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부터 제작까지 참여 기업 90%가 중소ㆍ중견기업
유콘시스템·에스엔에이치·이노컴·단암시스템 등 주목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2차 발사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2차 발사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3년에 걸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II)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었다. 모든 과정이 자체 기술로 진행된 누리호에는 국내 민간기업 300여개가 총출동했다. 특히 빼어난 기술을 가진 국내 중소기업들은 든든히 누리호의 뒤를 떠받쳤다.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년 우주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우주산업에 진출한 기업 총 359개 중 근로자 수가 300인 미만인 중소기업이 328개로 약 91.4%에 달한다. 연매출이 100억원 미만인 기업은 총 324개로 90.2%를 차지했다.

근로자 수 50인 미만이거나 연매출이 10억원 미만인 기업이 각각 237개, 227개로 대다수였다. 반면 근로자 수가 1000명 이상인 기업은 15개, 연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은 5개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우주산업 분야 국내 민간기업들이 상당히 영세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가 전세계 7번째로 실용급(1t 이상) 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었던 데는 이러한 중소기업들의 역할이 컸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누리호 프로젝트에 참여한 대부분의 기업이 중소기업이었다.

2001년 창업한 무인항공기 전문기업 유콘시스템은 2014년부터 한국형 발사체 사업에 참여해왔다. 유콘시스템은 향우연과 함께 추진제 충전 및 발사운용을 수행해 발사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장비인 ‘발사체 지상제어시스템’을 개발해냈다.

한양이엔지는 ‘엄빌리컬 타워’를 비롯해 발사대의 추진체 공급시스템과 지상 기계설비의 등에 참여했고, 카프마이크로는 전자 장비를 이어주는 와이어하네스를 만들어 납품했다. 이밖에도 우레아텍, 제이투제이코리아 등이 체계종합 분야에서 힘을 보탰다.

누리호 로켓 엔진에 꼭 필요한 ‘터보펌프’의 개발에는 터보전문기업 에스엔에이치가 참여했고,비츠로넥스텍은 발사체 엔진에 쓰이는 연소기 제작을 맡았다. 이밖에 네오스펙, 스페이스솔루션 등이 누리호 추진기관 및 엔진 개발에 힘을 모았다.

이노컴은 나로호에 이어 누리호에서도 발사체 구조 부문에 해당하는 헬륨 고압탱크 공급을 맡았고, 한국화이바 또한 페이로드 페어링과 동체 제작을 맡아냈다. 이밖에 두원중공업·에스엔케이항공·이노컴·데크항공·한화·제이투제이코리아·브이엠브이테크 등이 구조체 분야에서 힘을 보탰다.

발사체의 두뇌가 되는 에비오닉스(항공·우주비행체용 전자장비) 개발은 단암시스템즈가, 위성항법 수신기 시스템 기술은 덕산넵코어스가 개발했다. 이밖에도 유도 제어 및 전자분야에서 스페이스솔루션, 기가알에프, 시스코어 등의 기업이 참가했다.

안전을 위한 열 공략 분야에서는 항공기용 부품 제조업체인 에너베스트, 항공기 부품을 제작하는 지브이엔지니어링, 플랜트, 설비, 배관 공사 등 산업용 설비를 시공하고 구축하는 한양이엔지 등이 참여했다.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지만 아직까지 객관적 지표를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의 우주산업 규모는 영세한 수준이다. 국내외 우주산업 기업 총 매출액은 2019년 기준 3조2610억원으로 전체 GDP의 0.17%에 불과하고, 세계 우주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 미만이다.

국내 우주 산업 발전 단계는 이제야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뉴스페이스’의 길목에 있다. 누리호 발사를 계기로 국내 민간기업들이 기술력을 확보하고 위상 또한 높아졌지만, 장기적으로 이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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