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 대중가요 평론가·한국콜마 연수원장
유차영 대중가요 평론가·한국콜마 연수원장

‘놀 자리를 창출하시라.’ 이는 오늘날 점증(漸增)하고 있는 고령화사회, 절체절명의 숙제이다. 비혼과 출산율 급락에 따른 젊은 인구는 감소하고, 상대적으로 고령층과 평균수명은 올라만 간다. 뿐만 아니라 인류의 순기능적 진화인 인공지능, AI(Artificial Intelligence)를 근간으로 하는 과학적·기계적·전자적 시스템 발달은 ‘사람의 손길과 눈길과 발걸음을 전제로 하는 물리적인 일자리를 잠식’시켜간다. 이는 1950년대 후반 6.25 전쟁 휴전 후, 이어진 베이비부머 시대와 연계되어 있는 역 현상이다. 그때는 산업화를 지향하는 기치 아래 조성된 물리적인 일자리는 많았고 사람은 부족했다. 오늘날은 일할 사람도 모자라고, 잠식되어가는 그 일자리마저 AI가 앗아간다. 이런 때에 바람직한 지향점은 바로 ‘감성적인 일자리, 놀 자리 창출’이다. 잘 놀면서도 기본적인 삶은 보조받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다. 이 시기에 온고지신으로 되새김할 노래가 1960년대 황정자의 목소리를 타고 세상을 울린 <노랫가락 차차차>이다. 이 곡조는 물리적인 일에 너무 과하게 부닥치며 살아가던 그 당시 세대들에게, 쉼(rest)을 역설했던 유행가이다.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 늙어지며는 못노나니 / 화무는 십일홍이요 / 달도 차며는 기우나니라 / 얼시구 절시구 차차차 / 지화자 좋구나 차차차 / 화란춘성 만화방창 /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 차차차 차차차 // 가세 가세 산천 경계로 / 늙기나 전에 구경가세 / 인생은 일장의 춘몽 / 둥글둥글 살아나가자 / 얼시구 절시구 차차차 / 지화자 좋구나 차차차 / 춘풍화류 호시절에 /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 차차차 차차차.

<노랫가락 차차차> 노랫말이 난해하고 어렵다. 화무십일홍·일장춘몽·화란춘성·만화방창·춘풍화류 등등을 풀어서 적었다면, 가사를 오선지 위에 걸치지 못하였으리라. 단어들의 해설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이 노래가 불린 그 시절, 우리네 어머니와 아버지들의 삶은 고달팠다. 노랫말과는 상반되는 사회적 환경이었다. 그 숨가팠던 노곤함을 잠시라도 쉬게 하려고 의도한 노래가 바로 이 절창이다. 작사가 김영일과 작곡가 김성근의 기치다. <노랫가락 차차차>는 우리 고유의 ‘노랫가락’과 서양음악 ‘차차차’를 버무린 퓨전 노래이다. 그 시절이 한국대중가요 100년사에서 우리의 것으로 가닥을 잡은, 뽕짝이라고 통설하던 전통가요·유행가의 물길인데, 어쩌다 트로트로 불리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른다. 이 트로트라는 말은 서양 춤곡 폭스 트로트(fox trot)에서 기인하여, 우리 화된 말이다.

‘노랫가락’은 경기민요의 하나였다. 원래 무당들이 부르던 노래였으나, 대중들에게 퍼지면서 민요로 뿌리내렸다. 조선 말엽 고종(1852~1919) 때 대궐 출입이 잦은 무당들이 임금에게 들려 드리기 위해 고상한 시조(가사)를 얹어 부른 뒤로 민요로 유행하게 되었단다. 그 시절 노래 소절도 묵직한 어휘들로 얽었다. ‘충신은 만조정이요/ 효자열녀는 가가재라/ 화형제 낙처자하니/ 붕우유신하오리라...’‘차차차(cha cha cha)’는 라틴아메리카(남부 아메리카) 댄스 리듬의 하나. 쿠바의 춤 곡 단손(danzon)이 개조되어 생겨난 것, 1950년대 중반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차차차 음악의 특징은 단음 또는 스타카토(staccato)의 지속, 박자는 일반적으로 4분의 4박자, 4분의 2박자로 연주할 때도 있다.

