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회사는 좋은데 매일 만나는 또라이 때문에 사직했어요'

요즘 MZ세대는 인내심이 부족해서 쉽게 이직한다고 생각한다면 꼰대일 가능성이 높다. 우선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다. 그리고 이직하는 이유는 연봉이나 복지제도 때문이 아니다. 젊은 직장인들이 이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오피스 빌런' 때문이다. 

오피스 빌런은 사무실(office)과 악당(villain)이 합쳐진 신종 유행어다. 오피스 빌런은 직장내에서 다른 사람의 고통을 즐기는 사람이다. 빌런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주변인물을 괴롭힌다. 부하의 공을 가로채는 상사, 결정적 업무순간에 사라지는 직원, 늘 무임승차를 즐기는 직원, 동료를 비방하고 무고하는 직원, 모욕감이나 수치심을 느끼게하고 쾌감을 느끼는 상사, 멸공봉사의 정신으로 자기이익만 챙기는 직원, 툭하면 고소 고발하는 직원.

젊은 직장인이 이직하는 것은 바로 이런 오피스 빌런 때문이다. 이들은 조직을 떠나는게 아니라 오피스 빌런을 떠나는 것이다. 
이게 많은 이직자들의 고백이다. 보기만해도 짜증이 나고 화가 나는 사람을 매일 만나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일이 있겠는가.

언젠가 택시를 타고가다 기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택시기사는 서울인근 대도시에서 중학교 교감을 하다가 퇴직한 분이었다.

"진상고객도 있고 술주정하는 손님도 있을텐데 힘들지 않으세요?" 
"그런 손님이 가끔 있는데 큰 문제는 아니지요. 대개 한시간 이내에 내리니까요"

학교 교감을 할 때는 교무행정을 총괄해야 하는데 속썩이는 교사가 있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일은 제대로 못하면서 꼬박꼬박 대들고 따지는데 질렸다는 것이다. 게다가 교장은 이런 상황을  보고받고도 수수방관하고 있어서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이런 사람을 매일 만나야 하고 앞으로도 수년간 만나야 하니 하루 하루가 고통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아무리 속썩이는 손님도 한 시간이면 내리니 못참을 이유가 없다고 말하며 씨익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시대에 따라 직장에서 원하는 인재상도 달라진다. 한 때는 소수의 탁월한 인재가 조직전체를 먹여살린다면서 스펙만 좋으면 인성이 결핍된 괴짜도 채용하였다. 이런 사람을 우대하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일정기간 겪어보니 이런 사람이 조직에 들어와서 성공한 경우보다 팀웍을 깨뜨리고 조직문화를 망가뜨리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협업형인재다. 혼자서도 잘하지만 함께하면 더 잘하는 사람이다. 인성이 좋고 소통능력과 신뢰감이 높은 특성이 있다. 인간관계 역량이 뛰어나서 남을 배려하고 도움을 준다. 이제는 협업을 통해 경영성과를 내는 시대인데 이런 협업형인재가 있어야 내부협업을 통해 경영성과를 높히고 외부협업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일부 기업과 지자체에서는 인사고과에 협업지표를 넣기도 하고 협업포인트 제도를 도입하여 포상을 하기도 한다. 모두 협업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들이다. 무엇보다 최고경영자가 협업경영을 잘 이끌수 있는 협업형리더로 변신해야 한다.

새해 많은 기업이 신년사에서 협업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협업제도를 잘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오피스 빌런들이 못된 힘을 쓰고 있는지 살펴보고 적절히 제어해야 한다. 진짜 사직해야할 사람은 젊은 인재가 아니라 오피스 빌런이다. 오피스 빌런이 많은 기업이 망하는게 아니다. 한 두명만 있어도 조직이 망가진다. 헐리우드 영화를 보라. 지독한 빌런 한놈 때문에 주변이 모두 엉망진창이 되는 것이다. 

잡으려는 인재는 사직하고 내보내고 싶은 사람은 악착같이 버티는게 인사의 패러독스다. 이 패러독스를 바로잡아야 기업이 살아난다. 헐리우드 영화에서는 주인공인 히어로가 빌런을 응징한다. 기업에서도 오피스 빌런을 잡는 히어로가 있어야 한다. 최악의 경우도 있다. 오피스 빌런을 충신으로 알고 있는 기업인이 최악의 역할이다. 이러면 오피스 빌런에 아부하는 사람들도 생긴다. 끝까지 빌런이 날뛰는 영화를 만들면 반드시 망한다. 

기업이나 영화나 인간심리는 똑같이 반응한다. 기업에서 오피스 빌런의 최종 해결자 히어로는 바로 최고경영자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전중앙공무원교육원장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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