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철 대한기능의학회 회장·반에이치클리닉 원장
이재철 대한기능의학회 회장·반에이치클리닉 원장

삼겹살이나 소고기를 맛있게 구우면 타기 직전에 갈색처럼 변한다. 120도 이상의 고온에서 가열할 때 발생하는 이런 갈변 반응을 마이야르 반응이라고 한다. 맛과 향이 풍부해지고 감칠맛을 유발해서 사람들은 이렇게 노릇노릇 갈색으로 변한 음식들을 특히 더 좋아한다.

하지만 이 갈색으로 변한 부분에는 당독소가 많다. 당독소란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는 것처럼 당, 즉 탄수화물의 섭취가 많을 때 우리 몸에 쌓이는 독소다. 최종 당화 산물 (AGEs)이라고 불리는 이 물질은 당화된 단백질 혹은 당화된 지질을 뜻하는 말로, 당과 아미노산이 결합한 상태다.

최근 수많은 연구에서 당독소는 대사질환을 유발하는 주범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독소가 높으면 만성 염증을 유발하고, 각종 알레르기, 피부 질환, 호르몬 불균형과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한다. 또한 에너지 생성을 방해해서 쉽게 지치고 피곤해진다. 결국 몸은 쉽게 에너지를 얻기 위해 다시 탄수화물을 원하게 되고, 과량의 탄수화물은 다시 당독소를 생성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게 된다.

다이어트의 효율이 떨어지는 많은 사람들이 당독소가 높은 경향이 있다. 지방 조직의 아디포넥틴이라는 호르몬은 지방 산화와 포도당 대사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당독소가 아디포넥틴에 결합해서 지방이 연소되지 못 하도록 방해하기 때문이다. 결국 비만해지고 다이어트를 열심히 해도 살이 빠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하면 당독소를 제거할 수 있을까? 먼저 당독소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당독소는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고기, 채소, 탄수화물에 많이 들어있으니 음식을 기름에 굽거나 튀기기보다는 삶거나 쪄서 먹는 것이 좋다.

실제로 저탄고지 다이어트가 유행하면서 삼겹살을 버터에 구워 먹는 등의 식사를 오랜 기간 유지하시는 분들은 처음에는 살이 잘 빠지다가, 점점 체중 감소 속도가 줄고, 피로감이나 다른 염증 질환이 생기고 콜레스테롤이 증가하는 문제를 빈번하게 겪는다. 이런 증상 역시 당독소가 몸에 과도하게 쌓이고 케톤이 에너지로 사용되지 못하고 축적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그러므로 직화구이 보다는 수육이나, 샤브샤브를 먹는 것이 좋고 국물이 있는 음식의 건더기만 건져 먹는 것도 좋다. 당독소는 포도당과 아미노산의 결합인데 중간에 끼어 있으면 물이 포도당과 아미노산의 결합을 방해해 당독소 생성을 막는 효과가 있다.

또한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지 않는 저항성 전분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소장에서 나오는 소화 효소에 저항하는 전분을 저항성 전분이라고 부르는데, 대표적으로 찬밥이 저항성 전분이다. 밥솥에 갓 지은 밥을 유리그릇에 넣어서 냉장고에 24시간 보관하면 저항성 전분이 된다. 당을 급속도로 높이지 않으므로 인슐린 저항성을 감소시키고 당독소도 생성하지 않는 좋은 식재료이다. 또한 소장에서 분해되지 않고 대장까지 가서 저항성 전분은 대장 속의 유익한 미생물들의 먹이가 되어준다. 냉장 보관한 밥을 다시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먹으면 맛도 갓 지은 밥 그대로이니 오늘부터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좋은 식습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재철 대한기능의학회 회장·반에이치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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