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 대중가요 평론가·한국콜마 연수원장
유차영 대중가요 평론가·한국콜마 연수원장

유행가 가사는 오선지 위에서 태어나 허공중에 낭랑거리면서 대중들의 가슴팍을 후벼판다. 글자는 누워있지만, 그 감흥은 소리로 환생하여 허공중을 떠돌 운명이고, 그래야 대중들의 인기 온도계를 달군다. 이런 노래가 히트되고, 오랜 세월 흘러갈 애창곡이 되고, 특정인이 이 노래를 즐겨 부르면 그 만의 18번(애창곡)이 된다.

이런 노래를 설운도가 만들어서 임영웅의 목청에 걸쳤다.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다. 이 노래는 오늘날 국민 팬덤곡으로 훨훨거린다. 노래 메시지는 ‘밤하늘에 빛나는 별빛 같은 나의 사랑, 당신은 나에게 소중하고 필요한 사람’이다.

연인이거나 배우자를 향한 상대방의 애절가(愛節歌)인데, 임영웅의 별빛 같은 사랑은 어디에 계실까. 응답하시라, 임히어로 팬카페 <영웅시대> 님들이여.

당신이 얼마나 내게 / 소중한 사람인지 / 세월이 흐르고 보니 / 이제 알 것 같아요 / 당신이 얼마나 내게 / 필요한 사람인지 / 세월이 지나고 보니 / 이제 알 것 같아요 / 밤하늘에 빛나는 /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 당신은 나의 영원한 사랑 / 사랑해요 사랑해요 / 날 믿고 따라준 사람 / 고마워요 행복합니다 / 왜 이리 눈물이 나요.

<별빛 같은 나의 사랑>은 세월을 지내고 나서 깨달은 사랑이다. 나를 믿고 따라 준 사랑인데, 얼마나 오랜 세월을 손을 잡고 같이 걸었을까. 뒤돌아보는 세월 자락에 왜 눈물이 그렁거릴까.

저마다의 사람은 4인6친(四人六親)의 중심에 서 있고, 살아가면서 세 사람의 귀인(貴人)을 만난단다. 4인은 부모형제(父母兄弟)이고, 6친은 배우자·자식·스승·멘토·옛친구·현재 친구란다. 이 노래의 모티브는 사랑(愛)이지만, 대중들의 감흥 메시지는 결국 사람(人)의 소중함이다.

《주역》(周易)에는 인생의 변곡점마다 세 사람의 손님이 온다고 했다. 여기서 손님은 천지인삼재(天地人三才)인데, 하늘·땅·사람이다. 이것은 하늘이 정해준 시기(天時)와 땅이 베푼 환경(地利)과 그 시기에 마주하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인연이 있는데, 이는 선연(善緣)·악연(惡緣)이 있음이다.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노래 속의 인연(因緣)은 선연이다. 여기서 인연의 인은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힘(원인)이고, 연은 그를 돕는 간접적인 힘(노력)이다. 결국 인은 내 능력으로 내가 잘되는 직접 요인이고, 연은 주변에서 도와주어서 잘되는 환경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농사에서 씨앗은 인이고, 씨앗을 뿌리고 거름을 주고 가꾸는 것은 연이다. 그러니 좋은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것은 신(神)의 영역이고, 좋은 관계를 유지해 가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노래 속의 주인공들은 좋은 인연을 선연으로 가꾸어 가는 연인·배우자이다. 그대의 사랑 님이다. 이 노래 후렴구를 허밍으로 흥얼거려보시라. 별빛 같은 나의 사랑~ 흐음~흥 이라고.

밤하늘에 빛나는 /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 당신은 나의 영원한 사랑 / 사랑해요 사랑해요 / 날 믿고 따라준 사람 / 고마워요 행복합니다 / 왜 이리 눈물이 나요 / 왜 이리 눈물이 나요.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는 이제 수많은 팬덤들의 18번 애창곡이 되었다. 사람들은 왜 스스로(자기)의 애창곡을 18번이라고 할까. 이 대명사의 유래는 1910년대 일본에 공연을 갔던 러시아 가수로부터 시작되었단다.

그 시절 아사히신문사 주관으로 러시아 오페라 가수를 초청하여 히비야 공회당에서 공연을 열었고, 관객들의 열광이 대단하여 주최 측에서 앙코르 공연을 청하지만 거절당했단다. 계획되지 않은 추가 스케쥴에 대한 가수의 사절이었는데, 사실은 러일전쟁(1904~1905)에서 승리하고 교만에 빠진 일본인들에게 문화예술은 러시아가 상위임을 묵시한 러시아 예술가의 애국심이었단다.

