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연, 에너지 지원 대책 촉구…에너지 보험상품도 제안

21일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장에서 오세희 소공연 회장(가운데)와 각 업종을 대표하는 소상공인들이 정부에 공공요금 급등 대책을 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혜준 기자
21일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장에서 오세희 소공연 회장(가운데)와 각 업종을 대표하는 소상공인들이 정부에 공공요금 급등 대책을 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혜준 기자

#관악구에서 외식업을 하고 있는 유덕현 씨는 최근 가스요금 고지서 때문에 잠을 설치고 있다. 평소에는 30만원 정도였던 가스비가 정부의 인상에 따라 최근엔 70만원까지 치솟아서다. 유 씨는 “난방비를 줄이려고 해도 서늘한 식당에 손님이 발길을 돌릴까봐 그러지도 못한다”며 “이 정도면 사실상 재난이나 마찬가진데, 풍수해보험처럼 에너지도 관련 보험도 있어야하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관악구에서 코인 노래방을 운영 중인 김익환 씨는 1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들고 눈을 의심했다. 사용량은 지난해 12월과 별 변화가 없는 5000kWh 수준이었지만, 요금은 247%나 폭등해 95만원이 청구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정부가 단계적으로 요금을 올리겠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서너 배의 급등을 어떻게 ‘단계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1일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이하 소공연) 대회의실에는 음식점과 미용실, 노래방과 호텔 등 전국의 소상공인 대표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30% 이상 급등한 전기요금‧가스비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대책으로 소상공인을 위한 에너지 지원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소상공인연합회(이하 소공연)는 ‘소상공인 난방비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회견은 소상공인에게 취약계층에 준하는 전기요금·가스비 지원책이 필요함을 알리고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오세희 소공연 회장은 기자들을 향해 "난방비 상승분이 소비자가격에 반영될 경우 물가상승과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가격 상승에 따른 매출 감소는 결국 경제 악순환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소공연에 따르면 전기요금은 1년 전과 비교해 kWh당 총 32.4원(30%) 상승했고, 도시가스 요금 또한 지난해 4차례에 걸쳐 영업용1이 37.1%, 영업용2가 39.8% 상승했다. 여기에 겨울 한파가 전국을 휩쓸고,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소비심리까지 위축되며 소상공인들에겐 송년 특수 대신 ‘난방비 폭탄’이 떨어졌다.

이미 국제 사회에서는 프랑스가 10조8000억원 가량의 전기세 감면을 단행하고 스페인에선 전기요금 부가가치세를 10%로 인하하는 등 서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비하면 국내 대책은 법제화된 소상공인 에너지 지원이 사실상 전무해 매우 미약한 것이 현실이다. 소공연이 지난달 실시한 긴급 난방비 실태조사 결과 난방비가 30% 이상 상승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51.6%에 달한다.

이에 음식점, 미용실, 노래방, 호텔 등 업종별 소상공인 대표들은 직접 회견장에 나와 어려움을 알리고 대책을 촉구했다.

외식업을 하고 있는 유덕현 대표는 “지난해 여름 가게가 침수됐을 때 풍수해보험을 통해 큰 도움을 받았다”라며 “에너지비용 급등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소상공인 전용 에너지 보험이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관악구에서 노래방을 운영 중인 김익환 대표가 인상 전후의 공공요금을 비교하고 있다. 사진/김혜준 기자
관악구에서 노래방을 운영 중인 김익환 대표가 인상 전후의 공공요금을 비교하고 있다. 사진/김혜준 기자

노래방을 대표해 나온 김익환 대표와 김시동 대표는 “노래방은 에어컨과 노래방기기를 계속 작동상태로 둘 수밖에 없어 전기요금 인상에 매우 민감한 업종”이라며 “업종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인 인상은 노래방과 같은 영세업종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동작구에서 미용실을 꾸린 유은파 대표는 “미용기구는 가스‧전기를 계속해서 소모하는데, 이에 따라 가게마다 적게는 30%, 많게는 80%의 공공요금을 더 부담하고 있다”며 “경쟁이 치열해 쉽게 서비스 가격을 올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신림동에서 숙박업을 하고 있는 윤상미 대표는 “방의 절반에서 전등을 끄는 등 전기 사용량을 최대로 줄였음에도 정작 요금은 29%나 늘었다”고 호소했다.

소공연은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소상공인을 에너지 취향계층에 포함해 에너지 자원을 법제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오 회장은 “정부에서 소상공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발표한 납부유예·분할납부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라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에너지 바우처와 요금할인 등 지원책을 법제화해달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소상공인들이 비용 문제로 단열시공·고효율 제품 등으로의 교체를 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임을 지적하며 소상공인 대상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에 나서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끝으로 풍수해보험과 같이 에너지비용 급등에도 대비할 수 있는 소상공인 전용 보험 상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 회장은 “정부와 국회가 사후약방문이 아닌 사전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한계에 내몰린 소상공인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을 당장 마련해달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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