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넷플릭스 배리어프리 버전 '정이' 상영회가 열렸다. 사진/손원태기자
30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넷플릭스 배리어프리 버전 '정이' 상영회가 열렸다. 사진/손원태기자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볼 때면 1초에 인물의 머리 모양이나 옷차림, 신발 등을 단번에 간파한다. 그러나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장애인들에게는 간단한 장면조차 상상하기가 어렵다. 넷플릭스는 이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30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넷플릭스 '배리어프리' 상영회가 열렸다. 글로벌 콘텐츠 1위에 오른 '정이'를 조금 특별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행사를 준비했다. 보통 극장이나 TV 등은 비장애인들만을 위한 것이었다. 소리가 들리는데, 들을 수 없었던 사람과 화면이 펼쳐지는데 어떤 그림인지를 상상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늘 우리곁에 존재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무언가를 시청한다는 것은 요원해보였다. 

넷플릭스는 이 점을 착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들을 수 없고, 볼 수 없어도 어떤 상황인지를 그릴 수 있었다. 머리 모양에 색깔, 옷차림, 어떻게 걷는지, 무엇을 먹는지, 어떤 표정을 짓는지까지 소리와 자막은 쉴새없이 극장을 가득채웠다. 상영회에는 시각, 청각 장애인들도 함께 했다. 

'정이'에 출연한 배우 김현주와 류경수, 연상호 감독도 이를 축하했다. 영화 시작 전 이들은 각자의 옷차림이나 신발 색깔, 머리 모양을 세세하게 알려줬다. 장애인들도 배우들의 농담을 알아들을 수 있었고, 함께 웃었다. 지극히 당연해야할 일이 낯설게 느껴진 것이 오히려 낯설게 다가왔다. 

넷플릭스는 다 함께 즐기는 엔터테인먼트의 의미를 전하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 

시각, 청각장애인을 비롯한 국립서울맹학교와 국립서울농학교 등 특수학교 교사, 넷플릭스 소셜을 통해 모객된 비장애인관객 등이 참석했다.

넷플릭스가 주최하는 상영회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의미가 남달랐다. 이번 배리어프리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의 지원을 통해 이뤄졌다. 매 영화 장면마다 상세한 자막과 음성을 입히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해보였다. 특히 설명이 쉽지 않은 SF장르를 택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넷플릭스는 이를 위해 콘텐츠를 이중 검수하는 등 오랜 기간 준비작업을 거쳤다. 또 실제 장애인들이 자막이나 음성을 직접 검수해 다른 장애인들이 이해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없는 시청을 위해 기획 단계부터 장애인들의 자문을 구한 것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넷플릭스 콘텐츠들을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모두가 일상처럼 즐길 수 있도록 앞으로도 배리어프리 기능을 선보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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