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경쟁이란 무엇인가? ‘Competition’은 원래 라틴어 ‘Compedare’이 어원으로 ‘함께 찾다’라는 의미이다. 즉, 적과의 싸움이 아니라 함께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파트너십이라는 의미와 유사하다.

이런 ‘Competition’이란 단어를 일본의 후쿠자와 유키치가 한자로 풀이하면서 처음 ‘경쟁(競爭)’이란 말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경쟁이라는 의미가 서로 다투고 싸우면서 상대로부터 무엇을 빼앗는 부정적인 의미로 인식되게 되었다.

그러나 경쟁의 진정한 의미는 경쟁자를 짓밟고 무언가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새로운 상황에 맞는 올바른 관계를 만들어 보다 나은 평화를 구축하고 새로운 가치를 지향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경쟁사와 경쟁에서 이기려면 경쟁사에게서 모든 것을 빼았아 완전히 고사시키겠다는 생각보다는 경쟁사를 지렛대로 상대적 우위에 설 수 있는 역량을 만들어 절대적 시장지위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 또 경쟁사에게도 일부 시장점유를 양보해서 존속할 수 있도록 해주고, 때로는 경쟁사와 파트너십을 가지고 함께 공동목표를 추구해 나가는게 장기적으로 유리하고 바람직하다.

협회 활동을 하면서 '화장품 포럼', '식품 포럼' 같은 산업별 포럼 카톡방을 만들어 참여해보면 비즈니스 업종 관련 제품정보나 기술, 원료, 시장 트렌드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거의 공유하지 않는다. 그래도 식품은 음료, 제과, 냉장, 냉동 등 종류가 다양해서 직접적인 경쟁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그나마 어느정도 정보공유가 되지만 화장품 같은 경우는 대부분 업체가 기초, 색조를 다하고 있어서 상대회사를 모두 경쟁관계로 의식을 해서인지 거의 정보공유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은 과거에 기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극도로 꺼려했던 원천기술까지도 서로 주고받고 공동개발하며, 기업혁신을 이루어가는 시대다. "적과의 동침"이라는 말처럼 서로 경쟁관계인 기업간에도 협업이 이루어진다. 애플과 삼성도 서로 경쟁관계이면서도 협업을 한다. 삼성, 현대, SK, LG 등 대기업간에도 요즈음 협업이 자주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기업혁신은 기업 내부가 아니라 경쟁 기업, 대학, 정부, 민간연구소 등 다양한 참여자와의 협업으로 이루어진다.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복잡화되면서 기업이 독자적으로 기술은 물론, 상품이나 서비스를 모두 개발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기업에 필요한 기술과 자원을 외부에서 조달하고,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다른 기업과 공유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다.

특히, 요즘처럼 경기 회복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마케팅 자원이 열악한 중소기업일수록 약점을 보완해 줄만한 회사를 찾아 협업을 시도하고, 반대로 자사가 가지고 있는 강점은 다른 기업과 공유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중소기업간 교류는 물론, 대기업, 정부, 단체들과도 협업하여 가치를 창출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기업을 혁신하고 차별화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경쟁사와 경쟁에서 이기는 전략이다. 경쟁사를 포함한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나 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상대적으로 우세한 역량을 만들어야 하고, 그 역량을 경쟁사와 선의 경쟁에서 대응하고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이순신 장군은 겨우 12척의 배와 120명의 군사로 사나운 물살이 소용돌이치는 명량해협의 울돌목으로 왜군을 유인하여 10배가 넘은 적선을 물리쳤다. 자신에게 유리한 지역을 선정하고, 거북선, 판옥선 등 차별화된 무기와 전술로 승리한 것이다. 중소.중견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상대를 무조건 무너뜨리고 오로지 나만 살겠다는 식의 경쟁이 아니라 개방과 상생협력을 통한 혁신과 차별화로 경쟁우위의 역량을 만들어가는게 경쟁에서 이기고 강소기업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사단법인 한국강소기업협회 나종호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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