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은 충분, 반독점 규제는 걸림돌…컨소시엄 구성 가능성도

이재용 부회장이 10일(현지 시각)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의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10일(현지 시각)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의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영국에 방문하면서 또다시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 ARM 인수설이 불거지고 있다. 만일 삼성이 ARM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반독점 문제를 피해 인텔 등과 공동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특사로 해외 순방 중인 이 부회장은 최근 전세기로 영국에 도착했다. 이에 이 부회장이 영국 방문 기간 동안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 ARM 인수 관련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은 연초 대형 인수합병(M&A) 체결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한종희 삼성전자 DX 부문장(부회장)은 올해 초 CES2022에서 반도체, 모바일, 가전 등 전 사업 부문의 M&A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삼성은 지난 2016년 미국 자동차 전자장비업체인 하만(Harman) 인수 이후 6년 가까이 대규모 M&A가 없었다. 인수합병을 위한 현금도 충분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기준 125조원에 이르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의 반도체 사업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팹리스 부문 강화를 위해 ARM을 인수할 가능성을 점쳤다.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ARM은 컴퓨터의 CPU와 스마트폰 두뇌로 불리는 AP칩 설계 핵심 기술을 보유한 업체로,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특히 ARM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등 모바일 칩 설계 시장 점유율은 2020년 기준 90%에 달한다. ARM은 서버용 반도체, AI 반도체도 설계하며 고객사는 퀄컴,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등 전세계 1000여개에 달한다.

단 삼성이 ARM을 단독 인수할 가능성은 낮다. 50조원에 달하는 몸값도 부담이지만, 각국의 자국산업 보호주의가 강한 상황에서 독과점 문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앞서 ARM의 소유주인 소프트뱅크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2020년 ARM을 400억달러(약 48조원)에 매각하려 했으나 미국, 영국, 유럽연합(EU)이 독과점을 우려해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2018년 퀄컴이 네덜란드의 차량용 반도체 기업(NXP)를 인수하려고 했을 때도 중국이 인수 심사를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결국 M&A를 무산시킨 사례가 있다.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의 지위를 생각해보면, ARM을 인수할 시 각국 규제당국의 인수 허가를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로서는 각국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지분을 공동으로 투자하는 컨소시엄 형태로 ARM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ARM을 인수하는 컨소시엄이 꾸려진다면 어떤 식으로도 참여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며 컨소시엄 구성 가능성을 내비쳤다.

주요 반도체 플레이어들도 ARM 인수 컨소시엄 참여를 암시했다. 퀄컴은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반대하면서 상장하면 투자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SK하이닉스 역시 자회사 솔리다임과 협업해 ARM M&A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 중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다른 기업과 ARM에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언급했다.

삼성 역시 ARM 인수에 나설 경우 공동인수에 참여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부회장과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월 ARM 인수 관련 논의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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