하지만 추가 공연 요청이 묵살(默殺)된 다음 날 아침, 초청 가수가 묵고 있던 호텔로 60대 노인이 찾아갔단다. 노인은 밤을 새워서 만든 양복 한 벌을 가수 앞에 내놓으며, 색상과 디자인과 치수는 자신의 육감(肉感)으로 만들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그의 노래를 듣고 싶었던, 자신의 평생소원을 말하며 앵콜 곡을 청한다.

이에 감동한 러시아 가수는 전날 저녁 공연에서 부른 20곡 중 18번째로 불렀던 곡, 러시아 민요 〈볼가강의 뱃노래〉를 양복 재단사 앞에서 불렀단다.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가수가 18번째로 부르는 곡이 최고로 잘 부르는 노래라는 대중적 통념이 형성되었단다. 하지만 오늘날 일본인들은 이 18번의 유래를, 그들의 전통 인형극(가부키) 중세서 대중들이 선호하는 18가지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단다.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가수 임영웅과 작품자 설운도의 인연은 미스터트롯에서 임영웅이 설운도의 <보랏빛 엽서>를 부르면서다. ‘보랏빛 엽서에 실려 온 향기는/ 당신의 눈물인가/ 이별의 마음인가/ 오늘도 가버린 당신의 생각엔/ 눈물로 써 내려간 얼룩진 일기장엔/ 다시 못 올 그대 모습 기다리는 사연.’

이 노래를 작사한 김연일 선생은 오랜 세월 설운도와 이웃사촌처럼 지내던 의사란다. 설운도는 이 구슬픈 가사를 보자마자 느낌이 와서, 밤을 새워가며 작곡을 했단다.

결국 이 노래는 임영웅을 히어로로 만드는 징검다리가 되었던 것이다. 이 노래를 영웅이 부르고 나서 설운도의 인기도 다시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보답으로 임영웅을 위해 노래를 선물한 것이다. 임영웅은 이 노래를 2시간 만에 녹음을 끝냈단다.

본명 이영춘, 설운도는 1958년 해운대에서 출생하여 동래원예고(부산한독원예학교)를 징검다리처럼 건너 1977년 서울로 와서 무명가수의 길을 걷는다. 서울로 오기 전에는 어려운 가정 사정으로 연탄배달까지 했었단다. 이 후 명동의 유흥업소 유토피아에서 보조가수로 시작된 그의 인생, 줄곧 밤무대에만 서던 그는 1982년 여러 차례 도전 끝에 KBS 신인탄생에서 5주 연속우승을 하며 정식으로 가수에 입문한다.

이후 1983년 KBS 이산가족찾기 방송 주제곡 <잃어버린 30년>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그는 1974년, 아마츄어 노래자랑에서 홍민의 <석별>로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가수의 꿈을 키웠지만, 사실 그의 어머니(곽순자 여사)가 부산에서 노래를 부르던 가수였다는 설담도 있으니, 타고난 DNA도 있음이리라.

그는 1990년대 전통가요부활정책으로 돌풍을 일으킨 트로트 삼국시대 주인공이 되면서 2000년대 이후 자타가 공인하는 트로트계의 거장(巨匠)이 된다. 설운도의 아내 이수진은 1980년대 충무로 영화배우이다. 그녀는 설운도와 결혼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뒤로하고, 꿈과 이상을 설운도의 인생에 걸었다. 이수진은 <여자 여자 여자, 삼바의 여인> 등등 남편이 부르는 노래 대부분의 가사를 써고 있는 작사가다. 이수진과 설운도는 우리나라 가수와 영화배우 커플 1호다.

임영웅, 포천의 아들 임 히어로, 그는 21세기 대한민국 트로트계 영웅(英雄)이다. 그는 감동을 전하는 설교하듯, 말하듯이 노래한다. 1991년 포천 출생,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노래를 재해석하고 감정을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두 주먹, 배신자, 사랑역> 등을 불러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영웅팬덤의 주인공이 되었다.

2020년 미스터트롯 진(眞, 1등). 포천 송우초·갈월중·동남고를 거쳐 경복대 실용음악과에서 공부했다. 사랑의 콜센타에서는 <미워요, 그 겨울의 찻집, 나무꾼, 일소일소 일노일노, 상사화, 그리움만 쌓이네, 사랑의 미로, 옛 사랑, 시계바늘> 등을 팬덤 곡으로 콜(신청)을 받았다.

임영웅의 팬덤트로트는, 장적통성(長笛通聲) 시흉감장(始胸感長)이다. 길고 기~인 피리 관대(管帶, 대나무통)를 은근하게 통과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그대의 가슴팍으로 후벼파고 드는, 기~인 소리의 감흥이다. 촉촉하게 배어드는 영웅의 가향(歌香), 날마다 피고 피어라. 임히어로 팬카페는 <영웅시대>, 18만여 명의 감흥 깃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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