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작년 하반기부터 줄었는데 SVB 사태까지 겹쳐
美 투자받은 스타트업 영향 불가피…중기부 "예의주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정문이 굳게 닫혀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정문이 굳게 닫혀있다. 사진/연합뉴스

“안 그래도 가뜩이나 글로벌 투자가 말라가는 판국에 벤처, 스타트업에 특화된 은행이 파산해 걱정이 커요. 투자 심리 위축은 당연히 올 거 같고, 국내 시장도 계속 추이를 지켜봐야겠습니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에 대해 내놓은 우려 섞인 분석이다.

14일 국내 벤처·스타트업 업계는 SVB의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투자 위축 우려로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특히 미국에서 직접 투자 받은 스타트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벤처기업부 등에서는 직접적인 영향은 적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으면서도 모니터링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벤처 투자 규모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복합위기로 지난기 하반기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투자 금액은 6조7640억원으로 전년보다 11.9% 줄었고, 특히 3분기와 4분기에는 38.6%, 43.9%나 줄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올해 2월 국내 스타트업 투자금액도 2952억원으로 지난해 동월보다 75.2% 급감했다.

이런 가운데 벤처‧스타트업에 특화된 SVB가 문을 닫고 이어 뉴욕주의 시그니처은행까지 폐쇄돼 금융경색이 불가피해지자 벤처‧스타트업 사이에선 자금 조달에 걱정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스타트업 민관 협력기관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 현지 VC(벤처캐피털)들에서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이나 미국에 진출해 있는 스타트업들에겐 영향력이 클 것으로 본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만 있는 스타트업이라도 글로벌 VC가 많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안 그래도 불경기에 처한 스타트업 업계의 타격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서도 “미국의 고금리 정책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우리 스타트업의 경우 SVB 파산의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글로벌 투자 위축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중기부에서는 SVB 파산에 따른 동향‧진행의 면밀한 모니터링에 나섰다. 중기부는 국내 밴처업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만일의 가능성에 대해 살핀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당장은 벤처투자보다는 금융 쪽이 문제”라면서도 “금융이라는 것이 벤처투자와 서로 연결돼 있어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려는 것”이라며 리스크 관리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SVB의 파산이 국내에서 추진되던 SVB를 모델로 하는 기술금융 특화 은행 설립에도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벤처기업협회는 그간 국내 벤처·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SVB 같은 은행이 필요하다고 보고 기술금융에 특화된 은행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협회에서는 이번 사태가 부정적으로 작용할지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파산으로 큰 손실을 각오했던 중기부 산하기간인 한국벤처투자는 미국 정부가 SVB 예금을 전액 보증해 주기로 하면서 한숨을 놓았다. 

한국벤처투자가 투자한 글로벌 펀드 중에 SVB에 투자금을 예치한 펀드들이 있어 손실 가능성이 컸었다. 다행히 미국 재무부와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폐쇄된 SVB에 고객이 맡긴 돈을 보험 대상 한도와 상관 없이 전액 보증하기로 했다고 공동 성명을 냈다.

한국벤처투자는 정부가 벤처캐피털에 출자하는 모태펀드의 운용을 담당 중이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자사가 출자한 글로벌 자펀드의 일부만이 SVB를 수탁사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해당 자펀드 대부분이 예금 보험한도 이내 예금을 유치해 이번 사태가 출자 글로벌 자펀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재 한국벤처투자는 글로벌 자펀드 투자기업의 피해 사항도 확인 중이며, 부처와 함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실시간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