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오랜만에 동창 몇명을 만나 저녁을 먹는데 처음부터 약속을 했다. 오늘은 정치이야기는 하지말자. 정치이야기 꺼내는 사람은 곧바로 퇴장시킨다. 그래서 경제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대한민국은 이제 뭘 먹고 살아야 하나?

이런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원자력발전소, 전기차 수소차, 방위산업, 문화컨텐츠산업, 바이오 헬스산업, 우주항공산업, 해양산업, 스마트농업, 방송통신산업, 게임산업, 해외 스마트시티 건설.. 

예전에는 중동 건설붐으로 떼돈을 벌어왔는데 그 때는 피와 땀을 흘리며 노동으로 벌었지만 이제는 건설기술도 선진화되었고 IT기술도 세계최고 수준이다. 그러니 해외 스마트시티를 통째로 수주해서 신도시를 만들어 주면 큰돈을 벌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역시 정치이야기를 빼고 대한민국이 살아갈 길을 주제로 방담을 하니 아이디어도 많고 기분도 좋아진다.

술 몇잔이 돌고나니 나보고 즉석 미니특강을 하라고 한다. 가수는 무대가 있어야 노래를 하듯이 강의도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사양했더니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 언젠가 글로 써놓았던 금붕어 이야기를 꺼냈다.  

"금붕어가 1미터이상 클 수 있는거 알고있나?"

"설마"

실제로 지난해 세계 곳곳에서 거대 금붕어가 출현해서 뉴스거리가 되었다. 어른 팔뚝보다 더 큰 금붕어가 있고 무려 9㎏이나 나가는 금붕어도 나타났다. 미국 미네소타주 다코타 카운티 번즈빌에 있는 호수에는 거대 금붕어가 아예 떼로 나타나서 생태계에 위협이 될 지경이라고 한다. 

다른 기록을 찾아보니 프랑스 남부지방에서 몇년 전에 1m가 넘는 거대한 금붕어가 잡혔는데 무게가 무려 13.6㎏이었다. 사람들은 이 금붕어에게 ‘진격의 금붕어’라는 이름을 붙여서 다시 호수로 돌려보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거대 금붕어가 사실은 가정집 어항에서 기르던 작은 관상어였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사를 하게 됐거나 기르다가 싫증이 나서 하천에 방류한 것이 호수로 떠내려가서 거대 금붕어로 자란 것이다. 

똑같은 종인데 좁은 어항에서 기르면 작은 몸집으로 살고 연못이나 호수처럼 넓은 공간에서는 몸집이 커진다. 금붕어에게는 생존의 기술인 것이다. 작은 어항 속에서는 작은 몸집으로 적은 양의 먹이를 먹어야 살아남지만 넓은 호수에서는 덩치가 커야 잡아먹히지 않고 생존이 가능하다.  몸집이 너무 차이가 나서 생물학자들이 면밀하게 조사를 해봤지만 결론은 같은 종이었다.

환경에 따라 생명체의 몸집이 달라지는 신비한 일을 보면서 기업 생태계가 떠올랐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매일 수많은 기업이 탄생하고 사라진다. 초기에는 대부분 작은 몸집의 기업이 탄생한다. 규모가 작은 소상공인, 벤처기업들이 조금씩 커가면서 중소기업, 중견기업이 되고 대기업도 된다. 이때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책이나 제도적 환경도 중요하다. 

과연 현실은 어떤가? 많은 기업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구태의연한 규제정책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선진국에서도 하고 있고 우리보다 후발 국가에서도 하고 있는 공유차량 사업은 허가가 나지 않아 사업을 접었다. IT강국인데도 원격의료는 철저히 금지되고 있다.

재래시장 보호를 구실로 대형마트 영업일을 제한하는 정책도 실효성이 별로 없다. 어지간한 상품은 모두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있는 세상인데 대형마트 영업일수를 줄인다고 재래시장이 살아날 리가 없다. 오히려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이 협업하며 공동 마케팅을 해야 함께 살 길이 생긴다.

왜 이런 규제 만능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정부에서 중소기업을 어항 속의 관상어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넓은 호수에 풀어놓으면 거대한 몸집으로 건강하게 클 수 있는 것을 작은 어항에 가둬놓고 있으니 더이상 클 수가 없고 클 생각도 못하는 것이다. 

지금 신기술을 중심으로 급성장한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을 어항 속에만 가두어 놓더라면 지금 같은 성장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사람도 기업도 좁은 곳에 가두면 성장할 수가 없다. 우리 기업들이 관상용 금붕어가 되느냐, 거대 금붕어가 되느냐는 우선 정부의 규제정책에 달려 있다. 각종 규제를 풀어야 커다란 호수로 나아갈수 있고 거대 금붕어로 자랄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도 반년이 넘었다. 정부출범 당시 과감한 규제개혁을 약속했는데 과연 뭐가 달라졌는가. 작은 어항에서 큰 어항으로 옮기는 정도는 기업이 바라는 개혁이 아니다. 생각부터 과감해야 과감한 혁신이 가능하다. 

"지금 바로 어항 속의 금붕어를 호수로 방생하라"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장 전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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