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난 겪는 EU 탄소중립 역행 석탄발전 늘려…석탄가 작년 4배

러시아가 유럽행 가스관을 통한 가스공급을 아예 중단하면서 독일을 위주로 유럽 주요국 가스 가격이 급등했다. 이에 유럽은 탄소중립을 위해 점차 가동을 중단했던 석탄발전에 눈을 돌리고 있다. 사진은 탈석탄법 제정 촉구를 위한 시민연대 회원들의 퍼포먼스 모습. /연합뉴스
러시아가 유럽행 가스관을 통한 가스공급을 아예 중단하면서 독일을 위주로 유럽 주요국 가스 가격이 급등했다. 이에 유럽은 탄소중립을 위해 점차 가동을 중단했던 석탄발전에 눈을 돌리고 있다. 사진은 탈석탄법 제정 촉구를 위한 시민연대 회원들의 퍼포먼스 모습. /연합뉴스

러시아가 유럽행 가스관을 통한 가스공급을 아예 중단하면서 독일을 위주로 유럽 주요국 가스 가격이 급등했다. 이에 유럽은 탄소중립을 위해 점차 가동을 중단했던 석탄발전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세계 석탄 수요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9년 전 수준으로 늘어나고 내년에는 이를 뛰어넘어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지난 2일 발트해 해저를 통해 독일 등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앞서 가스프롬은 지난달 31일부터 3일간 노르트 스트림-1의 정비를 진행했고, 가스 공급 재개를 불과 7시간여 앞두고 누출이 발견됐다며 가스공급을 완전히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독일 최대 러시아산 가스 수입업체 유니퍼는 주가가 11% 폭락했고, 핀란드 모회사 포르툼은 8.9% 추락했다. 

클레멘스 퓌스트 독일 ifo 경제연구소장은 “러시아가 당분간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통한 가스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함에 따라 독일은 급격한 경기하강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경기침체를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자국을 제재해온 유럽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천연가스 공급을 줄여왔다. 가스프롬은 지난 6월 중순부터 노르트스트림-1을 통해 독일 등 유럽으로 보내는 천연가스 공급량을 가스관 용량의 40%, 지난 7월 27일에는 20%로 재차 줄인 바 있다.

이에 EU는 석탄에 눈을 돌렸다. 유럽석탄·갈탄협회의 브라이언 리케츠 사무국장은 최근 튀르키예 아나돌루 통신에 “많은 유럽 국가가 이번 겨울에 더 많은 석탄을 땔 계획”이라며 EU의 전력 생산에서 석탄 비중이 지난해 15%에서 올해 말까지 20%를 웃도는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7월 말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석탄 소비가 지난해보다 0.7% 증가한 80억700만t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3년과 같은 수준이다. IEA는 “올해 천연가스 가격 상승이 세계 석탄 수요를 떠받치고 있다”며 “많은 국가가 가스에서 석탄으로의 전환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EU의 올해 석탄 소비는 4억7600만t으로 지난해보다 7%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여러 EU 국가가 폐쇄 예정인 석탄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거나 기존 석탄발전소의 가동 시간을 늘리는 데 따른 것이다.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인 중국의 경우 올해 상반기 석탄 수요가 일부 도시의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경제 성장 둔화로 지난해 동기보다 3% 감소했다. 그러나 하반기에 석탄 소비가 늘어나며 연간으로 42억3000만t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전 세계 소비량의 53%를 차지한다.

IEA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향방, 중국의 경제 성장세 등이 주요 변수가 되겠지만 내년 전 세계 석탄 소비량이 80억3200만t으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했다.

석탄 수요가 늘어나자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지난달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금지한 EU가 호주와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으로 수입선을 확대한 것은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긴 요인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유럽 석탄가격 지표 가운데 하나인 10월물 선물가격은 지난 2일 368.35달러로 한 달 사이에 9%가량 올랐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4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아시아 석탄가격 지표인 호주 뉴캐슬 발전용 연료탄 현물가격도 2일 t당 439.67달러로 연초 대비 118% 급등했다. 지난달 26일에는 443.51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이와 관련 에너지 전문가는 “에너지 수급 불안이 화석연료 생산과 소비 지원 확대로 이어져 지구 온난화를 부추기는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다”면서 “석탄 수요 증가에 따른 석탄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우리나라와 같은 석탄 수입국의 수입 비용이 크게 불어나는 등 경제 주름살도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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