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형 금리 다시 7%대로…은행채 5년물 금리 고공행진

4대 시중은행 로고. 사진/연합뉴스
4대 시중은행 로고. 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들썩이고 있다. 미국이 오는 11월에 4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한국은행도 다음달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출금리의 지표금리로 사용되는 채권금리가 치솟고 있다. 올해 연말에는 주담대 금리 상단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 8%를 찍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금융채 5년물 지표금리) 금리는 이날 기준 연 4.360~7.101%로 집계됐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혼합형 금리는 지난 6월 잠시 7%를 넘어섰다가 채권금리 진정과 은행들의 예대금리차 축소 노력 등으로 6%대 초반까지 떨어졌지만 3개월여 만에 다시 7%대로 올라섰다.

이처럼 혼합형 금리가 상승곡선을 타는 것은 지표 금리인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가 5%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현재 연 5∼6% 중반대 수준이다. 변동금리의 지표금리인 코픽스 인상에 변동금리는 두 달 만에 상단이 0.4%포인트 넘게 뛰었다. 

문제는 글로벌 긴축 기조 강화에 은행채를 포함한 채권시장 금리 상승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출금리가 연말까지 계속해서 올라갈 경우 자산투자와 경영난 등으로 최근 수년간 대출을 많이 끌어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과 자영업자, 서민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시장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미국의 잇따른 '자이언트스텝'에 대응해 10월 통화정책방향결정 회의에서 '빅스텝'을 밟을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10월만 '빅스텝'을 밟고 11월 '베이비스텝'으로 돌아가면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는 0.75%포인트, 10월과 11월 연속 '빅스텝'을 단행하면 1.00%포인트 더 오르게 된다.

기준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시장금리와 그에 연동한 대출금리도 함께 들썩일 수밖에 없고, 기준금리 상승 폭(0.75∼1.00%포인트)만큼만 높아져도 연말께 대출금리는 8%에 육박할 수 있다. 

시중은행에서 혼합형 주담대 금리 상단이 8%를 넘은 것은 2008년 12월이 마지막이었다. 변동금리 기준으로도 2008년 10월 이후 금리가 한 번도 8%를 넘지 않았다.

이러한 대출금리 상승에 한도 축소 등 대출문턱까지 높아지면서 아파트 가격은 가파른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국민은행의 월간 시계열 통계를 보면 지방 5개 광역시(대전·대구·울산·부산·광주)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이달 3억9928만원으로, 지난달(4억104만원)보다 176만원 떨어졌다. 지방 광역시의 평균 아파트값이 4억원을 하회하는 것은 올해 1월(3억9974만원) 이후 8개월 만이다.

수도권의 평균 아파트값은 지난 6월(8억1055만원) 이후 3개월째 하락세를 타며 이달 8억175만원을 기록했다. 특히 전국 아파트 중위 매매가(아파트값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가격)는 이달 4억8818만원을 기록해 5억원선이 무너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저금리 환경에 익숙한 젊은 대출자들에게 연 7~8%대 금리는 처음 겪는 경우인 만큼 우려가 많을 것"이라며 "은행내 전문가들의 상담을 통해 지금부터라도 원리금 상환 계획을 합리적으로 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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