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덕 칼럼니스트
장경덕 칼럼니스트

지난달 19일 일론 머스크는 분노의 트윗을 날렸다. ‘엑손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지수 상위 10개사에 올랐지만, 테슬라는 그 지수에 못 들어갔다. ESG는 사기다. 엉터리 사회정의 전사들이 그걸 무기화했다.’ 그가 4월 초 다른 이의 트윗에 남긴 댓글은 더 격앙된 적의를 느끼게 한다. ‘기업 ESG는 악마의 화신이라는 걸 점점 더 확신하고 있다.’

대체 무엇이 머스크를 그토록 격앙시켰을까? 전기차 분야의 압도적인 글로벌 1위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어느 기업보다 크게 공헌한다고 자부하는 테슬라가 화석연료 시대의 대표 주자 격인 엑손모빌보다 ESG 면에서 더 박한 평가를 받는다니 머스크가 펄쩍 뛸 만도 하다. ESG 지수 제외는 테슬라와 머스크의 자존심을 구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ESG를 강조하는 자본이 테슬라에 대한 투자를 줄이면 이 회사의 성장 기회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그렇다면 S&P는 왜 테슬라를 ESG 지수에서 빼버렸을까? 이 지수는 S&P 500 지수에 편입된 기업 중 산업별로 ESG 점수(S&P DJI ESG Scores)가 낮은 25%를 제외하고 산출하는 것이다. 올해 자동차·부품산업 기업들의 ESG 점수를 다시 매겼을 때 테슬라는 하위 25%에 속하게 됐다. 테슬라의 점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기업들의 점수가 전반적으로 올라가면서 테슬라의 순위는 떨어졌다. (엑손은 테슬라와 다른 산업에 속해 있다. ESG 지수 상위 10개사는 점수가 아니라 시가총액 순으로 표시한 것이다. 이 점은 머스크가 오해한 것이다.)

S&P 관계자는 테슬라의 점수가 상대적으로 떨어진 몇 가지 이유를 밝혔다. 먼저 저탄소 전략 부재와 비즈니스 행동 규범의 문제가 꼽혔다. 이 회사는 효율적인 기술로 탄소 배출 강도를 줄이는 전략 면에서, 그리고 부패나 반 경쟁 관행을 막는 규범의 이행과 투명한 공개 면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디어와 이해관계자 분석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 항목은 논란을 일으킨 사건들이 기업의 평판과 금융 면의 리스크를 키우고 지속가능성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따져보는 것이다. 테슬라는 특히 캘리포니아 프레몬트 공장의 인종 차별 논란과 열악한 노동 환경 문제, 당국의 오토파일럿(주행보조 장치) 안전성 조사로 점수가 깎였다.

S&P의 총평은 이렇다. ‘테슬라는 도로에서 화석연료 자동차를 끌어내는 데 역할을 하고 있을지 몰라도 더 넓은 ESG의 렌즈로 들여다보면 동종기업들에 뒤졌다.’ 테슬라는 모건 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의 ESG 평가에서도 높은 등급을 받지 못했다. 테슬라의 MSCI ESG 등급(A)은 자동차산업 42개사의 평균 수준이었다. 엑손도 석유·가스산업 24개사의 평균 수준(BBB)에 그쳤다.

펄펄 뛰는 머스크에 비해 테슬라 이사인 미즈노 히로미치는 더 절제된 표현으로 ESG 평가체계의 문제를 지적했다. ‘분명히 밝히지만, 테슬라는 ESG 투자를 비난하지 않으나 ESG 등급체계가 한 기업의 부정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영향도 공정하게 평가할 것을 촉구한다. 현재의 등급은 흔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는 것에 과도한 비중을 두고 긍정적인 영향은 무시한다.’

미즈노의 지적은 현행 ESG 평가 방식의 한계를 드러낸다. ESG 점수나 등급은 보통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의 여러 세부항목을 평가하고 이를 뭉뚱그려 총점을 내는 방식이다. 항목별 가중치에 따라 평가는 크게 달라진다. 업종별 상대평가는 머스크가 ‘석유업체는 좋은 등급을 받고 테슬라는 나쁜 등급을 받는 터무니없는 평가’라고 한 것과 같은 불만을 낳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테슬라는 ESG보다 ‘임팩트(impact)’라는 표현을 선호한다. 이 회사가 낸 보고서(Impact Report 2021)를 보자.

‘대형 투자기관들의 ESG 펀드에 돈을 맡긴 개별 투자자들은 아마도 자신의 돈이 기후변화를 호전시키는 기업이 아니라 악화시키는 기업의 주식을 사는 데 쓰일 수 있다는 점을 알지 못할 것이다. ······어떤 기업이 기름 먹는 하마 같은 차를 마구 찍어내더라도 제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조금씩 줄여가는 한 ESG 등급은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ESG 평가는 흔히 이렇게 묻는다. “이 ESG 이슈가 기업의 이익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묻는 평가체계가 필요하다. “이 기업의 성장이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가?”’

1970년 9월 밀턴 프리드먼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을 늘리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 단순한 독트린은 지난 반세기 동안 자본주의 사회의 운영체제를 지배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생각이 광범위하게 호소력을 얻고 있다. 주주의 이익뿐만 아니라 지구환경과 여러 이해관계자, 기업 그 자체의 지속가능성에 미칠 영향도 중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ESG는 그런 생각을 종합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주주 이익 극대화처럼 단순한 지침이 아니다. 그 복잡성은 새로운 문제를 낳는다. 평가체계와 실행 지침들은 여전히 조악하다. 분노에 찬 머스크의 트윗보다 근본적인 성찰과 숙고가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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