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상승률)가 목표 수준(2%대)으로 충분히 수렴 중이라는 증거가 확실하게 나온 이후 금리 인하에 관한 논의를 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지금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단호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24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기준금리 0.25%포인트(p) 인상을 결정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 기준금리 3.25%에 대해 "중립금리 상단, 제한적 수준으로 진입한 상태가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종금리 도달 후 유지 기간에 대해서는 "시기를 못 박기는 어렵고 최종금리 도달 시기조차도 미국 금리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다음달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50bp(1bp=0.01%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 예상하면서 "75bp를 올리면 충격이 있을 테고 마땅히 대응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금리 정책은 국내 요인이 먼저다. 변동환율제 국가에서는 국내 요인이 우선임을 금통위원들이 다 공감하고 있다"며 "한미 금리 격차가 과도하게 벌어지면 여러 부작용이 있는 만큼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조절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의 연이은 인상으로 가계와 기업 부담이 가중되는 문제와 관련해 이 총재는 "금리 인상으로 여러 경제주체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점은 예상하고 있지만 추후 고통을 줄이기 위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5%가 넘는 물가 상승률을 낮추지 않고는 거시경제 전체적으로 사후에 지불할 비용이 크기 때문에 금리 인상을 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금리 인상 기조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예상보다 더 시장금리가 많이 오르고 시기도 앞당겨졌다고 생각한다"면서 "지난달 예상치 않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건이 벌어지면서 부동산 관련 금융시장에 불필요하고 과도한 신뢰 상실이 생기며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이상으로 올랐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시장안정화 정책을 펼치며 진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단기자금 시장, 부동산 관련 ABCP 쏠림현상이 과도해진 부분이 있는 만큼 미시적 관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하향 조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 세계가 다 어려울 때 우리만 별도로 높은 성장률과 낮은 물가를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1.7%로 낮아져 걱정이지만 미국 성장률은 0.3%, 유럽은 -0.2%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성장률 전망이) 낮아진 요인 90% 이상이 주요국 성장률 하향 등 대외요인에 따른 결과"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