치적 연대로 정치권에서 정책적, 이념적으로 차이가 있어도 정치세력들이 협상과 협약을 통해 의원내각제 형태의 대·중·소의 연합정치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헌법개정이 뒷받침되면 가장 이상적이나 그렇지 않을 경우 최소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정상화의 선거법 개정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책임은 비대한 행정부처를 전문분야별로 재분해해서 DJㆍ참여정부의 기본정신으로 원상회복하여 명실공히 전체적인 조율과 융합 또는 책임행정이 가능하도록 실질적인 책임총리제, 장관책임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는 헌법개정 없이도 「책임총리법」 신설 내지 「정부조직법」 개정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탕평은 현재 기형적인 대통령 비서실장의 인사위원장 겸직을 폐기하고, 과거 DJ·참여정부의 독립된 중앙인사위원회를 설치하여 인사정책 시스템을 변경함으로써 인사 탕평책의 정상화와 제도화를 꽤하는 것이다. 탕평인사는 통합정부의 실용성과 생산성의 효능감을 고도화시키는 통합정부 성공에의 필요충분조건이다.

통합정부의 조직원칙과 인사정책

[정부조직 개편의 원칙]

지금의 문재인 정부는 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한 점과 여소야대의 야당 비협조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조직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제거하지 못한 채 시작되었다. 시작이 절반이라 하는데 처음부터 제대로 된 국정 목표설정과 조직개편을 마련할 시간이 없었다. 통합정부에 대한 구상 없이 기존 행정조직체계와 선거캠프를 단순 물리적 결합을 했을 뿐이었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는 국무총리로부터 예산권을 박탈하여 기획재정부로 권한을 이양ㆍ통합시켜줌으로서 원천적으로 책임총리가 불가능하게 하였고, 이는 정부 기능의 자율성·전문화를 불가능하게 하였다.

보수정권은 시장우선의 신자유주의적 ‘작은정부’를 표방하면서 여러 부처를 통폐합함으로서 전문분야별 장관책임제도 불가능하게 하였다. 큰정부·작은정부 논쟁은 지금의 시대상황에서는 이미 불필요하고 소모적이다. 국가와 국민의 관계는 국가를 위하여 국민이 무엇을 하느냐 하는 것보다는 돌봄국가로서 국가가 국민에게 무엇을 했는가를 물어야 하는 시대이다. 정부의 기능과 역할에 대폭적인 변화 즉, 통합정부가 불가피한 시점이다.

[인사정책의 시스템 변경]

MB·박근혜정부에서 청와대와 대통령 중심의 독단형 친정체제의 강화는 DJ·참여정부의 중앙인사위원회를 없애고, 대통령비서실장을 인사위원장으로 겸직시키는데에서 시작되었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인사위원회를 겸하게 하는 것에서 국정농단의 싹은 트고 있었다.

행정부처는 물론이고 삼권분립의 상징인 대법관의 예비후보들도 청와대를 간절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비서실장의 인사위원장 겸직이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마저 무너뜨린 결과를 초래했던 것이다.

인사 탕평책의 정상화와 제도화를 위해 대통령 비서실장의 인사위원장 겸직을 폐기하고 독립된 중앙인사위원회를 부활시켜야 한다. 중앙인사위원회 부활은 DJ·노무현 정부의 기본정신인 국민통합과 정부혁신의 복원이다.

[인수위원회 역할과 거버넌스]

통합정부론은 ‘정치권’ 외에 ‘국민통합’의 영역까지 이르므로 국민참여형의 거버넌스가 반드시 추가되어야 한다. 특히 정당 간의 합의가 사회적 합의와 직결되지 않는 한국정당정치의 사회적 통제력과 규율이 약한 특성상 대통령의 시민사회와 국민참여 거버넌스는 불가피하다.

시민사회와 국민의 정치참여가 고도화된 “강해진 프라이머리, 약해진 정당” 정치시대에 거버넌스와 통합정부의 설계는 정교하게 준비하여야 한다. 통합정부론은 기존 제도권 민주주의에서 다양한 협의형태의 민주주의로의 변화를 수용해야 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정치문화 및 인식의 변화와 제도적 뒷받침이 요구된다 하겠다.

통합정부에서 인수위원회 활동 기간은 유럽 내각제 국가에서 선거 후 대·중·소 연정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동일할 수 있다. 선거기간에 경쟁했던 정당 간 타협과 협상, 소속 당원 및 지지층과 일반 국민들의 동의 여부 등이 치밀하게 체크되고 협의가 되어야 한다. 인수위원회 특성 상 당선자의 정치철학과 공약을 재정립하고 정부조직 개편을 하는 것이 최우선이겠지만, 정당 간 합의 외에 지방화 및 민간화와 시민참여 및 민간개혁 방식 또한 중요한 결정사항이다.

