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철 대한기능의학회 회장·반에이치클리닉 원장
이재철 대한기능의학회 회장·반에이치클리닉 원장

추운 겨울에도 병원을 찾는 장염환자가 많다. 바이러스 장염은 오한, 몸살을 동반하면서 메스꺼움, 구토, 설사가 발생한다. 음식이 상하려면 여름에 더 잘 생길 것 같지만 바이러스 장염은 겨울철에 훨씬 더 많다. 상한 음식에서 자라는 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대장균 등 세균성 식중독균은 온도가 떨어지면 증식이 약해지지만 바이러스는 낮은 기온에도 전염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겨울에 많이 발샹하는 장염은 바이러스성 장염이다. 특히 굴을 많이 먹는 겨울에 노로바이러스가 자주 발생하는데 노로바이러스는 온도가 떨어질수록 생존력이 강해지고 영하 20도의 얼음 속에서도 장기간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소아에서 유행하는 로타 바이러스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집단생활을 하고 손 씻기나 위생관리가 미흡해서 빠르게 전염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당연히 일상생활에서 장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1순위이다. 화장실을 다녀온 이후에는 손 씻기를 반드시 하고, 부모나 선생님도 기저귀를 갈거나 아이 배변을 도와준 후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또한 날 음식은 피하고 충분히 익혀먹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바이러스에 노출되어도 어떤 사람은 큰 문제 없이 지나가는 반면, 호되게 앓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도대체 그런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남들보다 장염을 자주 앓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왜 그런걸까?

장의 건강은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건강과 동일한 말이다. 황폐화된 생태계로 이루어진 장은 외부로부터 침입한 바이러스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장누수와 장내미생물불균형으로 이미 과민해져 있는 장은 바이러스를 이겨낼 힘이 없어 남들보다 더 쉽게 장염에 걸리고 더 오래 증상을 겪는다. 반면 건강한 생태계는 외부로부터 침입한 바이러스로부터 장내 환경을 보다 안정성 있게 지키는데 도움이 된다. 증상도 경하게 지나갈 뿐 아니라, 원래의 상태로 더 빨리 돌아갈 회복력을 갖고 있다.

결국 장염을 예방하는 방법은 평소에 건강한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가꾸는 것이다. 만성적인 설사나 변비, 소화불량, 과민성 대장 증후군 등이 있다면 소화 효소의 분비 및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실시하고 각 증상에 맞게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 적절한 식이 요법을 전문의와 상담하에 진행해야하고 장 누수가 심각한 상태라면 제한 식이요법도 고려해야 한다.

이외에 전반적인 장내 미생물 건강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금주, 금연하고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고 양질의 수면을 취하며 꾸준하게 운동하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이런 것들만 잘 지켜도 우리의 장은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바이러스 장염도 쉽게 이겨낼 수 있다.

배달 음식 대신 푸짐한 일곱빛깔의 채소와 함께 건강한 식사로 장내 미생물에게 든든한 먹이를 챙겨주려는 노력도 함께해야 한다.

이재철 대한기능의학회 회장·반에이치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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