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 대중가요 평론가·한국콜마 연수원장
유차영 대중가요 평론가·한국콜마 연수원장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 곳을 묵시(默視)했던 <아! 대한민국> 유행가가 인기 역주행을 하면서 2023년을 맞이했다. 작년 말 삼척시민 송년음악회와 경상북도 신도시 힐링음악회에 가수 정수라가 호출(초빙)되어 이 곡을 열창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까. 유행가(流行歌)는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곡절을 품는다. 세월을 따라 흘러온, 흘러갈 시대 이념과 대중들의 감성이 노랫말에 휘감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사의 마디를 품는 곡절은 시시때때로 변하는데, 여기서 시(時)는 한순간을 의미하는 시각(時刻)이고, 때는 한 기간(term)을 의미하는 절기(節氣) 속 구간이다.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 올해는 한국대중가요사의 새로운 100년을 시작한 서단이다. 우리 대중가요의 시초곡이라고 할 수 있는 창가, <새야 새야 파랑새야>와 유행소곡·신민요로 불리기 시작한 시발곡 <희망가>로부터 백 년의 고개를 넘은 이즈음,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노래는 110만여 곡이 넘는다. 이 중에서 오늘은 1983년 정수라의 데뷔곡 <아! 대한민국>이 품은 사연을 풀어 펼친다. 이 노래는 건전가요를 강권(强勸)하던 그 시절, 가사 청탁을 받은 작사가 박건호가 ‘스스로 희망(소망)한 우리나라(조국)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지은 노랫말’이라고 한, 장밋빛 환상을 품었던 절창이다. 그로부터 꼭 40년이 흐른 미래가 바로 오늘날, 대한민국(서울)의 풍경이다.

하늘엔 조각구름 떠 있고 / 강물엔 유람선이 떠 있고 / 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 언제나 자유로운 곳 / 뚜렷한 사계절이 있기에 / 볼수록 정이 드는 산과 들 / 우리의 마음속에 이상이 / 끝없이 펼쳐지는 곳 /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 뜻하는 것은 무엇이 건 될 수가 있어 // 도시엔 우뚝 솟은 빌딩들 / 농촌에 기름진 논과 밭 / 저마다 자유로운 속에서 / 조화를 이뤄가는 곳 // 도시는 농촌으로 향하고 / 농촌은 도시로 이어져 / 우리의 모든 꿈은 끝없이 / 세계로 뻗어가는 곳 / 이렇게 우린 은혜로운 이 땅을 위해 / 이렇게 우린 이 강산을 노래 부르네 / 아~ 우리 대한민국 / 아~ 우리 조국 / 아아 영원토록 사랑하리라.

노랫말이 기특하다. 요즈음 우리나라 하늘, 특히 서울 창공에 조각구름이 두둥실 흘러가고 한강 물 위에는 유람선이 떠다닌다. 요트와 수상택시도 슁슁~ 물살을 가르며 물보라를 일으킨다. 박건호 작사가가 예측한 그대로다. 예술가의 기치(旗幟)와 예지력(叡智力)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오늘날 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가입국 중, 우리나라는 경제 순위 11~12위인 선진 국가가 되어 있다. 2022년 현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은 38개국이다. 그리스, 네덜란드, 노르웨이, 뉴질랜드, 대한민국, 덴마크, 독일, 라트비아, 록셈부르크, 리투아니아, 멕시코, 미국, 벨기에, 스웨덴, 스위스, 스페인, 슬로바니아, 슬로바키아,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에스토니아, 영국,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체코, 칠레, 캐나다,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튀르키예(터키), 포르투갈, 폴란드, 프랑스, 핀란드, 헝가리, 호주, 등이다. 오늘의 빛나는 대한민국은 그 누구의 덕분인가. 응답해보시라. 그 시절 <아! 대한민국> 노래에 삿대질하면서, 가사를 개사하여 응얼거렸던 이들이여~. 오늘도 은혜로운 이 땅을 위해 우리는 이 강산을 노래 부르고 있는데, 40년 전에 불려진 절창, 오늘에 딱 맞는 사설(辭說)인데, 어찌하랴.

