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지난 3월 한 주는 중국의 정례적인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언론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우리의 국회 격인 전인대와 국가 최고정책자문기구인 정협은 매년 거의 같은 기간에 열려 흔히 ‘양회’라고 부른다. 이번 양회에서는 2022년 10월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한 시진핑 국가주석을 보좌할 총리와 부총리, 상무위원 등을 임명하는 절차를 진행하였다.

우리가 중국의 정치행사인 2023년 양회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한국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와 주요 정책 방향을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이번 전인대에서는 2023년 주요 목표로 경제성장률 5.0% 내외, GDP 대비 재정적자 3.0% 내외, 소비자물가 상승률 3.0%, 도시 고용 창출 1,200만개 등을 제시하였다. 또한 2023년 중점과제로 내수 확대, 고용 안정, 산업 현대화, 금융리스크 방지, 대외 개방 및 외자 유치 확대 등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중국의 대내외 경제정책과 달리 2023년 전인대 기간 중에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하면서 대외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국방예산을 대폭 증액하여 주변국과의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2023년 국방예산 증가율을 7.2%로 늘리면서 건군 100주년이 되는 2027년을 목표로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대만 통일 등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대외 전략을 숨기지 않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최근 코로나19에 대한 방역 조치와 더불어 중국 정부의 행보는 이른바 패권국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중국 정부와 정치지도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은 패권국가의 길을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최근 친강 외교부장은 “모든 패권주의와 강권 정치, 냉전적 사고에 단호히 반대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과거 경험으로 보아 주변국에 별다른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전랑외교(戰狼外交, Wolf Warrior Diplomacy) 즉 늑대처럼 힘을 과시하는 중국의 외교 전략을 통해 주변국을 압박하고 경제 보복에 대한 우려를 증대시키고 있다.

외교전문가들은 중국이 전랑외교를 본격화한 데에는 2019년 11월 외교부 창립 70주년 연설에서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외교관들에게 “국제적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중국의 이익을 대변하는데 더 강한 투지를 보이라”고 촉구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제사회에서 ‘중국 책임론’이 비등하고 공산당 체제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등 전 세계적 반중 정서가 확산하자 이를 돌파하는 과정에서 전랑외교가 부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전랑외교를 통해 중국 내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하여 당과 국가에 대한 지지와 충성을 유도하고 대외적으로는 미국 주도의 반중 연대에 동참하는 국가들을 압박하기 위한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우리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2014년 왕이 중국외교부장은 시진핑 주석의 한국방문 결산 기자회견에서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 하늘의 때는 땅의 이로움만 못하고 땅의 이로움은 사람의 화합만 못하다’는 맹자(孟子)의 말을 인용하여 천시지리인화(天時地利人和)를 모으고 평화발전 협력을 도모했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은 사드 배치를 이유로 한국 여행상품 판매 중지, 한국제품 불매운동 더 나아가 중국에 진출에 있는 한국 유통기업에 대한 영업정지 등 경제적 보복 조치를 강화하는 동시에 사람들의 왕래마저 차단하였다. 최근에는 코로나 방역 강화조치를 빌미로 다시 한번 우리 국민과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서슴지 않아 인화를 강조한 과거 중국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양국 수교 30년이 지난 지금 한중관계는 이제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로 발전해 왔다. 1992년 수교 당시 중국의 명목 GDP(4,920억달러)는 한국(3,560억달러)의 1.4배에 불과했지만 약 30년이 지난 2022년 중국(18조 3,212억달러)은 한국(1조 7,342억달러)의 10.7배로 경제 규모가 커졌다. 양국간 교역 규모는 2021년 3,015달러로 1992년(63억달러)에 비해 약 48배나 커졌다. 중국경제의 영향력이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양국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정도로 여전히 중요한 교역상대국임에는 틀림이 없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법, 한중관계는 상호존중과 호혜의 원칙으로 나아가야 양국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김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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