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은 열받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이게 진짜 원인이라면 우리나라도 한몫하는 셈이다. 우리사회가 점점 분노사회로 바뀌고 있다. 요즘 뉴스만 보면 화가 난다는 사람들이 많다. 여야가 연일 막장정치로 싸우고 있으니 화가 나는게 당연하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사회의 갈등과 대립은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의 투쟁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보수진영은 국가안보와 경제발전의 이념을 내세우고 있고 진보진영은 민주화와 인권우선을 내세우고 있다. 두 진영은 이런 이념의 가치를 내걸고 있고 지금까지 성과에 대한 자긍심과 보상심리를 가지고 있다. 독일 탄광에서 열사의 사막에서 산업현장에서 흘린 피와 땀 덕분에 절대빈곤에서 벗어나 지금의 안전과 번영이 있다는 산업화세력과 인권을 유린하는 군부 독재정권과 싸우며 흘린 피와 희생 덕분에 오늘날의 자유와 번영이 있다는 민주화 세력의 대결구도는 수십년째 이어오고 있다.

여야 정치인들은 이런 구도를 활용하여 국회의원도 되고 정권도 잡았다. 우리편은 무조건 옹호하고 상대편은 무조건 비난하는 극단의 정치를 보면 이런 진영정치구도가 고착화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수의 국민이 불안해하고 분노하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사회학자나 심리학자들이 꼽는 분노사회의 첫번째 원인은 '경제적 불평등'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초양극화로 치닫고 있는데 대한 불안심리가 폭등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불어닥친 신자유주의 이후 시장원리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논리는 빠른 성장에도 기여했지만 양극화라는 사회문제를 가져왔다. 소수가 부를 독점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도 더 커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반성장, 포용자본주의, 균형발전, ESG등 다양한 보완책이 나왔지만 부의 집중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제4차산업혁명기로 접어들면서 기술격차와 자본격차로 인해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금 MZ세대들이 좌절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양극화가 고착되고 세습화되는 걸 보면서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돈과 권력을 가진 부모를 만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이미 성공과 실패가 정해진다면 이걸 공정한 사회로 받아들이겠는가? 산업화세대는 우리가 대한민국 경제를 발전시켰다는 자부심이 있고 민주화세대는 우리가 민주국가를 만들었다는 자긍심이 있지만 젊은 세대들에게는 두가지 성과 모두 철 지난 역사적 사실일 뿐이다. 게다가 과거의 공적을 주장하며 수십년째 보상을 받아 부와 권력을 누리는 기득권층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자리다. 임시방편적 일자리가 아니라 안정된 일자리다. 이런 일자리를 통해 생활이 안정되어 결혼도 하고 내집 마련도 하고 자식도 낳고 살고 싶은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면 중산층도 되고 부자도 될 수 있는 '희망사다리'가 곳곳에 보여야 한다. 이게 MZ세대의 절실한 기대사항이다.

진보좌파가 분노를 유발한다고? 분노의 씨앗은 주로 보수우파가 뿌리고 있다. 

"사회는 원래 불평등한 것이다" "경쟁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 "부도 가난도 본인의 실력차이일 뿐이다" ""성공하고 싶으면 더 노력하라"

요즘 MZ세대는 이런 소리를 들으며 분발할 만큼 미숙하지가 않다. <하마트면 열심히 살뻔 했다>  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나보고 더 노~력하라구"라는 자조적 표현이 유행하는 이유를 이해못하는 사람들이 꼰대다. 분노의 씨앗은 보수우파가 뿌리고 분노의 확산은 진보좌파가 하고 있다. 이게 우리사회가 극단적 분노사회로 바뀐 근본적 원인이다. 분노사회를 만드는 진보와 보수의 악성 콜라보다.

이제 총칼혁명도 군중혁명도 사라졌다. 오직 선거혁명만 남아있을 뿐이다. 사회적 분노가 쌓이면 혁명의 동력이 생긴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느 쪽이 표가 많을까? 부자와 빈자, 고용자와 피고용자, 장군과 병사, 행복을 느끼는 사람과 불행을 느끼는 사람, 감사하는사람과 분노하는 사람, 현상유지를 원하는 사람과 뒤집기를 원하는 사람.

민주주의의 장점은 다수결이다. 이게 또한 민주주의의 취약점이다. 아직도 소수의 창의적 인재가 세상을 이끈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 또한 엘리트꼰대다. 양극화현상에 대한 대책없이 진보 보수로 나눠 편싸움하는 것은 시대역행이며 국민기만이다. 국가지도자나 조직의 리더가 해야하는 중요한 책무중 하나는 국민이나 구성원이 분노하는 원인을 잘 파악해서 해결하는 분노관리다. 이걸 제대로 못하면 결국 파국이 오게 된다.

지금 여야정당은 국민의 분노를 유발하고 심지어 즐기고 있다. 국민의 뜻이라면서 자기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고 있다. 이제 국민 눈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산업화 민주화 세대에서 정보화 세계화 세대로 기준을 바꿔야 한다. MZ세대들이 분노하는 이유와 이들이 원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젊은이들의 아우성이 들리지않는가. "바보야, 문제는 양극화야"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중앙공무원교육원장(24대)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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