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지금은 콜라보(협업) 전성시대다. 상품끼리의 콜라보는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고 기업과 기업, 기업과 예술가의 아트콜라보도 확산되고 있다. 콜라보노믹스(Collabonomics)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는 세상이다. 혼자의 힘만으로 성과를 내는 것보다는 다른 자의 힘을 합하여 일하면 훨씬 큰 성과를 낼수 있다는 것을 알고있는 것이다. 봄날 새싹돋듯이 쏟아져나오는 콜라보는 모두에게 성공을 가져다주는 것일까.

매년 3월3일은 일명 삼겹살데이다.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가 돼지고기 판매증진을 위해 만든 기념일로 올해가 20주년이다. 올해 유통업체들은 한돈농가를 돕고 소비자만족도를 높히기 위해 상생협업형 삼겹살데이 이벤트를 기획하였다. 삼겹살데이를 전후하여 한돈 삼겹살 할인판매를 하였는데 40~50%가량 통크게 할인하였고 인기가 좋아 1800톤 가량이 유통되었다. 문제는 온라인으로 한돈을 구입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80% 이상이 비계다" "불판닦는데 쓰라는거냐"

이런 후기가 쏟아져나왔고 이에 놀란 유통업자들이 조사해보니 일부제품에 상당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유통업체들은 교환, 환불조치를 하고 별도로 5000원의 적립금을 제공하는등 사태수습에 진땀을 뺏다. 한돈농가를 돕고 소비자를 위한다는 좋은 취지의 협업행사가 역풍을 맞은 것이다. 질 낮은 삼겹살을 공급한 업자들이 원인을 제공했지만 제대로 검수를 못한 유통업자등 협업관계자 공동의 책임이다.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한돈농가나 납품업자 유통업체의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 완전히 실패한 콜라보다.

규모가 어마어마한 실패사례도 있다. 아디다스는 힙합스타 '예'(옛이름 카네이 웨스트)와 협업하여 엄청난 쓴맛을 보고 있다. 아디다스는 2013년부터 예의 신발과 의류브랜드 '이지(Yeezy)'와 협업하였고 특히 운동화 '이지 부스트'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덕분에 매년 연간 매출 20억달러라는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예가 '나는 나찌를 사랑한다'등 나찌 찬양발언을 하는가 하면 유대인 혐오발언을 쏟아내면서 미국 연예계에서 완전히 왕따신세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아디다스가 예와 콜라보한 제품이 혐오제품이 되고 말았다. 이제는 팔리지않는게 문제가 아니라 엄청난 재고부담까지 안게 되었다. 지금 예와 콜라보한 제품의 재고는 무려 5억달러(약 6600억원)다. 로고를 바꿔다는 방안, 제3국에서만 판매하는 방안, 소각하는 방안등이 검토되었으나 모두 기업리스크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나마 우크라이나 또는 튀르키예 지진피해 현지에 기부하는게 최선책이라는게 마케팅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아다다스는 협업파트너를 잘못정해서 경제적 손실뿐만아니라 기업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게 되었다. 역시 끔찍한 콜라보 실패사례다.

한때 M&A가 열풍처럼 번진 적이 있다. 일거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도 있고 경영전략상 시너지를 낼 수도 있었다. M&A에 따른 주가상승 효과도 컸다. 그러나 M&A는 잘하면 대박이지만 잘못하면 쪽박이라는 교훈을 남겼다. 성공사례도 많지만 수많은 기업이 잘못된 M&A로 쓴맛을 보았다. 오죽하면 'M&A의 저주'라는 표현까지 나왔겠는가. 

M&A가 두 조직을 본드로 붙이는 거라면 콜라보는 포스트잇으로 붙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특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두개 이상의 조직이 한시적으로 협력하는 것이기 때문에 M&A와 같은 큰 부담이 없다. 콜라보는 큰 부담이 없이 유연성, 신속성, 규모의 경제를 누릴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필요할 때는 함께하고 필요성이 사라지면 헤어지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인들이 콜라보는 약점은 적고 강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위에서 본 사례처럼 콜라보도 큰 위험이 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성공적인 콜라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첫째는 상대방의 신뢰와 평판이중요하다. 윤리경영, 투명성, 사회공헌도등이 검증된 곳과 손을 잡아야 한다. 둘째는 협업파트너끼리 성과를 어떻게 나눠갖는가 못지않게 각자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를 확실히 정해야 한다. 협업은 성과도 책임도 공동의 몫이다.

협업은 인연을 맺는 것이다. 좋은 인연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만 나쁜 인연은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 내공이 깊은 법정스님조차 인연의 소중함과 무서움에 대해 이런 말씀을 하셨다. 협업을 하려는 기업인들은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명언이다.

"함부로 인연을 맺지말라. 우리는 인연을 맺음으로써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피해를 당한다. 대부분의 피해는 진실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부은 댓가로 받는 벌이다"

윤은기 경영학박사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전중앙공무원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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