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용 교수
【중소기업신문】1970년대 자유시장자본주의(신자유주의·자본주의 3.0)에 이어 등장한 자본주의 4.0 시대는 '다 같이 행복한 성장'을 추구하는 새 자본주의를 뜻한다.

MS사의 빌 게이츠는 지금까지 무려 280억 달러(한화 31조 5천억원 상당)를 기부했는데, 세 자녀에게는 각각 1천만 달러(한화 108억원 상당)씩만 물려줄 계획이라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한 바 있는데 이것은 자신의 재산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게이츠는 "자녀들은 내가 가진 부 가운데 조금씩만 가지게 될 것이며, 이는 그들의 길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츠는 현재 371억 달러 규모의 자선재단을 운영 중이며, 이미 알려진 대로 부의 사회환원화를 벌써부터 선언하였다. 또한 2010년 6월 워런 버핏 버크해서웨이 회장과 함께 전 세계 억만장자들을 상대로 생전 또는 사후에 최소한 재산 중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캠페인인 "기부서약'운동을 시작한 바 있다. 약관 26세의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까지도 기부서약에 동참했는데, 그의 재산은 현재 69억 달러(약 7조 5천억원)로 추정되며, 3조원이 훨씬 넘는 돈을 기부한다는 것이다. 이 서약운동에 참여한 억만장자는 총57명이라고 한다.

게이츠와 버핏은 공식적으로 '기부서약'모임을 출범시킨데 이어 기부서약을 한 40명의 부자명단을 공개했고, 기부의사를 밝히는 서신을 공개해 후손에게도 약속을 준수할 도덕적 책무를 지웠다. 게이츠와 버핏 같은 세계적 기업인의 용단은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쥬의 진면목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전체 무역 규모 9위로 올라선 한국의 경우는 어떤가? 많은 기업과 CEO들이 비록 사회공헌활동을 통한 기부행위를 하지만, 특별히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든 대기업의 CEO들에게서 '기부서약' 같은 통큰 운동의 전개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편법․탈법적인 '부의 대물림'에 신경을 쓴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의 여러 현상들에서 더욱 분명히 나타난다. 대표적인 행태의 하나는 재벌들이 문어발식 확장 외에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는 소위 '인하우스(in-house)거래'관행인 바 계열자회사를 설립하고 일감을 몰빵 하기식으로 기업규모를 키워 거액의 부를 상속하거나 대물림함으로써 직계자녀와 친인척들에게 버젓이 상속/증여하고 있다. 이런 행태는 결국 합법을 가장한 탈세행위에 다름 아니며, 이 같은 부의 대물림 행태는 후손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고, 마땅히 사라져야 할 부도덕한 관행이다. 오죽하면 이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바뀌어야 할 총수문제라고까지 지적했겠는가?

건강하고 미래지향적인 참기업인은 줄어들고 돈만 벌면 된다는 사업가는 늘어만 간다. 우리의 대다수 대기업들에게 투명/정도경영은 물론, 정당하고 합법적인 부의 대물림 실천을 요구한다는 것은 소귀에 경 읽기인지도 모른다. 이 같은 사회정의와 기업윤리에 어긋나는 행태를 본원적으로 차단․방지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세금부과가 특효약이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하는 관행을 원천적․효과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이전가격세제'를 상속․증여세법에 적용해야 한다. 합법을 가장한 탈세행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공평과세 풍토가 정착되어 대다수 국민들의 박탈감과 불평등의식을 해소시켜야 한다. 이제수많은 중소기업, 중산층의 몰락을 더 이상 방치해 둘 수 없다.

국가미래는 경제에 달려 있고, 미래국가의 건강성은 건전한 기업생태계에 좌우된다. 일부 탐욕스런 기업인들은 국민들이 비판적 시각으로 주시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회사를 대물림하기보다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창업일가는 후선에서 지원하는 그런 재벌 외에 '기부서약' 행위가 보편화되고 정착되는 그런 기업생태계의 탄생과 정의사회의 도래를 기대한다.

칼럼 : 최성용 교수 (서울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sychoi@sw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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