왜, <노랫가락 차차차>에 ‘놀 자리 창출’을 제언하는가. 1960년대는 놀려고 해도 놀 수가 없었다. 호구지책의 환경이 전부였다. 6.25 전쟁 이후 발생한 1천만 이산가족과 실향민, 17만여 분의 전사·순직자, 20만여 미망인, 10만여 전쟁고아 등, 온 나라는 들도 산도 사람도 가정도 사회적인 환경도 온통 황무지였다. 이에 뒤이어 베이비부머로 이 세상에 오신 분들이 오늘날(2022년) 고령층으로 가는, ‘놀 자리가 필요한’ 어른들이다. 그 시절 출생은 축복이었고, 생존은 목표였다. 그래서 축복의 열매가 많이 맺혔다. 뒤를 이은 미래를 잘못 예측한 정책이 산아제한, 이후 오늘날까지 비혼·만혼·저출산·고령화로 이어진다. 단편적으로 예단하기는 곤란하지만, 적어도 이러한 맥락을 부인하기는 어려운 대한민국 현대사의 인구학적 흐름이다.

감성적 ‘놀 자리 창출’의 바람직한 한 가닥은 사람들의 흥(興)을 부추기는 놀이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바로 감흥에너지의 발전소와 같은 ‘유행가스토리텔링 마당, 송&앤 톡 스튜디오(song&talk studio)’의 장려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감흥 마당은 시장제(市場制)나 공공제(公共制)로 구분할 필요는 없겠으나, 나라가 주도하는 공공제 장치가 효과·파장·확산·지속 차원에서 적절하리라. 하지만 오늘날 제도권과 사회적 선도를 주창하는 이들은, 이러한 물리력이 감소하는 고령층 증가 현상을 묵과(默過)하거나, 의도적으로 피시(避示)하면서, ‘물리적인 일자리 창출’을 외치고 있다. 바람직하지 않은 쪽으로 손가락을 가리키면서, 마치 선심을 베푸는 듯 경쟁적으로 그곳을 바라보고 따르라는 듯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정규화·취로화·일과화·임시화를 근간으로 일자리 직위 수를 통계(統計)하는 미봉책들이 이에 해당된다.

유행가스토리텔링 마당, ‘송&톡 스튜디오(song&talk studio)’는 어찌하면 장려될 수 있을까. 이는 노래를 떼창으로 부르고, 노래가 품고 있는 사연을 이야기하고, 흥건한 흥을 머금은 몸을 흔들고~ 등등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장으로 가서, 혹은 모여서 한바탕 신나게 놀고 나면, 그 보상으로 최소한 삶의 보조적인 수단이 해결되도록 하는 대중문화예술적인 공공제를 창출하는 것이 바로 ‘일자리, 놀 자리 창출’이다. 여기에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스탶진(연출·안무·연주 등)이 필요 없고, 다만 무반주·생목소리로 노래도 하고, 그 노래와 관련된 사연과 역사를 풀어서 설명하는, ‘송&톡 유행가스토리텔러’만 필요하다. 이 유행가스토리텔러는 대중가요평론가와는 다른 새로운 분야다. 이는 2021년 12월 4일, 대한민국최고기록인증원에서 유행가스토리텔러 제1호 인증서(한국유행가연구원장 유차영)를 수여함으로써 갈래 된 최초의 길이다. 블루오션 속의 블루로드라고 보면 된다. 이‘송&톡 스튜디오(song&talk studio)’에서의 주체가 바로 고령화 시대 물리력이 감화(減化)되어가는 어른들이고, 이 주체를 선도하는 객체(유행가스토리텔러)가 바로 저출산 시대의 개개인이다. 여기서 주체와 객체의 연령층은 청중장년을 구분하지 않아도 무방하리라.

