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않은 경선, 의결권 행사 시 고려"
복수 후보자 경선 '역제안'도 통하지 않아…표대결 불가피

구현모 KT 대표가 16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T 발전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편지수 기자
구현모 KT 대표가 16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T 발전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편지수 기자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구현모 대표의 연임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국민연금공단은 28일 성명문을 내고 "KT이사회는 현직 CEO(구현모)를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확정해 발표했다. 기금이사는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한 의결권 행사 등 수탁자 책임활동 이행과정에서 이러한 사항을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강조했다. 구 대표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다고 시사한 셈이다.

국민연금이 이러한 입장을 내면서 일각에서는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KT는 국민연금의 판단에 대해 별도로 입장을 내지 않았다.

KT는 전날 자사의 이사회가 구현모 現 KT 대표를 차기 주주총회에 추천할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구현모 대표는 내년도 3월 정기 주주총회 의결 과정을 거쳐 최종 선임될 예정이며, 2026년 3월까지 KT 대표직을 이어가게 된다.

앞서 KT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구현모 대표에 대한 연임 우선심사를 총 5차례 진행해 연임이 적격하다고 판정했다. 그러나 구 대표는 적격 판정을 받고도 복수 후보에 대한 심사 가능성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연금 등이 제기하는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국민연금은 KT, 포스코 등 소유분산기업의 현직자 우선 심사 관행, 황제 연임 등을 비판해왔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최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구 대표의 복수 경선을 두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준으로 경선을 통해 CEO를 선출해 좋은 관행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KT지배구조위원회는 최근 대표이사 후보로 거론된 인사를 비롯해 14명의 사외 인사와 내부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에서 검증된 13명의 사내 후보자에 대한 대표이사 적격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 심사 대상자들을 선정했다. 이후 총 7차례의 심사 과정을 거쳐 구현모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자로 확정했다.

구 대표는 12년 만에 나온 KT 내부 출신 CEO로 ‘디지코’ 전략을 통해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취임 첫 해인 2020년 연간 영업이익은 1조1841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조6718억원으로 41% 증가했다. 최우선 과제로 꼽았던 주가 부양에도 성공해, 구 대표 취임 후 2년만인 지난 8월 초 KT는 종가 3만8350원을 기록하며 시가총액 10조원을 넘겼다.

그러나 복수 경선을 통한 최종후보 선정에도 국민연금이 반대표 의사를 밝히면서, 내년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불가피하게 됐다.

국민연금은 KT의 지분 10.3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현대자동차그룹이 7.79%, 신한은행이 5.58%으로 양사 지분을 합치면 13.37%를 넘는다. 국민연금이 반대하더라도 KT와 혈맹을 맺은 이들이 우호적으로 표를 행사하면 승산이 있지만 스탠스는 불분명하다. 40%에 달하는 외국인 주주들도 실적, 배당 증가 등을 들어 연임에 찬성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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