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최근 산업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마더 공장(Mother Factory)이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 제조업체들이 한국을 탈출하는 일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반면에 전통적 제조 강국은 리쇼어링(Reshoring)을 통해 자국으로의 유턴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강력한 제조공장 및 인프라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세계 각국은 제조업 육성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미중간 산업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도 제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제조업의 해외 이전을 피할 수 없었다. 제조원가 측면에서 경쟁국과의 비교우위를 위해 공장 이전을 막을 수는 없지만, 이로 인한 국내 산업공동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별도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미래차, 로봇 등 6대 산업 분야 첨단제조업 육성전략은 시의성과 전략성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글로벌 산업 패권은 제조업의 경쟁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범용제품의 경우 후발 개도국과의 가격경쟁을 이겨내야 하고 첨단제품은 기존 제조업 강국인 미국, 독일, 일본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자칫하다간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어 현 정부의 첨단제조업 육성전략의 실행력이 우선 담보되어야 할 것이다. 과거 개발연대와 같은 중후장대형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스마트한 경박단소형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6대 첨단산업 육성전략은 우리 산업정책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그런데 국내 제조업 여건은 여전히 취약하다. 인건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청년층의 제조업 기피 현상으로 인해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노출되어 있다. 제조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뿌리산업의 공동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어 안정적인 제조업 기반이 와해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하면서 인력 활용이 용이한 지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수출입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해외 투자기업 수는 5,404개사, 현지 종업원 수는 200만명, 총 투자 잔액은 2,645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특히 진출목적이 저임금 활용이라고 응답한 제조업 수는 총 3,084개사 중에서 562개사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다양한 목적으로 해외투자에 나서고 있는데 국내 투자는 여전히 답보상태인 점을 고려한다면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월 제조업의 해외 이전에 따른 국내 제조업 공동화에 대응하면서 자국 우선주의의 보호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국내 주요 산업의 선도자 역할을 담당해 온 제조공장을 중심으로 마더공장 조성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마더 공장은 국내 제조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추세가 최고조에 달했던 2010년대 초반에 산업계에서 제기한 개념이다. 대규모 양산 공장을 해외에 짓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국내에 제품 기획과 설계, 디자인, 연구개발(R&D) 등 고부가가치 기능과 첨단 제조시설을 남겨 제조업 공동화를 막아보자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구미공장, LG전자 창원 공장,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 등의 주요 기능을 잘 유지하여 마더 공장의 역할을 담당하게 하자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구체적인 세부 추진계획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마더 공장을 중심으로 소재・부품, 뿌리산업 등 공급망 전반에 대한 촘촘한 실행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완제품 생산에 필요한 부품・소재 등 벨류체인(Value Chain)과 관련된 중소・중견기업 등 핵심적인 기업에 대한 육성전략도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다. 자칫 대기업에 대한 특혜시비로 번지지 않도록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등 산업생태계 전반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대기업 완제품의 경쟁력은 부품・소재 등 협력 기업의 경쟁력에서 나오기 때문에 부품・소재 기업의 R&D 역량 강화, 스마트 팩토리 구축 고도화 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마더 공장 성패는 중소・중견기업의 스마트 팩토리 고도화사업을 통한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달려 있다. 양질의 부품・소재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공급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우리의 산업정책이 여기에 초점을 두고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각 지역에 마다 공장을 조성하여 지역경제를 견인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방소재 대학과의 연계를 통한 전문인력 양성 및 활용, 지역 소재 전문연구기관의 기능과 역할이 한층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김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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