통합정부의 핵심구조 : 책임총리와 장관책임제

한국정치에서 책임총리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은 국내ㆍ남북관계ㆍ국제적으로 정치의 한가운데에 설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통령과 일심동체의 내치책임자로서 국무총리에게 명실상부한 책임과 권한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현행헌법에도 내각제적 요소로서 국무총리의 국회동의와 국무위원 제청권한은 책임총리를 기대하고 만들어진 헌법적 규범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낙연 초대 국무총리에게 책임총리를 자신있게 하라고 격려하자 “책임총리제를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되물었던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한 답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이해찬 총리처럼 하면 된다”고 했다 한다. 그러나 국정농단까지 가버린 박근혜정부의 행정조직체계를 거의 그대로 이어받은 문재인정부에서는 과거 참여정부의 이해찬 총리처럼 책임총리를 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불가능했다.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예산과 재정을 한손에 움켜쥐고 있는 경제부총리에 얹혀있는 국무총리가 MB·박근혜·문재인 정부의 국무총리였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구조는 예산권 없는 국무총리와 기획재정부ㆍ과학기술정보통신부ㆍ산업자원통상부와 같은 공룡부처가 존재하는 구조다. 여기에서의 맹점은 국무총리에게 책임총리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거대 통합부처들은 복수 차관들을 통하여 전문성을 담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각 부처는 예산(기획재정부)ㆍ인사(인사혁신처)ㆍ조직 및 직제(행안부)의 자율성이 거의 없어서 권한없는 총리만큼 장관책임의 소신장관마저 불가능하게 하는 구조다.

이에 문재인 정부의 정치ㆍ행정ㆍ정책은 청와대가 보충 또는 전담할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규모가 역대 정부 중 가장 클 수밖에 없다. 청와대의 기능과 위상의 강화는 상대적으로 행정부의 효율성과 전문성 그리고 중립성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국무총리와 장관이 책임지고 그 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단 현재의 비대해진 행정부처들을 전문분야별로 재분해해서 DJ 국민의정부·노무현 참여정부의 기본정신으로 원상회복 시켜 놓아야 한다. DJ·참여정부에서는 기획재정부를 국무총리 직속의 기획예산처와 행정부처로서 재정경제부로 분리하였으며 18개 부처로 세분화·전문화하였다. 국무총리실이 국무 조정 능력과 수단을 갖고 있었으며, 행정부처의 전문화는 장관책임제를 가능하게 하였다.

정치교체로서 통합정부의 입법적 로드맵

[헌법개정사항]

4년 중임 대통령제로의 개헌은 노무현 정부 시기에 정치권과의 합의된 보류사항으로서 국민적 공론화가 어느정도 완성된 상황이다. 현행 5년단임 대통령제는 국민에게 선출권만 있지 심판권이 없기 때문에 국민의 정치파워와 주권이 실질적으로 제한된 셈이었다. 또한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특성상 대통령 권력에 종속된 집권당의 생성과 소멸은 정상적인 정당정치 체계를 망가뜨려왔다. 4년 중임 대통령제로의 개헌은 삼권분립 강화와 더불어 제대로 된 대통령제로 가는 길이다.

국민통합과 정권의 정통성 확보 강화를 위해서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 또한 절실하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결선투표제를 실시하지 않은 국가는 우리가 유일할 수 있다. 특히 한국정치에서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은 선거때마다 발생하는 후보자끼리의 단일화라는 정치게임을 불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볼수 있다.

[입법사항]

통합정부를 위한 헌법개정이 가장 바람직 하겠지만 개헌 없이도 「공직선거법」 개정과 「책임총리법」 제정을 통하여 입법차원에서 통합정부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선거법의 경우 제22대 총선 전까지 여·야 합의를 통하여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위성정당 금지를 통한 순수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대선 직후 지방선거 전까지 기초의회의 경우 2인 선거구 금지 및 3인 이상 선거구를 확대함으로써 소수정당의 정치적 공간을 확보해줄 경우 지방선거 단위에서부터 통합정부의 기초가 다져진다고 볼 수 있다.

책임총리의 경우 개헌 없이 법률적 보완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헌법상 천명되어 있는 국무총리의 권한으로서 국회추천제·국무위원 제청권, 예산기획 권한을 부여 및 보장함으로써 정치교체의 핵심인 통합정부를 구현할 수 있다 하겠다.

요컨대, 통합정부는 크게는 다당제 협의민주주의로의 한국 민주주의가 진화하고, 싸우지 않고 일하는 정치문화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한국정치의 기념비적 대전환이라고 할만 하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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