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브릭스 이혜린 대표 "믿고 플레이하는 임팩트 게임 제작사 되겠다"

이혜린 더브릭스 대표. 사진/편지수 기자
이혜린 더브릭스 대표. 사진/편지수 기자

게임산업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K-콘텐츠의 선봉장으로 자리매김했지만, 과거의 부정적 인식은 아직까지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스토리, 영상, 기술이 접목된 종합예술이라는 인식보다 사행성, 폭력성 등의 논란이 늘 먼저 앞섰다. 이에 게임업계에서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사회공헌에 힘쓰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사회적 메시지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임팩트 게임(Impact Game)’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 이미 ‘디스 워 오브 마인’을 비롯해 인도의 소녀 인신매매 문제를 다룬 ‘미싱’, 대만의 계엄정치의 실상을 알린 ‘반교’ 등은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반교’의 경우 게임 IP를 기반으로 영화‧드라마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자살 예방’을 소재로 한 멀티엔딩 스토리 어드벤처 모바일 게임 ‘30일’이 출시돼 많은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았다. 30일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최설아’의 죽음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박유나’의 이야기는 출시된 지 일년여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18만을 돌파했다.

‘30일’의 제작사는 ‘더브릭스(The Bricks)’다. 사회의 벽에 부딪혔을 때 벽돌 하나라도 깰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더브릭스는 지난달 엔딩이 추가된 PC버전 ‘30일 어나더’를 스마일게이트 스토브인디를 통해 출시했다.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팜 신촌센터에서 만난 이혜린 대표는 “믿고 플레이하는 임팩트 게임 개발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30일’을 플레이하는 내내 ‘트리거(방아쇠)’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획 단계 때부터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다. 개발부터 출시까지 오래 걸리다보니 유저들과 만날 기회를 많이 만들었고, 전시에 참여하거나 데모 빌드를 공유해가며 피드백을 많이 들었다. 실제 자살시도를 경험했던 사람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이후 많이 공부하면서 무엇이 트리거가 되고, 어떤 게 도움이 되는지 알게 됐다. 흔히 오히려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자살 의사를 안 물어보게 되지 않나. 공부해보니 자살 의사를 확인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됐고, 일부러 대화 선택지에 넣었다. 또 자살예방 가이드를 일부러 넣어 노출시켰다.

-‘30일’의 게임 개발 기간은 약 3년 여에 달한다. 그동안 이혜린 대표를 비롯한 4명의 더브릭스 제작진은 게임의 배경이 되는 고시원을 직접 답사하면서 디테일을 살렸다. 그러면서도 자살예방 관련 강의를 받거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시나리오 자문을 받는 등, 누구나 안전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꼼꼼히 신경을 썼다.

30일 어나더 컷신. 사진/더브릭스
30일 어나더 컷신. 사진/더브릭스

-‘자살 예방’이 주제니만큼 먼저 편견을 갖고 바라보는 유저도 있었을 것 같은데.

주제가 주제니만큼 만들면서부터 욕 먹을 각오도 하고 있었는데(웃음) 그런 반응은 많지 않았다. 간혹 게임 소개나 인터뷰 영상에 그런 댓글이 달리기도 했는데, 실제로 플레이해본 팬들이 아니라며 ‘쉴드’를 쳐 주시더라. 우리 게임의 팬들이 정말 선한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모르고 플레이해보니 주제의식이 숨겨져 있어 좋았다는 반응이 제일 기분 좋았다.

-국내에서 ‘30일’ 같은 임팩트 게임은 초기 단계니만큼 이를 돕는 지원사업이나 단체도 아직 많지 않다.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학생 때 게임제작 동아리 브릿지에서 만나서 더브릭스를 만들었는데, 이렇게 개발이 길어질 줄은 몰랐다(웃음). 좋은 일 해보자는 생각에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서 다양한 사업과 공모전에 지원했다. 서울산업진흥원의 인스피레이션 게임(임팩트 게임) 지원사업을 통해 취재나 자문에 도움을 받기도 했다.

-게임공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인디 게임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장대해 보일 수 있지만, 게임의 다양성에 기여하고 싶다”며 “게임도 예술의 영역이니만큼 누구나 영화 보듯 취사선택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PC버전 ‘30일: 어나더’의 경우, 모바일과는 구동 환경이 달라지는 만큼 바뀌는 부분도 많았을 것 같다.

‘30일 어나더’는 모바일 게임 ‘30일’과 완전히 동일한 버전은 아니다. (히든 엔딩 5종이 추가되는 등)콘텐츠가 많이 늘어났고, 다양한 인물 개개인에게 좀 더 초점을 맞췄다.

PC버전은 모바일보다 화면 크기도 몇 배로 커지고 조작도 달라지면서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많이 있더라. 전체적인 그래픽을 업그레이드했고 빠른 이동 무제한, UI 변경 등 편의성과 속도감도 개선했다.

-더브릭스는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의 인디 게임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인연으로, ‘30일: 어나더’ 출시와 함께 자살예방단체에 기부하는 생명존중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그렇듯 경영 면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유료로 출시된 ‘30일: 어나더’의 초기 반응은.

생명존중 캠페인을 통해 ‘30일: 어나더’를 구매한 유저들이 예상보다 있었다. 또 할인 행사에도 가끔 참여해, 더 저렴한 가격으로 다가가기도 하면서 유저들이 꾸준히 구매해주시는 것 같다. 모바일 버전인 ‘30일’은 플레이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하반기 업데이트를 계획하고 있다. 게임을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기능성 아이템이나 코스튬을 추가하고자 한다.

이 대표는 ‘30일’ 게임 팬들이 반가워할 만한 웹툰도 제작 논의 중이라고 귀띔했다. 당초에 접근성을 고려해 모바일 게임을 제작했던 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30일’ IP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더브릭스’의 차기작 예정과, 게임사로서 목표는.

가장 가까운 계획은 ‘30일’ 후속작이다. 30일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물들이니만큼, 이들 인물에 초점을 맞춘 일종의 스핀오프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 내년에 시작하는 차기작의 경우 장르와 소재는 고민 중인데,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 같다.

앞으로도 우리는 계속 임팩트 게임을 만들 거고, 진심으로 만들어 믿고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사가 되고자 한다. 우리가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해 신념을 지키며 만들어 온 만큼 방향은 크게 안 바뀔 것 같다. 유저들이 지금도 기대 이상의 반응을 보여주셨던 만큼,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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