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선택, 변수로 작용할 수도

구현모 대표. 사진/KT
구현모 대표. 사진/KT

구현모 KT 대표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 의사를 표명했다. KT가 디지코(DIGICO) 기업으로의 성공적인 전환에 힘입어 호실적을 거둔 가운데, 사법리스크를 딛고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연임에 성공할지 관심을 모은다.

9일 KT에 따르면 구 대표는 전날 이사회에서 연임 의사를 밝혔다. KT는 지난 2019년 개정된 KT 정관에 따라 연임 우선심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KT 이사회는 지배구조위원회를 거쳐 CEO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부터 차기 CEO 인선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현직 CEO가 연임 의사를 밝힐 경우 이사회가 우선심사 여부를 결정한다. KT는 구 대표의 연임 적격 여부를 심사하기 위해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를 구성했다.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8명의 사외이사 전원과 사내이사 1인 등 9명으로 구성된다.

연임 적격 심사는 ▲재임 중 경영계약 이행평가 결과‧경영목표 달성 ▲재임 중 고객·임직원·주주 등 대내외 이해관계자의 만족도 ▲기업가치 제고 ▲대표이사로서의 리더십 ▲회사의 지속 가능한 발전 기여 등을 두루 평가한다.

구 대표는 12년 만에 나온 KT 내부 출신 CEO다. 지난 1987년 한국전기통신공사(옛 KT)로 입사한 정통 'KT맨'이다. 구 대표는 취임 후 ‘탈통신’ 기조를 바탕으로, 통신기업으로의 한계를 넘어 KT를 디지코로 탈바꿈시키겠다고 강조해왔다. 잘 갖춰둔 통신 인프라 위에 신성장동력인 ‘ABC’(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을 접목하고, 비통신 사업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다.

전날 발표된 KT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구 대표의 디지코 전환은 성공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 누적 디지코 B2B, 디지코 B2C 매출은 2019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21.9%, 20.1% 성장했다. 텔코 B2B, 텔코 B2C 매출은 각각 5.5%, 2.5%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커졌다.

특히 AICC, 스마트모빌리티 등 디지코 B2B 사업의 올해 3분기 누적 수주액은 전년 대비 21% 성장했다. 이중 AICC사업은 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대형 구축사업의 확대로 91.7% 증가하면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디지코 B2C 또한 IPTV를 비롯한 미디어 부문 매출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신사업 추진을 위한 조직 효율화에도 힘썼다. KT는 지난해 3월 그룹 내 콘텐츠 컨트롤타워인 '스튜디오지니'를 출범시키고 미디어 사업에 힘을 실었다. ENA 채널 드라마 ‘이상한 나라의 우영우’ 흥행에 힘입어 콘텐츠 자회사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4.7% 늘어났다.

또한 그룹 내 클라우드·IDC(인터넷데이터센터) 사업 부문을 분사해 KT 클라우드를 공식 출범했다. KT클라우드는 올해 1~6차 공공 클라우드 전환사업 기관 수, 시스템 수 기준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구 대표는 각 분야 선도 사업자와의 제휴를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재임 중에 신한은행, CJ ENM, 현대차그룹과 지분교환을 통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금융DX, 미디어, UAM(도심항공교통) 등의 사업 준비에 나서고 있다.

취임 후 최우선 과제로 꼽았던 주가 부양에도 성공했다. 구 대표 취임 후 2년만인 지난 8월 초 KT는 종가 3만8350원을 기록하며 시가총액 10조원을 넘겼다. KT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넘긴 것은 2013년 9월 이후로 9년여 만이다.

단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구 대표의 연임을 반대할 가능성도 변수로 작용한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공단의 kt 지분율은 10.77%에 달한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