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중과 배제 다주택자 매물↑금융시장 불안에 지갑 '꾹'
수도권 미분양 증가…금리 인상·대출규제에 청약도 신중해져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보합에 접어들었던 수도권 아파트값이 다주택자들이 앞다퉈 내놓는 매물에 1주일 만에 다시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사자’보다 ‘팔자’ 심리가 강해진 가운데 수도권 미분양도 크게 증가하며 두터운 관망세가 형성되고 있다.

13일 한국부동산원의 조사에 따르면 이번 주 수도권의 아파트값은 0.02% 떨어졌고, 수도권의 매매수급지수 또한 91.7로 나타나 지난주보다 0.6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각각 13주 연속 이어진 하락세 끝에 지난주 멈춰 섰던 아파트값이 재하락을 시작했고, 시장에도 집을 구매하려는 이들보다 팔려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가격 하락에 대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 시행이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10일 현 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시행된 1년간의 한시적인 양도세 중과 배제에 따라 다주택자들이 집을 정리할 좋은 기회라 여겨 일제히 매물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시행 이전인 9일에는 5만5509건이었으나, 12일 기준 5만7937건으로 사흘만에 2428건에 이르는 매물이 쏟아지면서 4.3% 증가했다. 경기도와 인천에서도 각각 4.5%, 4.3%씩 매물이 증가했다.

이러한 매물 증가에 따라 지난주 0.01% 상승했던 서울 아파트값은 보합으로 바뀌었고, 경기도와 인천의 아파트값은 각각 0.03%, 0.04%씩 떨어졌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시행을 앞두고 매물이 늘고, 직전 거래가보다 낮은 금액에 팔리는 실거래가 신고도 이뤄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매매수급지수의 경우, 현 정부가 약속한 서울과 신도시의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지난주에는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주에는 기대감보다 관망세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며 ‘사자’ 심리가 위축되는 분위기다.

서울의 매매수급지수는 지난주보다 0.1p 떨어져 91.0을 기록했고, 특히 종로·중구가 포함된 도심권의 매수심리가 지난주 91.9에서 이번주 91.1로 가장 큰 폭(-0.8p)으로 하락했다. 경기(91.6)와 인천(93.8)도 각각 0.8p와 1.2p씩 떨어졌다.

이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는 가운데 미국발 금리 인상과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로 매수자들이 지갑을 닫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시장에서는 고강도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매물 증가가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청약시장에서도 수도권 미분양이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공택지 내 분양가가 저렴한 아파트는 여전히 높은 경쟁률을 유지했으나, 민간 택지나 분양가 상한제가 아닌 경우 미계약이 증가하며 양극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수도권 중 경기도의 경우 올해 들어 분양한 37개의 단지 중 8개 단지에서 모집 가수를 채우지 못해 미달 비중이 22%에 달했다. 이는 5단지 중 1단지가 미달을 겪었다는 것으로, 지난해 경기도의 미달 비중 2%와 비교해 1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와 함께 서울에서도 고분양가 논란이 있던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자이폴라리스 등에서 무순위 청약이 나오는 등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이른바 ‘청약불패’라는 칭호가 붙을 정도였던 수도권 청약 시장의 약세 원인을 ‘집값 고점’ 인식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아파트 분양 잔금에도 적용된 것에서 찾았다. 일단 넣고 보던 수도권 청약 시장이 입지 조건 등을 까다롭게 따지는 ‘옥석 가리기’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R114 관계자는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고, 대출 규제도 강화된 상태에서 예전처럼 무리하게 분양을 받으려는 수요가 줄어들고 신중하게 지켜보는 ‘옥석 가리기’가 뚜렷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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