<아! 대한민국>이 절창 된 그 시절은 ‘한강의 기적’에 현재 진행형으로 박차를 가하던 시절이다. 1950년대 초반 6.25 전쟁의 피폐를 극복하기 위한 발돋움으로부터 1997년 국제통화기금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 위기 사태가 발생할 때까지 우리나라는 세계 역사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기적적인 성장을 했었다. 세계 제2차대전에서 패배한 독일이 선진국으로 급성장을 한 사례를 본따, 우리는(세계는) 우리나라를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나라로 통설(通說)했다. 그 발전지향의 터널 같은 산업화·선진화·민주화를 지향하던 시절에 매달린 노래들이 세칭, 그 시절 건전가요다. 노래로 팍팍한 세상을 살아내는 사람들을 위무(독려)했다.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와 동포들의 의열활동(義烈活動)과 일본제국주의 패망으로 맞이한 서글픈 환희 해방광복, 민족 동질성과 이념의 상극성이 충돌한 6.25 전쟁을 거치면서 어렵게 존립한 정부, 공보처에서는 나라의 피폐를 극복하기 위한 풍구(風甌) 역할을 할 국민가요를 공모했다. <일터로 가자, 저축의 노래, 노동의 노래> 등이 그 시절 노래다. 그 시절 국민가요개창운동을 전개하였고, 1957년부터는 건전가요 제작 보급에도 주력하였다. <금수강산에 백화가 만발하였네, 고향에 찾아와도, 소녀의 꿈, 여반장, 산골처녀, 꽃 중의 꽃> 등이 그 시절 시대 서정을 머금은 노래들이다. 1960년대에는 반공사상 고취, 베트남파병, 산업화를 지향하는 노래들이 불렸다. <맹호들은 간다, 우리는 청룡이다, 육군 김일병, 빨간 마후라, 수출행진곡, 잘 살아보세, 살기 좋은 내 고향> 등의 노래가 그 시절을 대변한다. 이런 노래들은 잊혀진 노래, 그 당시의 살아 있는 현재 절창이었다. 1970년대는 공연윤리위원회가 설치되어, 애국가요 권장방안이 시행되었다. 1979년부터는 건전가요음반삽입의무제를 시행하였다. 그때부터 1988년까지 대중가요 음반의 B면 끝 곡은 건전가요 1곡이 수록되었다. <새마을 노래, 조국찬가, 아침이슬> 등이 그런 유다. 이들 중 양희은의 목청을 타고 넘어온 <아침이슬>은 발표 후 건전가요로 선정되어 ‘서울시문화상’을 수상했었지만, 학생운동 현장에서 시위대가 떼창을 하면서 금지곡으로 족쇄가 채워지기도 한 아러러니를 품은 곡조다. 이후 1980년대 신국민가요로 통칭된 <아! 대한민국, 아름다운 나라, 공부합시다, 종로> 등의 노래들이 ‘한강의 기적’으로 내달리던 우리나라를 쿵쾅거리게 했다.

<아! 대한민국> 노랫말은 그 시절, ‘하늘엔 최루탄이 터지고/ 강물엔 공장폐수 흐르고/ 저마다 누려야 할 권리가/ 언제나 짓밟히는 곳’으로 특정 부류 사람들에게 왜곡된 가사로 묘사되기도 했었다. 이 노래는 민해경과 김현준이 듀엣으로 먼저 불렀었다. 하지만 민해경이 일본으로 출국한 후, 정수라와 정재현이 듀엣으로 불렀다. 그 시절 사회정화위원회와 한국방송협회 주관 앨범, <즐거운 우리들의 노래>에 수록되었다. 이후 정수라가 솔로로 데뷔하면서 불러 오늘날에 이른다. 이 노래로 정수라는 당시 KBS 가요 톱텐에서 5주간 연속 1위를 하였었다. 1990년 정태춘은 그의 같은 노래 <아! 대한민국>에서 1970~1980년대 산업화 시대의 어두운 면을, 그의 가치판단 기준으로 직설하기도 했었다.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사랑과 순결이 넘쳐흐르는 이 땅/ 새악시 하나 얻지 못해.../ 최저 임금도 받지 못해/ 싸우다가 쫓겨난 힘없는/ 공순이들은 말고.../ 아 대한민국/ 아 저들의 공화국.’ 같은 제목 노랫말이 상극(相剋)으로 대칭되었다. 사람들의 가치와 철학이 영근 주관적인 영혼은 어떻게 응결된까.