한 사람(1명)이 생목소리로 소통할 수 있는 인원은 10명 내외이다. 이것이 군대조직의 최하위 단위인 분대(分隊)의 기준이다. 이것을 4개 합친 조직이 소대(小隊)이고, 이것이 최소 전투단위 편성이다. 이 조직을 4개 합친 인원이 150여 명이고, 이 단위가 중대(中隊) 편성의 단초이다. 한 사람이 의도하는 대로 리더해 갈 수 있는 집단의 기준이다. 오래전 로마 군대의 중대 편성 인원도 이와 유사했다. 오늘날도 비슷하다. 전장의 소음과 풍류 가락의 쿵쾅거림 속에서의 소통도 엇비슷한 면이 있다.

‘유행가스토리텔링 마당, 송&톡 스튜디오(song & talk studio)’도 이에 준하면 된다. 즉 유행가스토리텔러 1명이 150여 분 앞에서 이분들의 흥(興)을 발산하게 하면 된다. 감성문화예술시대 혹은 고령화 시대의 전형적인 모델이다. 1명의 일자리에 150여 분의 감흥을 매다는 것이다. 1명의 자리를 만드는 것도 ‘놀 자리 같은 일자리(급여)’이고, 이에 동반하는 150여 분의 참여도 ‘일자리 같은 놀 자리에 대한 적절한 보상’(참여수당)인 상생·공생을 향한 ‘일자리, 놀 자리 창출’이다. 이러한 콘텐츠를 660만 중소기업 CEO, 그 어느 한 분(혹은 여러분)이 스타트 업(start up)을 하신다면, 이는 ‘놀 자리 창출 열풍, 새로운 세상’의 대문이 될 수도 있으리라.

유행가는 시대와 세대를 이어오며 통창 되는 흘러온 노래다. 강물은 바다로 흘러가지만, 노래는 이와 반대로 세월을 뒤따른다. 앞으로 나아가는 세월에 매달려 팔락거리는 단풍잎과 같다. 21세기에 휘몰아친 유행가 복고열풍이 그 징표다. 대중들의 눈과 귀를 호강시킨 미스트롯2에 출전하여 여성 가수의 히로인(heroine)이 된 양지은은 별나라에서 온 노래별이다. 그녀는 ‘내 딸 하자’에서 황정자의 노래 <노랫가락 차차차>를 열창하여 대중들의 인기 온도계를 더욱 상승시켰다. 이 노래의 원곡 가수 황정자는 1927년 서울 출생 본명 황창순이다. 그녀는 8살 때부터 순회극단에서 노래를 불렀으며, 13세에 <살랑춘풍>으로 데뷔했다. 황창순은 마산 오동동 통술거리를 서사한 <오동동 타령>, 함안 악양루가 고향인 6.25 전쟁 전사자 박기준의 남매, 처녀 뱃사공의 실제 사연을 얽은 노래 <처녀 뱃사공>을 남기고 1969년 42세로 타계했다. 장암(腸癌)이 절명의 원인이었다. <노랫가락 차차차>는 황창순이 투병 중에 발표한 절창이다. 이 노래를 리메이크한 양지은은 1990년 제주 한림읍 출생, 국악을 전공한 효녀, 두 아이의 엄마 가수, 제주 출신 무형문화제 판소리 흥보가 제1호다. 양지은의 팬카패는 <미소지은>이다.

일자리 창출~. 구호를 넘어서, ‘놀 자리를 창출’하시라. 이 지향점이 21세기 사회 환경적인 난제, 해답을 찾아야 할 방정식의 3대 변수, 고령화·비혼·저출산 시대 묘답(妙答) 중의 하나이다. 1950년대 말 베이비부머, 21세기의 고령층에 대한 후손들의 보은이고, 대한민국의 미래, 쪽박세대 같은 젊은이들 삶의 탈출구인 동시에, 사회적 희망의 돛대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 간은 인구 절벽 시대에 금상첨화(錦上添花) 같은 처방이다. 660만 중소기업 CEO들이여~ ‘놀 자리를 창출’하시라.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