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케어·프링커·키우소 등 5개 중소기업 피해 호소 회견

18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 모인 스타트업 대표들과 공익 재단법인 소속 변호사들이 대기업의 기술탈취에 형사처벌 등 강력한 제재를 신설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혜준 기자
18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 모인 스타트업 대표들과 공익 재단법인 소속 변호사들이 대기업의 기술탈취에 형사처벌 등 강력한 제재를 신설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혜준 기자

#알고케어는 개인에게 꼭 맞는 영양제를 자동으로 배합해주는 디바이스를 개발하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알고케어는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 ‘뉴트리션 엔진’으로 CES에서 3년 연속으로 혁신상을 수상했고, 2021년부터는 대기업 롯데헬스케어로부터 사업 협력을 받아 미팅까지 진행했다. 그러나 투자는 불발됐고, 롯데헬스케어는 올해 CES에 알고케어의 제품과 유사한 영양제 디스팬서를 선보였다. 이에 알고케어는 도용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지만 갈길은 멀기만 하다.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는 “제품 도용 증거는 가해 대기업이 가지고 있지만 그에 대한 입증은 영세하고 여유가 없는 스타트업의 몫”이라며 “대기업에서 요구하는 아이디어는 제품 설계도 같은 눈에 보이는 형태가 아니라 구두로도 전달되는데, 녹음이라도 하지 않는 한 이를 입증할 방법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18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 모인 5명의 스타트업 대표들은 대기업의 일방적인 기술 탈취에 형사처벌 등의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나아가 법적 싸움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스타트업을 위한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소기업 권리회복을 위한 공익 재단법인 경청은 이날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혁신룸에서 대기업 아이디어 탈취 피해기업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최근 대기업으로부터 아이디어와 기술을 탈취 당한 5개 피해 중소기업이 참석해 현재의 분쟁 현황을 공유하고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과 분쟁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롯데헬스케어와 분쟁중인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는 “아이디어 도용과 기술 탈취는 법적 대응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고 입증 책임도 한계가 있어 시도조차 못 하는 스타트업이 많다”며 “도용을 당한 피해자가 어떻게 도용을 당했다는 증거를 가해 기업에 요구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이 지식재산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의지를 꺾는 일이자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는 처사”라고 성토했다.

이어진 LG생활건강에 ‘타투 프린터’ 기술 탈취 의혹을 제기했다 역으로 3건의 고소를 당한 프링커코리아 윤태식 대표가 나섰다.

윤 대표는 “도용 제품에 대한 입장문과 함께 3년 간의 기록과 임직원간 메일, 계약서 등을 공개한 결과는 대기업의 명예훼손, 업무방해, 개인정보보호법을 내세운 형사고발이었다”며 “LG생활건강은 윤리규범에 공정한 경쟁, 공정한 거래, 임직원의 기본 윤리를 가장 큰 가치로 삼는다고 밝혔음에도 협업을 미끼로 기술적 정보와 제품을 확보하는 방법이 윤리규범에 부합하는지 되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소목장을 몰려 받은 농업인이자 농협 조합원인 방성보 키우소 대표는 목장의 불편했던 기록방식을 개선하고자 ‘키우소’라는 앱을 구상했다. 약 5억원의 비용과 9년의 시간을 들여 만든 키우소는 소의 혈통‧번식 데이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큰 인기를 끌었고, 농협에서 주최한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까지 수상했다. 그러나 얼마 뒤 방 대표는 농협대지주에서 키우소와 유사도가 75%나 되는 앱을 개발해 내놓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방 대표는 “농축산 분야에서 가장 큰 대기업이자 정보공개법상 공공기관에 속하는 농협이 조합원이 개발한 서비스를 도용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떤 스타트업이 서비스 개발에 나서겠나”라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방 대표는 부정경쟁방지법 및 공정거래법을 아이디어와 성과물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카카오헬스케어와 분쟁중인 송제윤 닥터다이어리 대표는 스타트업이 영업비밀보호 및 특허침해 방지에 속수무책이라며 한탄했다.

송 대표는 “2017년 창업해 누적 100만다운로드를 기록한 혈당 관리 플랫폼 등을 개발하며 좋은 반응을 얻어 카카오헬스케어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아 다양한 자료를 넘겨줬었다”며 “카카오헬스케어가 새로 발표한 사업 내용과 범위가 닥터다이어리에서 6년간 이룬 성과와 거의 동일한 것을 나중에야 제보 받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시장이 성숙하길 기다렸다 부당한 방법으로 스타트업의 성과를 가로채는 행위”라며 수시로 벌어지는 대기업의 갑질과 영업비밀 및 특허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대통령 또는 국회 직속의 상설기구 설치를 요청했다. 아울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기업의 자성과 침해 재발방지를 위한 문화조성이라고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입장발표에 나선 홍성남 팍스모네 대표는 신한카드가 상생과 피해 회복은 외면하고 막대한 소송 비용을 들여 소송을 남발하는 행태를 들어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특허를 무력화 하려는 시도는 사회적 부조리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손해배상 산정 기준의 현실화와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극적으로 적용할 것을 국가에 요청했다.

행사를 주관한 공익 재단법인 경청 소속의 박희경 변호사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아이디어 및 성과물 침해는 그 처벌 규정이 매우 약해 형사처벌 규정이 신설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 행정조사 범위를 성과물 침해까지 확대하고 아이디어 침해와 데이터 부정 사용으로 위법성이 인정되면 시정권고를 넘어 시정명령까지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경청은 중소기업의 아이디어 및 기술침해 발생 시 상설 범부처 협의체를 구성할 것과 아이디어, 성과물, 데이터 등에 대한 객관적 가치평가를 위한 평가기관을 마련해 건전한 기술거래 질서를 도모해야 한다고도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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