<아! 대한민국> 작사가 박건호는 원래 시인이었다. 그는 1949년 원주에서 태어나 20세에 미당 서정주(1915~2000)가 발문(跋文)을 써 준 시집 『영원의 디딤돌』을 발간하였으며, 1972년 이해인(본명, 이명숙) 수녀와 풍문여중 동창인 박인희(본명, 박춘호)의 <모닥불> 가사를 쓰면서 작사가의 길로 들어선다. 그는 2007년 12월 유명을 달리할 때까지 3천여 곡의 대중가요 작품을 남겼다. <내 곁에 있어 주, 아, 대한민국, 빙글빙글, 슬픈 인연, 모나리자> 등이 대표 작사곡이고, 시집 『타다가 남을 것들, 고독은 하나의 사치였다, 추억의 아랫목이 그립다, 기다림이야 천년이 간들 어떠랴, 그리운 것은 오래전에 떠났다』등을 냈고, 『오선지 밖으로 튀어나온 이야기』라는 에세이집을 남겼다.

<아! 대한민국>을 절창한 정수라(본명, 정은숙 1963~. 서울 출생)는 11세이던 1974년 CM송으로 데뷔를 했지만, 실질적인 대중가수 활동은 <아! 대한민국>을 히트하면서라고 해도 된다. 그녀는 10여 년간 CM송 1천여 곡을 불렀다. ‘오란씨, 금성냉장고, 현대칼라, 오향맛살’등 CM송 주인공이 그녀이다. 1978년 서라벌레코드에서 옴니버스 앨범 <와이.엠.씨.에이>에서 가요를 처음 녹음했다. 빌리지 피플의 <Y.M.C.A> 한국어 판이다. 이후 KBS 합창단과 함께 극장용 국산 애니메이션 <별나라 삼총사> OST를 녹음했었다. 그녀는 진선여고를 졸업한 1982년 <정수라 신곡집>을 처음 발표했지만, 이름을 날리지 못했다. 1983년 오아시스레코드에서 두 번째 음반 <Jung Soo Ra>를 발매했다. 여기에 실린 B면 1번곡이 바로 <아! 대한민국>이다.

유행가를 정치적 상징조작 수단으로 담론(談論)하는 이들도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로부터 인류의 지도자들은 노래를 정치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문학도 역사(다큐멘터리)도 비슷하다. 정치로 기치를 내 걸고, 정책으로 이성적 감성적 부추김을 하면서, 민초(民草)들을 편 가르기 하고, 자기편을 만들거나 바라보게 한다. 하지만 <아! 대한민국>은 그 의도를 능가한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었다. 우리나라 고대 조정에서 관제 조직으로 운영했던 음악담당국가기관, 음성서·대악서·관음방·장악원으로부터 일본제국주의 식민지 시절 쪼그라들었던 이왕직아악부(李王職雅樂部)까지 음악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은 기관은 단 하나도 없었다.

2022~2023년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분전(奮戰)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고등학교 교과서에 우리나라‘한강의 기적’을 싣고, ‘한국민주화와경제발전상’을 교육할 것이란다. 독일 ‘라인강의 기적’과 우리나라 ‘한강의 기적’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관통하는 강, ‘드니프 강의 기적’으로 벤치마킹하려는 의도란다. 기울어지거나 일부 전복된 자유대한민국의 이념과 가치체계를 바로 세울,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울, 2023년 대한민국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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