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복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
국경복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

“광주에 살 때인데 하루는 밤에 꿈을 꾸니까 가물치가 커다란 저수지에 가득하게 바글바글해요. 그중에 무지무지하게 커다란 가물치가 있었는데, 야광처럼 파랗게 빛났어요. 그런데 그 큰 가물치가 악어처럼 발이 달려있었어요. 이 커다란 가물치가 나무 있는 곳으로 움직이니까 그 수 많은 조그만 가물치들이 고물거리며 일시에 큰 놈한테 새까맣게 몰려가는 겁니다. 깨어보니 꿈이예요. 그래서 나는 세리가 사내인 줄 알았어요.” 박세리 골프선수의 태몽이야기다. 이 꿈은 박현우의 ‘유명인의 태몽 꿈 일화’에서 그녀의 아버지의 말을 인용해 소개되어 있다.

이 꿈은 태몽(birth dreams)인가? 태몽은 예지몽 중에서도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임신과 출산에 관한 꿈이다. 태몽의 특징 중의 하나는 꿈의 내용이 강렬하여 잠에서 깨어난 이후에도 또렷이 기억된다는 점이다. 또다른 특징은 임산부가 대부분 임신직전이나 임신 중에 꾼다는 점이다. 지난해 필자가 조사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임산부 본인이 직접 꾸는 꿈의 비중이 제일 높고, 그 다음이 친정부모이다. 그 뒤가 임산부의 남편이다. 이 태몽은 임산부의 남편이 꾸었다.

태아의 상징인 원형상은 천체나 자연현상, 동물, 과일을 포함한 식물, 인간, 보석과 같은 광물 등 형태로 나타난다. 박세리의 경우는 동물인 가물치이다.  필자는 태몽에서 원형상이 드러나는 경우 임신될 확률을 연구한 적이 있다. 결과는 93%이상으로 나타났다. 원형상이 이러한 방식으로 드러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리학자 융(Jung)은 그 원인을 인류가 가지고 있는 집단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에서 찾는다. 집단무의식이란 인류가 오랜 역사와 문화를 거치는 동안 누적된 경험을 통해 형성되어 무의식영역에 위치하면서 옛 선조로부터 현대인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거치면서 전해 내려 오는 인류 보편적인 심상이나 원형과 같은 심리적 자료들을 말한다.

이 꿈이 태몽이라고 추정되는 또다른 이유는 그녀의 아버지가 ‘커라단 가물치가 움직이는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태몽에서 ‘목격한다’는 시각적인 접촉도 ‘잡다’ 혹은 ‘안다’와 같은 의미이다. 즉, 태아가 엄마(임산부)의 몸속에 착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은유적 표현이다.

출산은 가능한가? 출산에서는 태몽을 꾼 이(여기서는 아버지)와 원형상(가물치)의 상호관계가 긍정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아버지가 원형상의 움직임을 바라다보는 긍정적 행위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출산의 가능성이 높다. 나의 앞선 연구에 의하면 꿈을 꾼이와 태아의 상징(원형상)간에 긍정적 상호관계가 이루어지면 96%이상의 확률로 출산이 가능해진다. 

태몽에서 체험하는 감정은 어떤것인가? 이 사례에서 꿈을 꾼 아버지의 감정은 잘 드러나 있지 않다. 하지만, 임산부가 직접 꾸는 태몽에는 임산부의 감정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임산부는 때때로 놀람과 두려움, 심지어는 공포감정까지도 가진다. 간혹, 기쁨의 감정도 드러나지만 그 횟수는 상대적으로 적다. 두려운 감정은 대부분 원형상이 거대하거나 무서운 경우이다. 어떤 임산부은 태몽의 내용이 너무 무섭고 두려운 나머지 낙태를 결심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꿈속에서 감정이 아이의 장래와는 무관하니 그러한 결정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태몽이 아기의 성별이나 장성하여 성취할 업적도 암시하는가? 아이의 부모가 제일 관심을 갖는 부분이다. 분석심리학에서는 아직 연구가 되어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속학적인 연구나 통계적으로 드러난 결과를 통한 제한적인 해석은 가능하다. 

먼저, 아이의 성별이다. 나의 연구에 의하면 태몽에서 드러나는 원형상(호랑이, 용, 꽃 등)이 태아의 성별을 암시하지 않는다. 여아의 경우도 호랑이, 용 등으로 드러나고, 남아의 경우도 꽃으로도 나타난다. 일부에서는 고추를 남아의 상징으로 인식하는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특히, 요즈음은 여성들도 남성 못지 않게 활발한 사회활동을 한다. 다만, 태몽에서 태아의 성별을 암시하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예컨대, ‘수탉이 임산부를 노려다 보다’나  ‘암탉이 임산부를 향하여 다가오다’ 등이다. 하지만, 이렇게 분명히 드러나는 경우는 그 수가 매우 적다. 박세리 아버지가 거대한 가물치의 뒤를 작은 가물치들이 따라가는 모습을 목격하고 아들이라고 추측한 것은 잘못된 해석이다.

태몽은 태아가 성장하여 달성할 업적도 암시하는가? 태몽의 내용에 따라서 다르다. 예컨대, 김구 선생님의 태몽은 ‘밤 한알’이었다. 김구 선생님의 모친이 꾼 이 태몽은 태아의 임신과 출산까지만을 암시하고 있다. 반면에 박세리의 태몽은 그녀가 성장하여 성취할 업적도 암시한다. ‘거대한 가물치’, ‘빛난다’, ‘수 많은 작은 가물치들이 그 뒤를 따른다.’ 등에서 그녀가 미래에 성취할 업적을 예측할 수 있다.

박세리 선수는 1998년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LPGA 챔피언십과 US 여자 오픈에서 우승하였다. 그녀는 국민들이 1998년 IMF 외환위기로 실의에 빠졌을 때, 악전고투 끝에 우승하는 투혼을 보여주면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박세리는 LPGA 투어우승 25회를 달성하여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필자: 국경복, 경제학 박사. 저서: ‘꿈, 심리의 비밀’(2019년), 이야기 꿈의 해석(블로그),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홈페이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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