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복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
국경복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융(C.G. Jung, 1875~1961)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꿈에서 만난 이야기다. 그의 아버지는 1896년 초에 세상을 떠났다. 발인을 마치고 6주가 지나고 나서 아버지가 그의 꿈속에 나타났다. “갑자기 아버지가 내 앞에 서서 휴가에서 돌아왔다고 했다. 아버지는 휴양을 잘하고 이제 귀가 한 것이었다. 내가 아버지의 방을 차지했기 때문에 아버지가 나를 불쾌하게 여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거기에 대해 아무 말도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아버지가 죽었다고 착각한 것이 부끄럽기만 했다. 며칠 후에 또다시 그런 꿈을 꾸었다. 아버지는 건강이 회복되어 집으로 돌아왔고, 다시금 나는 아버지가 죽었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 자책했다.”

그의 아버지는 목사였고 자식을 각별히 사랑했다. 하지만, 융이 지적으로 성장하면서 때때로 아버지와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이로인하여 부자간의 감정이 상한 경우도 있었다. 융의 나이 21살에 아버지는 병으로 돌아가셨다. 끝내 부자는 서로를 이해하기 못했다. 아버지가 죽자, 융의 어머니는 “아버지는 너를 위해서 지금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이 말이 융의 마음을 몹시 아프게 했다. 이제 융은 집안의 가장이 되어 아버지가 쓰던 방으로 자신의 거처를 옮겼고, 어머니에게 생활비를 대주었다. 그의 마음에는 남자다움과 아버지로부터 해방감이 조금씩 싹텄다. 그러던 어느날 위와 같은 꿈을 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꿈은 심리몽이다. 융의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과 스스로에 대한 책망의 감정과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이 심리적인 꿈을 만들었다. 심리적인 꿈의 해석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꿈 꾼이의 기억과 꿈속에서 드러난 감정이다.

폰 프란츠(Marie-Louise von Franz, 1915~1998)도 분석심리학자이다. 그녀는 18살에 융을 만나 그의 제자가 되었다. 프란츠의 아버지는 그녀가 비교적 어린시절에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죽은 후 3주 지나서 꾼 꿈이다. ‘저녁 10시였고 밖은 매우 어두웠다. 그 때 초인종이 울렸다. 나는 어찌해서 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그것은 아버지였다. 내가 문을 열었더니, 아버지는 작은 가방을 들고 서 있었다.... 아버지는 “그래, 물론 나는 내가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렇지만 내가 너희들을 방문해도 되겠니?”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럼요, 물론이죠. 들어오세요”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내 곁을 지나 계단을 올라 집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아버지를 따라서 그의 옛날 침실로 가려고 했으나, 그는 머리를 가로젓고는 계단을 올라 손님방으로 갔다. 그러면서 ”나는 이제 손님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방에 도착해서는 가방을 내려놓고 말했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죽은 자와 오랫동안 함께 있으면 좋지 않다. 이제 가 보거라!“ 나는 아버지를 껴안으려고 했으나, 그는 손을 내저어 막았다. 나는 내 방으로 갔고, 내가 전기난로를 너무 오랫동안 켜놓은 것 같아 갑자기 불안했다. 그때 나는 몸이 뜨거웠고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이 꿈은 예지몽이다. 그녀는 당시에 이별의 문제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녀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그리워하는 감정이 이 꿈을 만드는 기본요소가 되었다. 이에 더하여 그녀의 무의식적인 예지력이 꿈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그녀의 돌아가신 아버지는 이 꿈에서 자신보다 딸이 더 오래 살게 될 것임을 암시해준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꿈속에서 그녀와 한방에 함께 있으려 하지 않는다. 즉, 아버지는 딸이 자신을 그리워해도 자신과 같이 죽음의 세계에 들어오려는 것을 막는다. 그리고, 그녀가 죽은 자신을 껴안는 행위까지도 거부한다. 꿈 속에서 그녀의 뜨거워진 몸은 살아있는 세계를 상징한다. 사람이 죽으면 싸늘한 시체가 되는 차가운 세계와 대비를 이룬다.

위 두개의 꿈에서는 현실에서 죽은 아버지가 꿈속에서 돌아온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해석은 다르게 해야 한다. 융의 꿈은 기억과 감정이 꿈을 만들어낸 토대가 된 심리몽이다. 폰 프란츠의 꿈은 당분간 죽음의 세계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시를 받은 예지몽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예지몽은 기억과 감정 뿐만아니라 예지적 무의식이 함께 작용한다. 심리몽과 예지몽을 명확히 분류하는 작업은 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분석하기가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필자: 국경복, 경제학 박사. 저서: ‘꿈, 심리의 비밀’(2019년), 이야기 꿈의 해석(블로그),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홈페이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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