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영 연세대 명예교수·15대 총장
정창영 연세대 명예교수·15대 총장

2021년 현재 세계인구는 약 79억 명이며, 한국의 인구는 5182만 명이다. 그런데 이 많은 사람들은 성격이나 재능 등에서 서로 모두가 다르다. 즉, 지구상에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한편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ross national income; GNI)은 같은 해 약 3만5200달러였다.

그런데 수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생각하는 것도 서로 다르다는 뜻이다. 따라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더불어 함께 살기 위해서는 서로 남의 생각을 존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즉,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타협(compromise)할 수 있어야만 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오랫동안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포용해서 조화를 이루기보다는 극한 대립을 일삼으며 배척을 하는 것이 흔하였다. 부끄러운 보기가 조선시대 네 차례의 큰 사화(士禍)이다. 이는 권력을 두고 정치적인 파벌 간에 발생했던 맹렬한 다툼인데 1498년의 무오사화, 1504년의 갑자사화, 1519년의 기묘사화, 그리고 1545년의 을사사화가 그것이다.

돌이켜보면 서로 타협하고 조화를 이루었어야 하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편을 갈라서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충돌하는 일들이 적지 않았다. 현대에 들어와서도 국회에서 여·야간에 극도로 대립하고 충돌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타협과 양보가 일상이 되어야 할 민의(民意)의 전당인 국회가 오히려 이에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는 사실 민의를 대변하는 전당으로 국민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선도하기 위해서 수범을 보여야만 한다. 그러나 현실은 해방(解放)이후 70여 년의 긴 세월이 흘렀으나, 서로 볼썽사납게 다투고 사사건건 대립·충돌하는 부끄러운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수범을 보이는 것은 고사하고 국민들이 국회와 국회의원들에 대해서 걱정해야 하는 형국이 되었다. 국가의 막중한 중추적인 기관으로서의 본분을 제대로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노·사가 자신의 이해관계를 넘어서 공동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타협”하고 “양보”하는 것이 마땅하나 각자의 이해관계에 함몰되어 국민경제야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해서 투쟁만을 일삼는 모습을 빈번하게 드러냈다.

국회, 노사관계 등 모든 것이 국가와 국민을 제일 위에 놓고 공동체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야만 한다.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후 70여 년 동안의 긴 세월을 내부에서 서로 우리끼리 다투고 분쟁을 일삼는 데 막대한 국민적인 에너지를 낭비하였다. 이제는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서 탈피하여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이익을 도모하는데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만 나라가 융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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