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납품대금 못받아…채권 규모 8000억원 달해
10월까지 새 주인 찾아야…산업은행 지원 가능성 낮아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쌍용자동차 본사. 사진/김상준 기자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쌍용자동차 본사. 사진/김상준 기자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기업이 나타나 새롭게 인수하기만을 기다려야죠.”

쌍용자동차 매각이 무산되면서 수개월에서 일년 가까이 납품대금을 받지 못한 협력사들이 또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가게 됐다.

대부분의 쌍용차 협력사들은 중소·중견기업으로 제때 대금을 받지 못했고, 일부 기업으 자금난을 겪고 있다. 그러나 에디슨모터스의 자금능력과 사업계획이 터무니없는데다, 턱없는 현금 변제율이 담긴 회생계획안에 반발해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인수자 교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9일 쌍용자동차에 따르면 전날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투자계약에서 정한 잔여 인수 대금 예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면서 'M&A를 위한 투자 계약'이 해제됐다. 에디슨모터스가 자금을 마련할 여력이 없는 만큼 법원 허가를 받아 새 인수자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에디슨모터스는 지난 25일까지 치러야 했던 인수대금(3049억원)의 잔금(2743억2000만원)을 납입하지 못했다. 계약 체결 당시 약속했던 운영자금 500억원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등 이미 ‘본 계약’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업계에서는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를 두고 회의적인 반응이 나왔다. 에디슨모터스의 지난 2020년 매출액은 897억원이었지만, 쌍용차의 매출은 2조927억원에 달했다. 매출 규모로만 봐도 약 30배가 넘는 상황이다.

쌍용차 부품 협력사들도 에디슨모터스의 자금력에 대한 불신이 컸다. 특히 지난달 제출된 회생계획안에서 5470억원 규모의 회생채권(법정관리 전 발생한 빚)에 대한 현금 변제율을 1.75% 정도로 정하고, 98.25%는 출자 전환하기로 하면서 협력사들의 불만은 크게 늘어났다.

상거래 채권은 쌍용차가 협력사에 미지급한 부품 납품대금을 뜻한다. 쌍용차의 회생채권 5470억원 중 상거래 채권 규모는 3802억원에 달한다.

쌍용차는 지난 2020년 12월 법정관리를 신청해 지난해 4월 개시했고, 협력사들은 일년째 납품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공익채권(법정관리 후 발생한 빚)까지 합치면 약 8000억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344개 쌍용차 협력사 16만명으로 구성된 상거래채권단은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쌍용차 인수를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법원에 내기도 했다.

채권단은 “1.75%라는 변제율을 접하고 분노를 금치 못하며 이것이 공정과 상식에 맞는 것인지 이 돈을 받으려고 지금까지 고통을 감내한 것인지 참담할 뿐”이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상거래 채권단은 쌍용차의 기업 가치를 높인 뒤 재매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쌍용차는 오는 10월 15일까지 새 인수자를 찾아 법원에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아야 하고,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회생절차가 폐지된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당초에 에디슨모터스가 인수한다는 데 다들 의문을 갖고 있었는데 우려했던 부분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며 “해결만 될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쌍용차는 6월 말 신차 J100 출시를 앞두고 있는 등 재매각 여건이 좋아졌다고 주장하지만 인수 후보군이 마땅치 않다.

SM그룹의 자동차 부품계열사인 남선알미늄은 쌍용차 인수를 검토한 적 없다고 밝혔고, 카디널 원 모터스(HAAH오토모티브 새 법인), 인디EV의 경우 지난해 인수 입찰에 참여했지만 입찰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쌍용자동차가 청산될 경우 400여개에 달하는 쌍용차 협력사의 연쇄 파산과 대규모 실직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KDB산업은행 등이 지원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이마저도 명분이 없어 가능성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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